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에 ‘맛’과 ‘멋’ 더하는 배경의 힘!
2016/08/01
안녕하세요. 벌써 다섯 번째 칼럼으로 인사 드리는 캘리그래퍼 ‘이랑’입니다. 푹푹 찌는 날씨 때문에 불쾌지수가 높아 상당히 불편하실 텐데요. 그래도 모름지기 여름은 더워야 제맛! 더위 먹지 않도록 평소 물을 많이 드시는 게 중요하다니 꼭 기억하세요.
‘떨어뜨리기’와 ‘먹 번짐 원 그리기’
붓 중심 방향 달리하면 농도 조절 가능
지난 칼럼에선 엽서 쓰기에 도전해봤는데요. 가끔은 이렇게 ‘소소하지만 주는 이의 정성이 담긴’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캘리그래피에서 빠지면 서운한 ‘배경’ 만들기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글씨만 있어도 괜찮긴 하지만 무심한 듯 ‘툭’ 그어주는 선 하나, 찍어주는 점 하나에 또 다른 느낌의 작품이 탄생할 수도 있거든요.
일단 먹물로, 그 다음엔 한국화용 물감으로 각각 배경 작업에 도전해볼게요. 아래 그림은 먹물을 이용한 ‘떨어뜨리기’ 기법인데요. 이때 점검할 건 아래 빨간 화살표로 된 부분입니다.
‘고통’이란 단어엔 가슴 먹먹해지고 아픈 느낌이 담겨 있죠. 그래서 배경에선 먹물을 활용, 그런 인상을 극대화시켰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금방 이해가 되실 텐데요. 일단 붓에 물을 듬뿍 묻혀 한지에 원을 그려줍니다. 전 납작붓을 사용했지만 여러분은 각자 편한 붓을 이용하면 됩니다. 그런 다음, 다시 붓에 먹물을 ‘뚝뚝 떨어질 만큼 흥건하게’ 묻혀 물로 그린 원에 떨어뜨려줍니다. 이때 좀 더 연한 색감을 원하신다면 붓에 먹물을 묻힐 때 물을 섞어 농도를 연하게 만들어주세요.
떨어뜨리기 효과는 다른 방법으로도 낼 수 있는데요. 붓 끝을 한지에 직접 닿게 해 번지길 기다리는 방법입니다. 이번에도 동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
첫 번째 방식은 ‘자연스러운 번짐’에, 두 번째 방식은 ‘깨끗한 번짐’에 각각 적합합니다. 단, 떨어뜨리기 방식의 배경은 위에서 예로 든 것처럼 ‘고통’ 같은 단어에 보다 적절합니다. ‘행복’처럼 밝은 느낌의 단어에 먹물로 번지는 배경을 곁들이면 좀 어색하겠죠?
이번엔 역시 납작붓을 활용, ‘먹 번짐 원 그리기’에 도전해볼게요.
떨어뜨리기 기법과 달리 한지에 붓을 직접 닿게 해 원을 그리는 방식입니다. 위 오른쪽 사진에서 알아차리신 분도 있겠지만 파란 원과 빨간 원의 먹 진하기 정도가 서로 다릅니다. 파란 원은 안쪽 부분이, 빨간 원은 바깥쪽 부분이 각각 진한데요. 그 차이는 붓의 방향에 있습니다. 우선 아래 동영상부터 보실까요?
영상을 보신 후에도 ‘붓에서 먹의 농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가 궁금하신 분, 계실 텐데요. 붓에 먹을 한 번 더 묻혀주기 때문입니다. 붓에 전체적으로 먹을 묻혀준 후, 아래 사진 빨간 원 부분에서 보듯 한 번 더 살짝 묻혀주는 거죠. 원을 그릴 때 빨간 원 부분이 안쪽이 되느냐, 바깥쪽이 되느냐에 따라 진한 부분이 달라지게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아래아래 두 사진 참조>. 다시 말해 붓의 중심(붓을 돌리는 동안 움직이지 않고 중심이 되는 부분)이 먹을 한 번 더 묻힌 쪽인지 여부에 따라 진하게 표기되는 부분이 달라지는 겁니다.

이번엔 한국화용 물감을 이용해 원 그리기에 도전해보겠습니다. 색깔은 각자 원하는 걸로 고르시기 바랍니다.
위 사진 왼쪽 원은 내부가 중심으로, 오른쪽 원은 외부가 중심으로 각각 그려졌습니다.
‘배경선 긋기’
같은 재료도 시차 활용하면 번질 염려 없어
지금까지 떨어뜨리기와 먹 번짐 원 그리기 기법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이번엔 먹물과 한국화 물감을 이용, 배경선 긋기를 배워보겠습니다. 원 그릴 때와 마찬가지로 붓에 먹을 묻힌 후 붓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편하게 그어주시면 됩니다. 사선이나 곡선으로 응용해도 좋겠죠?
위 화살표 부분처럼 한 번 더 묻혀준 붓의 방향에 따라 진한 부분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어렵지 않으시죠? 그럼 이번엔 배경선을 포함시켜 글자를 적어볼게요.
‘노을’이란 글자 아래 붉은 색의 배경선이 그어진 것 보이시죠? 이렇게 배경선만 하나 그어줘도 글자가 한층 멋스러워집니다. 이번엔 먹물과 물감 둘 다 사용한 배경도 보여드릴게요.
한지의 특성상 먹물만 빨아들이기 때문에 배경선을 먼저 그어준 후 충분히 마르면 그 위에 글자를 써줍니다. 이 순서만 잘 지키시면 배경선과 글자가 똑같이 먹물이라 해도 섞이지 않으니 안심하세요.
이번엔 여러 색 물감을 더해 배경선을 만들어볼게요. ‘무지개’란 글자를 곁들였습니다.
어때요, 작품이 한층 화려해졌죠? 이때도 좋아하는 색상을 적절히 활용하시면 됩니다.
여러 개의 물감을 섞어 쓰실 땐 원하는 색깔의 종류만큼 붓을 나눈다고 생각하세요. 너무 진하다, 싶으시면 물감을 붓에 다 묻혀준 후 그 위에 물을 한 번 묻혀 그어주시면 됩니다.
역시 배경선을 긋고 물감이 마르면 그 위에 쓰고 싶은 문구를 써주세요. 배경이 먹물이든 물감이든 좀 진하게 나왔다 싶으면 물을 묻혀 농도를 약하게 해주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작품 하나 더 보여드릴게요. 제가 좋아하는 문구 ‘인연의 끈’을 활용해 만들어봤습니다.
주제와 어울리게 네 잎 클로버를 그리면 어울리겠다, 싶어 연두와 초록 물감을 붓에 묻히고 농도는 약하게 해 네 번 쓱쓱 그어줬습니다.
작품 수준, 배경으로 손쉽게 끌어올리세요!
어렵게 보였던 배경 처리, 알고 보니 간단하죠? 방법만 알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답니다. 실제로 캘리그래피 강습을 나가보면 배경선 수업에 대한 반응이 특히 폭발적이더라고요. 어렵지 않게 작품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요. 요즘 한창 더우니 무지 부채에 배경 처리가 더해진 작품을 만들어 선물하는 것도 좋겠죠? 선물 받는 이가 시원한 여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요.
다음 칼럼에선 ‘낙관 파기’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제 작품 왼쪽 위에 ‘랑’이라고 쓰인 부분 보이시죠? 그게 바로 낙관인데요.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은근히 쓰일 데가 많은 낙관, 손쉽게 만드실 수 있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다음 칼럼도 많이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