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4인이 말하는 ‘삼성 스마트스쿨,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
지난 6일 삼성 스마트스쿨 지원 사업 선정 기관 후보 열다섯 곳이 공개됐다.
올해 선정된 후보는 전국 초∙중∙고교와 교육 시설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게 특징. 오는 24일까지
삼성 스마트스쿨 홈페이지에 접속, 각 기관을 온라인으로 응원할 수 있으며 1만 회 이상 응원 받은 기관은 스마트스쿨로 최종 선정된다. 가장 많은 응원을 받은 세 곳엔 삼성전자 임직원이 직접 진행하는 ‘무료 소프트웨어 교육’ 기회도 제공된다.
삼성 스마트스쿨은 자사 보유 IT 기술을 활용,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2012년부터 삼성전자가 펼치고 있는 사회공헌 사업이다. 첨단 교실 환경이 낯설 소외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태블릿(갤럭시 탭)과 전자칠판, 무선 네트워크 교육 환경 등을 제공하는 게 골자. 지난해까지 모두 50개 학교와 교육 시설(총 123개 학급)이 혜택을 받았다.
교육 전문가들은 삼성 스마트스쿨에 대해 “교육 사각(死角)지대에 놓여있던 지역 사회 어린이와 청소년을 도심, 더 나아가 세계와 연결시켜준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한다. 말하자면 ‘디지털 연결성(digital connectivity)을 통한 교육 격차 해소’인 셈이다. 올해 삼성 스마트스쿨 사업의 심사와 평가를 맡은 심사위원 4인을 만나 좀 더 깊이 있는 얘길 들었다.
Q. 올해로 6년째 시행… 성과 자평(自評)한다면
A. 세분화된 교육 가능해지고 디지털 접근성도 강화
옥경원 대표(이하 ‘옥경원’) 삼성 스마트스쿨은 지금껏 소득이나 주거 환경, 건강 등의 이유로 제도권 교육 환경에서 소외됐던 이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단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단계별·수준별 교육이 가능해진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죠. 똑같은 교육 환경이 제공되더라도 교사와 학생의 활용 역량이나 상호 작용 정도에 따라 그 효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점을 감안한다 해도 기존 천편일률적 교육 체계를 벗어나 보다 세분화된 교육을 시행할 수 있게 된 건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김종무 과장(이하 ‘김종무’)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 학교나 학생의 경우, 국가 행정력이 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삼성전자 같은 민간기업이 교육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 그 간극을 채워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고마운 일도 없죠. 가끔은 민간 사업이 국가 교육 방향을 선도하고 있단 느낌도 받습니다. 교육 정책에 일정 부분 관여하고 있는 입장에서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도 적지 않고요.
김혜정 교수(이하 ‘김혜정’) 맞습니다. 사실 이제껏 기업 차원에서 교육에 이 정도의 자본과 에너지를 투입하는 경우는 드물었죠. 수혜 학교 입장에선 달라진 수업을 통해 더 큰 세상을 학생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어요. 그래서일까요, 올해 스마트스쿨 사업의 문을 두드린 교사들은 하나같이 ‘디지털 시설을 활용한 수업 활동’에 지대한 관심과 열정을 갖고 계시더군요.
김성회 대표(이하 ‘김성회’) 삼성 스마트스쿨의 핵심은 저소득층 혹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IT 시스템을 지원해주는 데 있습니다. 하드웨어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없었던 아이들 입장에선 ‘디지털 접근성’이 그만큼 강화되는 역할을 하죠. 실제로 올해 심사 과정에서 신청 기관들이 제출한 기획안 중에서도 디지털 접근성 부문에 갈증을 느끼는 지역아동센터나 다문화센터 등의 지원이 많았습니다.
