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명장을 만나다] 현장에 답이 있다… 설비·인프라 분야
삼성전자는 기술 전문성과 노하우가 요구되는 제조 관련 분야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최고 전문가를 ‘삼성명장’으로 선정한다. 장인 수준의 숙련도와 노하우를 겸한 직원을 인증하고, 전문성과 리더십을 계승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8명의 삼성 명장이 배출되었다. 기존의 제조기술, 금형, 품질 분야 외 영업마케팅과 구매 분야까지 확대한 것. 2019년 삼성명장 제도가 시행된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다. ‘삼성명장’의 타이틀과 함께 2022년을 시작하는 DS 부문 4명의 명장을 만나보자.
“스피너 설비 최고 전문가로 반도체 꽃을 활짝” 설비 부문 이광호 명장
설비 명장으로 선정된 메모리 사업부 이광호 명장은 25년간 반도체 포토(Photo) 공정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는 스피너(Spinner) 설비 전문가다. 스피너는 웨이퍼 표면에 반도체 회로 패턴을 형성하기 위해 감광액을 뿌리고 현상 처리하는 설비. 반도체 포토 설비가 외국 업체의 독점에 가까운 상황에서, 이광호 명장은 독자적인 연구와 기술개발로 설비 국산화에 앞장섰다.
이광호 명장은 ‘반도체의 꽃은 포토이고 그 꽃은 스피너가 피운다’는 신념을 갖고 있을 만큼 업무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높다. 그는 “스피너 설비는 노광 전 패턴(Pattern)의 기반을 만들고, 노광 후 패턴을 완성하는 장비이기 때문에 차별화된 패터닝(Patterning) 기술을 위해 포토 분야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 분야 최고 전문가가 되어 반도체 꽃을 활짝 피워보겠다는 목표를 갖고 업무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 명장은 대리로 막 진급하던 때, 설비 개조 작업 중 모듈 간 발생했던 커뮤니케이션 에러를 지금도 기억한다. 3일 밤낮을 새워가며 설비 백업을 하고 설계 오류를 찾아 조치해야 했던 것. 그는 “당시 정말 힘들었지만, 이 과정에서 잠재되어 있던 엔지니어로서의 근성과 문제 해결에 따른 성취감을 깨달았다. 덕분에 설비 엔지니어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광호 명장은 “우수한 후배들을 많이 양성하고 그 후배들과 함께 삼성전자만이 가질 수 있는 스피너 설비 기술을 완성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내가 더 먼저, 더 많이, 더 열심히” 반도체 클리닝 부문 홍진석 명장
1988년 입사 후 34년간 설비 기술 분야 업무에 매진한 홍진석 명장은 반도체 클리닝 공정 최고 전문가다. 웨이퍼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클리닝 공정은 제품 수율과 불량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 홍 명장은 반도체의 불량 원인인 결함(Defect)을 최소화하는 클리닝 설비 구조와 장치를 개발했고, 관련 특허와 내재화 기술까지 다수 보유하고 있다.
홍진석 명장은 “입사 초기, 동료와 선배들의 뛰어난 역량을 보고 비교하는 대신 ‘내가 더 먼저, 더 많이, 더 열심히’ 하자는 신념으로 업무에 임했다”고 말했다.
명장이 되기까지 가장 결정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는 1992년 개발 설비가 다운되고 제조사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해 고전하던 시간을 꼽았다. 홍 명장은 “당시 2주간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며 원인을 규명하고 백업을 했었다. 돌이켜 보면 그때 경험으로 ‘포기하지 않으면 못할 일은 없다’라는 교훈을 얻었고 귀중한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설비 엔지니어는 일의 범위가 넓어서 심리적 부담을 안고 있다. 설비 유지관리를 비롯한 모든 프로세스의 효율을 높이고, 각 일의 특성에 맞는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홍 명장의 목표다. 끝으로 그는 “설비기술그룹 내에 역량 있는 후배들이 많다. 업무 분석 능력을 높이고 현장 업무를 성과로 연계해 후배들이 더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언제든 현장에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 인프라 부문 김효섭 명장
김효섭 명장은 1989년 입사해 33년 동안 인프라 기술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다. 인프라 제어, 계측, 공정 컨트롤 전문가인 그는 반도체향 인트라 설비 제어 감시 시스템을 1998년 최초로 도입했고, 급속도로 발전하는 반도체 사업장의 설비를 최적으로 관리하는 자동화 품질 관리 시스템을 적용했다. 반도체 생산을 위한 인프라 고품질 안정 공급 기술을 확보하는데 기여한 것.
삼성 명장 소식을 들은 그는 “대단히 영광스럽고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후배양성을 위한 막중한 자리이기 때문에 책임감과 사명감 또한 크게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 명장에게는 인프라 기술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기까지 지켜온 한 가지 철칙이 있다. 바로 현장을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는 것. 그는 “직접 만든 로직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변수에 따라 스펙들이 변동 없는지 항상 확인해야 한다.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해야 안정적인 인프라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프라 설비는 날씨와 환경, 그리고 전기, 용수, 가스 같은 외부 인프라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김 명장은 “다양한 상황에서도 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프로세스나 설비 튜닝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해보고 싶다”며 앞으로의 목표를 밝혔다.
“내가 느낀 성취감을 후배들이 느낄 수 있게” 품질 부문 조용환 명장
메모리사업부 조용환 명장은 디램 패키지 제품 불량제어 전문가다. 디램 제품은 수백 개의 공정 단계를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제품별 품질 차이가 벌어지면 불량이 발생한다. 조 명장은 불량 검출 프로그램의 고도화와 테스트 정합성 향상 등을 통해 반도체 품질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다. 조 명장은 특히 ‘디램 제품 생산성 향상을 위한 테스트 시간 단축과 테스트 설비 제약 극복기술’에 대한 특허와 다수의 논문을 보유하고 있다.
명장 선정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동고동락한 선후배들에게 감사하면서 ‘모두가 귀인’이라고 생각했다. 조 명장은 “회사 생활을 하며 재미를 찾고 발자취를 남겨야겠다 생각했었다. 해야만 하는 일이라도 어느 정도 스스로 선택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열정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그렇게 논문과 특허를 시작했고, 그 안에서 느낀 성취감이 지금까지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현재 조용환 명장은 다양한 세미나와 업무 현장에서 그동안 쌓은 지식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파하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자기 일에서 조금이라도 열정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서로 응원해주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맡은 일에서는 모두가 리더인, 프로들과 함께 일하는 회사를 상상해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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