인간과 로봇, ‘아슬아슬한’ 동거를 시작하다

201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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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인이 식탁 앞에 앉아 있다. 가정용 로봇이 접시 하나를 그의 앞에 놓아준다. 접시 위엔 반으로 잘린 자몽 위에 허브가 약간 놓여있다. 노인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접시를 내려다보다 내뱉듯 말한다. “시리얼 갖다주게.” “시리얼엔 건강에 좋지 않은 재료가 많이 들어있습니다.” 로봇은 맞대꾸한다. “모두 갖다 버렸습니다.” “내 물건 함부로 버리지 마!” “프랭크, 시리얼은 어린애나 먹는 거예요. 자몽 드세요.” “너야말로 어린애 장난감이지!”

접시를 들고 있는 가정용 로봇

 

머지 않은 미래, 최고의 효도 선물은 로봇?

시간적 배경은 가까운 미래, 미국 뉴욕주(州) 콜드스프링에 사는 ‘프랭크’는 왕년에 이름깨나 날리던 보석 절도범이었다. 혼자 사는 그는 나이를 먹으며 치매 기운이 심해지고 있다. 현직 변호사로 아버지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아들 ‘헌터’는 그런 아버지가 걱정되지만 아직 요양 시설로 보내고 싶진 않다. 고심 끝에 그는 아버지에게 맞는 식이요법으로 식사를 준비하고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지 않도록 돕는 치료관리 프로그램 탑재 로봇 ‘VGC-60L’(이하 ‘VGC’)을 선물한다. 하지만 자신을 ‘관리’한다는 VGC의 간섭과 잔소리를 참다 못한 프랭크는 폭발하기 직전이다.

VGC와의 ‘열 받는’ 동거를 이어가던 프랭크는 어느 날, 흥미로운 점 하나를 알게 된다. VGC가 ‘재미로 하는, 합법적 일’과 ‘범죄’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 그는 VGC를 끌어들여 다시 ‘한탕’ 할 계획을 모의한다.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애용해오던 도서관의 재개발 소식을 듣고 마뜩잖았던 프랭크는 재개발의 ‘물주’인 젊은 부호 ‘제이크’의 보석을 훔친다.

제이크를 골탕 먹이기 위해 재미로 계획한 일이었지만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제이크가 경찰에 도난 사실을 신고하며 일은 점점 커진다. 경찰은 프랭크를 수상히 여기고 감시하기 시작한다. 궁지에 몰린 프랭크를 향해 VGC는 진지하게 말한다. “프랭크, 제 기억을 삭제(delete)해주세요. 그게 제가 존재하는 이유예요,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

이상은 지난 2012년 선댄스영화제에서 ‘과학기술 분야를 조명하는 작품’에 주는 알프레드 슬로운 상을 받은 장편영화 ‘로봇과 프랭크(Robot & Frank)’의 줄거리다. 이 영화엔 현대인이 기대하는 ‘가정용 로봇’의 이상형이 잘 그려져 있다. 일상에 필요한 일을 대행해주면서 늘 곁에 있어 정서적 충족감까지 안겨주는 이상적 동반자, 그러면서도 사람과 달리 골치 아픈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존재. 더욱이 요즘처럼 ‘노인 밀착 관리’가 중요해진 고령화 사회에서 영화 속 VGC는 더없이 이상적인 삶의 파트너로 비쳐진다.

 

‘사람 닮은 로봇’ 휴머노이드, 어디까지 왔나

극중에서 프랭크의 둘도 없는 벗이었던 VGC처럼 얼굴∙몸통∙팔다리를 모두 갖춘 인간형 로봇, 즉 휴머노이드(humanoid)는 기술적으로 이미 개발돼 있다. 초기엔 안드로이드(Android)란 조어가 쓰였지만 안드로이드가 ‘스마트 기기에 적용되는 오픈소스 기반 운영 체제’의 브랜드명으로 널리 알려지며 오늘날은 휴머노이드가 더 자주 사용된다. 지난해 세계재난로봇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국산 로봇 ‘휴보(HUBO)’가 대표작이다. 실제로 휴보는 사람처럼 걷고 뛸 수도, 계단을 오르내릴 수도 있다. 인사나 악수, 가위바위보를 자유자재로 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악 연주도 가능하다.

오늘날 휴머노이드 제작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토피오·에논·나오. 각각 베트남과 일본, 프랑스 기술로 완성된 제품이다(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휴머노이드 제작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토피오·에논·나오. 각각 베트남과 일본, 프랑스 기술로 완성된 제품이다(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수준급 휴머노이드의 예는 휴보 말고도 꽤 있다. △베트남 기업 토시(Tosy)가 만든 ‘탁구 치는 로봇’ 토피오(TOPIO) △프랑스 기업 알데바란 로보틱스(Aldebaran Robotics)가 설계한 ‘축구 로봇’ 나오(NAO) △일본 기업 후지쯔(Fujitsu) 작품으로 ‘세계 최초(2005) 상용화 도우미 로봇’ 타이틀을 갖고 있는 에논(ENON) 등이 대표적. IT 기술 발달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기술 진전을 발판 삼아 휴머노이드 개발 작업엔 점점 더 가속도가 붙고 있다.