Q. 디지털 교육 환경, 실제 순기능은 얼마나
A. 장애·다문화가정 학습자에게 특히 효과 탁월
옥경원 삼성 스마트스쿨은 디지털 콘텐츠를 접해볼 기회가 적은 장애∙빈곤층 학습자 대상 교육 효과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다양한 콘텐츠로 학습 목표에 쉬이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동감 있는 시청각 자료나 데이터베이스 활용을 통해 학습자 스스로 높은 흥미를 갖고 학습에 임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김종무 특히 장애 학습자가 누리는 효과는 상당합니다. 실제로 IT 기술이 장애 학습자에게 제공하는 효과를 검증한 연구 결과도 있을 만큼 IT는 최근 특수교육계의 주요 화두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장애 학습자는 주의 집중 시간이 짧고 좀처럼 흥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교사가 아무리 소명의식과 열정으로 똘똘 뭉쳐있다 해도 하나의 콘텐츠를 지치지 않고 무한정 반복해 가르치긴 어렵습니다.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힘든 일이에요. 하지만 ‘디지털 기반’ 환경이 갖춰진다면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애니메이션과 게임 같은 걸로 학습자의 흥미를 지속시키며 수업을 반복할 수 있죠.
▲인터뷰에 응한 심사위원들은 “삼성 스마트스쿨이 불러올 긍정적 교육 효과는 무궁무진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김종무(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 과장은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활동적 학습을 좋아하는데 이제까지의 수업은 이런저런 제약으로 쓰기∙읽기 위주였던 게 사실”이라며 “이런 환경에 익숙해있던 아이들에게 삼성 스마트스쿨은 그야말로 새로운 교육 경험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회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성장하며 모국어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잦습니다. 사실 언어는 이 아이들의 최대 경쟁력 중 하나예요. 외국어를 할 줄 안다는 건 한국 사회에서 또 다른 사회·경제적 기회를 열어주니까요. 그런데도 정작 이들 앞에 놓인 환경은 이중언어 교육을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합니다. 만약 보다 많은 다문화가정 아이가 삼성 스마트스쿨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잠재적 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김혜정 올해 스마트스쿨 대상 후보를 선정하며 가장 신경 쓴 건 ‘교육 격차 해소 여부’였습니다. 교육 격차 해소는 삼성전자 사회공헌사무국이 삼성 스마트스쿨 사업 시행 초기부터 지향해온 목표이기도 해요. 절 비롯한 심사위원들은 삼성 스마트스쿨이 교육 사각지대 학습자에게 한층 강화된 디지털 접근성을 제공, 그들이 좀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심사 시 소득 격차 하위 그룹 지역 소재 기관에 가산점을 더 준 것도 그 때문이었고요.
Q. 올해 심사 도중 특히 눈에 띄었던 지원자는
A. 휴전선 인근 고교, 병원학교 등 스펙트럼 넓어져
옥경원 올해 지원자 중에선 강원 인제 귀둔초등학교 기획안이 기억에 남습니다. 외진 곳에 위치한데다 전교생 수도 많지 않아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접하기엔 여러모로 물리적 제약이 있는 학교였죠. 기획안을 제출한 교사의 열정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특히 자칫 ‘비인격적 관계 형성’이란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디지털 교육 환경 조성에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이란) 인간적 상호 작용을 접목, 삼성 스마트스쿨의 대안적 모델을 제시한 점이 좋았습니다.
▲지난해 삼성 스마트스쿨로 최종 선정된 한국외식과학고등학교의 시범 영어 수업 장면. 이 학교는 지난달 2일 개소식을 열고 삼성 스마트스쿨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 중이다
김종무 전 경기 파주 문산수억고등학교 기획안이 생각나네요. 휴전선 인근이라는, 환경적으로 상당히 고립된 입지에도 “삼성 스마트스쿨을 통해 세계 각국 학교나 교육 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해보겠다”는 목표가 뚜렷해 눈에 띄었습니다. “삼성 스마트스쿨을 잘만 활용하면 우리 학교 학생들이 도심 지역 아이들보다 외려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 묘하게 설득력 있더라고요.
김성회 영남대학교병원학교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병원학교는 장기(3개월 이상) 입원으로 교육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기관인데요. 저도 이번 심사에 참여하기 전엔 병원학교란 게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학교에서 정상적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화상 강의 등의 디지털 수업을 제공, 누락 없이 상급 학교(학년)로 진급할 수 있도록 돕겠단 취지가 절 비롯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죠.
