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은 ‘집안일’… 소신과 철학으로 명성 이어가는 리치몬드 과자점 권형준 셰프를 만나다
흔히 다이어트의 적이라 불리지만 쉽게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음식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빵과 과자, 디저트 등인데요. 우리 귀에 익은 패스트리 셰프란 호칭 역시 이런 빵과 과자, 디저트를 만드는 셰프를 의미합니다. 파티셰란 이름으로도 불리죠.
바로 여기, 37년째 대를 이어 영업 중인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홍대 빵집으로도 유명한 리치몬드 과자점이 바로 그곳인데요. 2대째 명성을 이어가는 이곳의 권형준 셰프가 삼성 ‘클럽 드 셰프(Club des Chefs) 코리아’에 합류했습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리치몬드 과자점 본점. 베이커리는 물론 리치몬드 아카데미가 함께 위치해 미래의 제과 명인을 양성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상업적이기보단 클래식한 고유의 느낌 담고자 노력해”
▲군데군데 클래식한 감성이 살아 숨 쉬는 리치몬드 과자점의 소품들
2007년부터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가업을 이어받아 운영 중인 리치몬드, 본점의 첫인상은 ‘클래식’(classic)한 모습이었는데요. 권형준 셰프는 “패스트리 셰프로서 트렌디함을 좇기보다 클래식한 레시피를 더욱 선호하는 스타일”이라며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지나치게 상업적이지 않은, 그러나 신선한 재료에 표현만큼은 자유로운’ 리치몬드 과자점의 디저트는 그렇게 손님맞이에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리치몬드 과자점은 갓 구운 빵부터 과자, 음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구비해 다양한 소비자의 선택을 돕습니다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권형준 셰프의 아버지기도 한 권상범 명장은 스위스 리치몬드 제과학교 출신 국제 모임인 클럽 리치몬드 멤버로 활약하고, 국내에서도 제과명장으로 선정되는 등 국내외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그런 아버지의 영향 때문일까요? 무작정 유행하는 메뉴를 만들기보다 아버지 대를 이어 꾸준히 내려오는 메뉴에 꾸준히 살을 덧붙여 발전시켜온 권형준 셰프의 리치몬드 과자점은 고유의 옛맛을 유지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맛을 이어가기로 유명합니다.
▲리치몬드 창업자인 권상범 명장(사진 오른쪽)과 권형준 셰프(사진 왼쪽)
“손님은 발자국이라도 남긴다”… 항상 되새기는 철학
▲예전부터 꾸준히 사랑받는 리치몬드 과자점의 대표 메뉴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렌지 천연발효빵, 슈크림, 키르슈토르테 케이크, 요한 스트라우스 케이크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패스트리 셰프의 길을 걷고 있지만, 권형준 셰프는 어렸을 적부터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단 음식을 좋아하기 위해 일본 유학 시절 한국 음식을 끊기도 하고, 억지로 단 음식을 먹는 등 갖은 노력을 병행했다는 그는 “입맛이 강요돼선 안 된다”는 철학을 체득할 수 있었다는데요. 지금까지 리치몬드 제과점을 운영하며 손님에게 입맛을 강요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는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해 스스로 납득하며 즐겁게 먹자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다 보니 좋은 소비자의 평가를 얻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리치몬드 과자점의 모든 메뉴는 권형준 셰프가 직접 레시피를 설계하지만, 자체 맛 테스트를 거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로지 소비자의 평가에 달린 거죠. 이를 그는 ‘손님은 발자국이라도 남긴다’고 얘기합니다. 350종 이상의 다양한 메뉴가 구비됐음에도 대다수 메뉴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신메뉴가 사랑받는 비결은 다름 아닌 이런 소신과 철학이 반영됐기 때문이 아닐까요?
▲초코크림으로 가득한 시그니처 메뉴인 ‘리치몬드’ 역시 리치몬드의 자부심 그대로 꾸준히 인기를 끄는 단골 메뉴 중 하납니다
소비자가 돼본 적 없기에… ‘손님’이 돼 영감을 얻는 셰프
권형준 셰프는 일찍이 장사를 하는 입장만 경험했기에 한 번도 손님이 돼 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런 경험을 “나를 가장 두렵게 만들고, 긴장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런 긴장감은 “항상 스스로 ‘잘하고 있을까?’ 고민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채찍질과 같다”고 합니다. 그런 그는 새로운 영감을 찾기 위해 손님이 돼보는 일에 무엇보다 적극적인데요. 항상 손님이 돼 맛을 볼 수 있는 음식점을 두루 찾아다니며 새로운 영감을 찾는다고 합니다. 예전엔 음식점을 방문할 때 ‘분석적 면모’가 강했다면 지금은 있는 그대로의 맛을 즐기는 보편적인 소비자의 입장이 된다고 하는데요. 그는 요즘 한식의 매력에 푹 빠져 산다고 합니다.
그렇게 개발한 메뉴가 바로 ‘밤 식빵’과 ‘레몬 케이크’<위 사진>입니다. 그는 “이 두 메뉴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재료를 선정하고, 메뉴를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귀띔했습니다.
홈베이킹 열풍, 생활의 여유 생긴 것 같아 뿌듯
▲재료를 손질하고 메뉴를 준비하고 있는 권형준 셰프, 주방에선 다소 말수가 적어진다는 그는 “베이킹하는 공간은 항상 안전하고 기본에 충실한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가가호호 불고 있는 베이킹 열풍, 권형준 셰프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문득 궁금해졌는데요. 그는 “주변의 변화를 살펴보면 다들 생활의 여유가 늘어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덧붙였는데요. 특히 “성능이 좋은 가정용 오븐을 쉽게 접할 수 있어 홈베이킹이 더욱 편리해졌다”며 베이킹 열풍을 환영했습니다.
그는 셰프로 불리기보다 ‘제과사’나 ‘과자장이’로 불리는 게 더 좋다고 얘기합니다. 진정한 존경을 받을 위치가 됐을 때 ‘셰프’로 불리고 싶다는 권형준 셰프, 스스로 과도기를 달리는 인간으로 표현하는 그에게서 더 큰 발전 가능성 또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클럽 드 셰프 코리아 멤버로 합류한 권형준 셰프는 “아직은 얼떨떨합니다”란 말과 함께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딘 느낌”이라고 소감을 표현했는데요. 그는 앞으로 클럽 드 셰프 코리아 활동을 통해 새로운 통찰력을 담아 제품을 개선하고, 다양한 활동으로 소비자 여러분을 만날 예정입니다. 베이킹을 ‘집안일’처럼 여기며 꾸준히 해오던 대로 정진하겠다는 권형준 셰프의 활약. 그의 멋진 행보에 뉴스룸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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