다만 현재 나와 있는 휴머노이드의 기능은 그리 종합적이지 않다. 인간적 외관과 발성, 상황 대응 능력, 인간과 유사한 동작을 구사하는 행동력 등을 두루 갖춘 로봇은 흔치 않다는 얘기다. 아직은 연구개발(R&D) 비용 수준이 높아 일상화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영화 속 VGC 같은 휴머노이드가 현대인의 일상에 들어오려면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알게 모르게 일상에 스며든 로보틱스 기술

한편, 인간보다 좀 더 작은 형태로 설계돼 반려동물처럼 기능하는 로봇 시장은 휴머노이드쪽에 비해 개발 속도가 빠르고 상용화 진도도 앞서 있다. 가장 흔한 건 역시 ‘인간의 오랜 친구’인 개 형태 로봇이다. 일본 소니사(社)가 개발한 ‘아이보(AIBO)’나 국내 로봇 업체 다사로봇이 만든 ‘제니보(GENIBO)’ 등은 실제로 사람에게 다가와 짖고 꼬리를 흔들며 뒹군다. 공을 던지면 물어올 뿐 아니라 사용자가 쉴 땐 곁에 앉아 같이 쉬어주기도 한다.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정서적 만족의 상당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일본 고등과학기술원이 선보인 물개형 로봇 ‘파로(PARO)’ 역시 귀여운 외관과 사랑스러운 행동으로 독거 노인이나 자폐증 환자 등의 심리 치료에 널리 쓰이고 있다.

반려동물을 닮은 ‘애완 로봇’ 시장은 휴머노이드 부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아이보<위>와 파로(이미지 출처: 비메오/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반려동물을 닮은 ‘애완 로봇’ 시장은 휴머노이드 부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아이보<위>와 파로(이미지 출처: 비메오/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감각에 직접 호소하지 않더라도 현대인의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는 기술은 다양하다. 다만 대개 한두 개의 단순 기능에 집중돼 있고 외관도 평범한 기계처럼 보이는 게 많아 ‘자주 쓰면서도 (그게 로봇 기술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잦다. 대표적인 게 바닥을 돌아다니며 먼지를 흡수하는 청소 로봇이다. 지난 2002년 ‘룸바(Roomba)’란 상표명으로 출시된 최초 청소 로봇은 누적 판매 대수가 수천만 대를 넘기며 전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도 ‘파워봇’ 등의 브랜드명으로 국내 프리미엄 로봇 청소기 시장을 5년 연속 평정해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로봇 청소기 ‘파워봇’
▲삼성전자가 출시한 로봇 청소기 ‘파워봇’

로봇 기술 채택이 활발한 집안일은 청소 말고도 많다. 지난 2007년 독일 지멘스사(社)가 출시한 ‘드레스맨(Dressman)’은 밀폐된 공간에 옷을 걸고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어 다리는 기기다. 온라인 모금 웹사이트 킥스타터에서 가장 많은 후원 금액을 달성한 아이템 중 하나인 ‘소마바(Somabar)’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제어할 수 있는 칵테일 제조기’란 점에서 주목 받았다. 이 밖에 센서가 대상의 무게를 인식해 채로 대소변을 걸러내는 고양이 전용 화장실 ‘리터 로봇(Litter Robot)’, 집안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이상한 낌새가 있을 때마다 사진을 찍은 후 경고 메시지와 함께 휴대전화로 보내주는 홈시큐리티(home security) 시스템 등도 실내용 로봇으로 인기 몰이 중이다.

 

인간과 기계는 ‘공진화’ 중… 전제 조건은?

미국 로봇 제조 업체 인모션(Interactive Motion Technologies)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전 세계 가정용 로봇 시장 규모는 130억 달러(약 15조3000억 원) 수준이었다. 2025년이면 이 수치는 330억 달러(약 38조7000억 원)까지 뛸 전망이다. 로봇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이 뛰어들 수 없었던 재난 영역에 주로 투입되곤 했다. 하지만 오늘날 로봇은 인간 스스로 거뜬히 처리할 수 있는 생활 영역까지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로봇과 교감하는 아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세련된’ 휴머노이드가 등장한 2001년도 영화 ‘A.I’, 그리고 조만간 인류가 맞닥뜨릴 현실과 똑 닮은 듯한 2012년도 영화 ‘로봇과 프랭크’를 보며 사람들은 ‘인간과 거의 흡사한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로봇의 등장에 열광한다.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기술의 발달로 ‘로봇과 인간의 공존’ 시나리오는 점차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로봇 재난 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윌 스미스 주연의 2004년도 영화 ‘아이로봇’ 같은 영화에서 로봇은 인간을 뛰어넘는 위력을 지녔지만 인간미는 결여된 형태로 등장, 인류를 긴장시켜왔다. 하지만 현실에서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서 기계는 늘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진화(共進化)해왔다. 로봇 역시 인간에 의한, 인간에 기반한 기술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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