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창, 수상 여부 관계 없이 아이에게 도움 될 대회라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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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소프트웨어 루키를 만나다, 6편 '숫자 요리사' 팀<연재 끝>

“본선 진출 후 부트캠프에 갔을 때 먹은 밥이 정말 맛있었어요. 또 가고 싶어요.” 주니어소프트웨어창작대회(이하 ‘주소창’)에 관한 소감을 묻자 이예린(경기 용인 상현초등학교 6학년)양의 입에선 다소 엉뚱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너무 순진해 듣는 이가 자신도 모르는 새 미소 짓게 되는 답변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관련 질문을 던지는 순간, 예린양의 태도는 사뭇 진지하게 변했다.

지난해 개최된 제1회 주소창은 이예린양과 아버지 이민직씨의 기억에 평생 남을 만한 경험이었다. 비단 예린양이 최우수상을 거머쥐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17일, 이들 부녀(父女)를 만나 그 자세한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환한 미소가 똑 닮은 이민직(사진 왼쪽)씨와 딸 예린양▲환한 미소가 똑 닮은 이민직(사진 왼쪽)씨와 딸 예린양

 

딸 #1. 할머니와 사촌동생 위해 만든 착한 게임, ‘숫자 요리사’

이예린양이 제작한 ‘숫자 요리사’ 메인 화면. 사용된 그림 중 일부는 예린양이 손수 그렸다▲이예린양이 제작한 ‘숫자 요리사’ 메인 화면. 사용된 그림 중 일부는 예린양이 손수 그렸다

예린양은 ‘숫자 요리사’란 게임 프로그램으로 제1회 주소창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기억력이 점점 나빠지는 할머니와 계산이 서툰 사촌동생을 보고 떠올린 두뇌 계발용 프로그램이었다.

규칙은 간단하다. 손님이 주문한 번호에 맞춰 숫자가 적힌 재료들을 연산 규칙에 따라 조합, 김밥을 만들면 된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마냥 쉽지만은 않다. 특히 ‘어려움’ 난이도를 택했다면 꽤 머리를 써야 한다. 직접 게임을 해본 결과, 굳어있던 뇌가 한층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이었다(숫자 요리사 게임 해보기).

 

딸 #2. “‘재미 요소 부족’ 지적 부트캠프 멘토링 덕에 보완했죠

숫자 요리사 개발 과정엔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난관이 적지않았다. 예린양은 “게임을 만들 땐 몰랐는데 프로토타입을 체험해본 사람들에게서 ‘재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곤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고 말했다. 두뇌 계발과 교육을 목적으로 삼다보니 재미 요소를 놓쳤던 것.

도움의 손길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예린양은 “부트캠프에 갔을 때 멘토들의 의견을 반영해 게임에 시간 제한을 늘리거나 추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찬스’ 기능 등을 추가했더니 게임의 재미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소창 본선 진출 60개 팀을 대상으로 열리는 부트캠프에서 참가 학생들은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만나 체계적 멘토링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활짝 웃고있는 이예린양

예린양이 꼽은 주소창의 최대 수확은 주변 사람들의 ‘인정’이다. “주소창 홈페이지에서 내가 만든 게임에 대한 칭찬 댓글을 봤다”는 그는 “남들에게 인정 받으니 한층 자신감이 생기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수상의 영예는 둘째치고 ‘재밌다’ ‘유익하다’ 같은 사람들의 반응 하나하나가 예린양의 기억에 단단히 아로새겨진 것이다.

 

아빠 #1. “주소창? 예린이를 슬럼프에서 구해준, 고마운 대회”

수업을 듣고 있는 이예린양

예린양의 주소창 참가 이후, 아버지 이민직씨는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사무국에 감사 편지를 보내올 정도의 주소창 ‘열혈 팬’이 됐다(관련 기사는 여기 참조). “예린이는 그동안 여러 대회에 참가해왔지만 제도적 문제나 실력 외 요소로 수상의 기회를 놓친 적이 많았습니다.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 따라주지 않으니 아이로선 슬럼프에 빠질 수 밖에 없었죠. 그럴 때마다 예린이를 구해준 게 바로 주소창입니다. 예린이 스스로가 최대 수확으로 꼽은 ‘사람들의 인정’이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준 것 같아요. 예린이는 지금 주소창 참가 이전보다 더 즐겁게, 더 의욕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주최 측에 감사할 따름이죠.”

 

아빠 #2. 어린 학생들 눈높이까지 고려한 주최 측 배려에 감동

이민직씨는 “간단한 질문지에서도 참가 학생들을 배려하는 주소창 주최 측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예린양이 주소창에 도전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민직씨는 딸의 공모전 참가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그는 “다른 공모전의 경우 수상을 위해 많은 걸 포기해야 하는 데다 결국 상(賞)밖에 남지 않는 행사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소창은 달랐다. 이민직씨는 “주소창 예선 서류 속 질문을 보는 순간,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란 사실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다른 공모전은 단순히 이런저런 ‘스펙’을 나열하고 취업준비생 자기소개서를 방불케 하는 계획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그의 설명. “주소창의 개발 계획서를 보니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을 아이들 수준에 맞춰 제시하고 있더라고요. 상을 타든 그렇지 않든 분명 예린이에게 도움 될 대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민직씨는 “간단한 질문지에서도 참가 학생들을 배려하는 주소창 주최 측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이민직씨는 “간단한 질문지에서도 참가 학생들을 배려하는 주소창 주최 측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소창을 주최한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사무국의 대회 준비 과정에서도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발표에 익숙지 않은 아이들을 배려해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발표 시간을 주더군요. 녹화된 영상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발표 모습을 확인할 수 있게 한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예린이가 사소한 부분까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준 ‘제대로 된’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아빠와 딸_“겁 먹지 말고 지금 바로 도전해보세요!”

주소창 이후 예린양의 일상엔 소소한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수상 이후 받게 된 용인시 장학금 증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부녀의 모습▲주소창 이후 예린양의 일상엔 소소한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수상 이후 받게 된 용인시 장학금 증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부녀의 모습

예린양이 예비 주소창 참가자에게 전하는 조언은 “타인의 평가에 귀 기울일 것”이다. 혼자 프로그래밍에 몰두하다보면 놓치게 되는 점이 다른 사람의 눈엔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소창은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부트캠프 △소프트웨어 궁금증뿐 아니라 고민 상담까지 해결하는 대학생 서포터즈 등 참가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민직씨는 “겁 먹지 말고 (주소창에) 참가해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비록 수상하지 못하더라도 준비 과정에서 많이 성장할 수 있는 대회이니 꼭 지원했으면 좋겠다”며 학생들의 주소창 참가를 독려했다.

예린양의 다음 목표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오목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예린양의 손끝에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알파고(AlphaGo)’를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주소창은 소프트웨어에 관심 있는 학생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있다. 주소창 예선 접수는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 제2회 주니어 소프트웨어 창작대회에 도전하세요!
– 대회 주제: ‘우리’를 위한 소프트웨어
– 지원 자격: 전국 초·중·고교생(초등생은 4~6학년)
  개인 또는 팀(최대 3명, 지도교사와 학교가 달라도 팀으로 지원 가능)
– 예선 접수: 6/1(수)~6/30(목)
– 지원 부문: 개발 환경/개발 언어(제출 형태 제한 없음)
– 지원 방법: 공식 홈페이지에서 접수
  ※ 올해 대회에선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함께하는 부트캠프 일정이 2박 3일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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