Q. ‘디지털 교실 구축’ 이상의 의의 찾는다면
A. 학습자에겐 ‘가능성’, 지역사회엔 ‘활기’ 각각 선사
김혜정 학습자 입장에선 이전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단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다시 말해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거죠. 특정 정보를 접하는 경험은 어린 학습자에게 무척 소중합니다. 삼성 스마트스쿨은 ‘가르칠 사람이 없어 배우지 못하는 교육 환경 속 아이들에게 적어도 배울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해주자’는 취지로 탄생한 프로그램입니다. 제가 알기로 삼성전자는 최종 선정 교육 기관 중 일부에 자사 임직원으로 구성된 봉사단을 투입, 실제 수업을 진행하는 등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지 아이들에게 이런 경험은 향후 인생을 뒤흔들 수도 있을 만큼의 가치를 지녀요.
▲삼성 스마트스쿨에 선정된 교육 기관 중 일부엔 ‘삼성전자 임직원 봉사단이 직접 진행하는 수업’의 특전도 제공된다. 왼쪽 사진은 곽혜랑(무선사업부 개발1실, 왼쪽)씨와 장재준(종합기술원 소재연구센터)씨가 경남 함양 안의중학교 학생들을 위해 화상 수업을 진행 중인 모습. 이들의 수업 내용은 디지털 장비를 통해 실시간으로 안의중 재학생들에게 전달됐다
김종무 삼성 스마트스쿨로 최종 선정되면 삼성전자는 현지 환경을 철저히 분석, ‘맞춤형 인프라’를 구축해줍니다. 흥미로운 건 삼성 스마트스쿨이 해당 교육 기관뿐 아니라 주변 지역 사회와 인근 주민에게까지 긍정적 효과를 불러온단 사실입니다. 실제로 저희에게 접수된 기획안 중 상당수에서도 그런 기대와 희망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삼성 스마트스쿨을 유치해 우리 학교(기관)를 살리고 더 나아가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포부 말이죠. 그러고 보면 삼성 스마트스쿨은 그저 첨단 교실 몇 개 만드는 프로젝트, 그 이상입니다. 교육으로 지역 사회를 아우르는 프로젝트라고나 할까요?
Q. 최종 선정 기관에 ‘효과적 활용 요령’ 귀띔한다면
A. 도구는 거들 뿐… 제일 중요한 건 교사와의 상호 작용
옥경원 온라인 응원을 거쳐 삼성 스마트스쿨로 최종 선정된 학교나 기관, 특히 교사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스마트 도구를 쥐여준다고 해서 학습이 저절로 이뤄지는 건 절대 아닙니다. 스마트 도구를 매개로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충분히 고민해주세요. 디지털 수업을 통해 아이들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싶은지도 정교하게 계획하시고요. 단순히 스마트 기기 좀 다루는 것만으로 교사의 본분을 다했다고 생각하진 않으셨으면 합니다.
김종무 삼성 스마트스쿨의 성패는 교사 한두 명의 역량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해당 사업에 동참하게 될 학교(기관) 구성원 전체의 열정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또 지역색을 충분히 살려 지역사회 특성과 상황에 맞는 콘텐츠를 기획, 구현하는 데 집중하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Q. 향후엔 이런 부분에도 좀 더 신경 써주길
A. ‘감성적 상호작용’에 관심을… 해외에서도 확대 시행됐으면
김혜정 지난 6년간 삼성 스마트스쿨이 매해 교사와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점은 칭찬해주고 싶어요.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심사 단계에서부터 교육 공간과 주체에 대한 고려가 더해지는 건 어떨까요? 이를테면 지원 교사에게 공간 설계 가능성을 부여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요.
옥경원 4차 산업혁명이 전(全)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삼성 스마트스쿨 같은 프로젝트의 위상은 점차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첨단 기술이 속속 등장하는 시대인 만큼 그에 걸맞은 IT 도구에 익숙해지는 것 역시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이런 경향은 자칫 인간성이나 기타 윤리적 덕목을 도외시하거나 왜곡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삼성 스마트스쿨은 최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만으론 달성하기 어려운 ‘감성적 상호작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수한 콘텐츠를 토대로 하되, 그 위에 인간 간 상호 교감과 공동체 의식 같은 게 더해져야 한단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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