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터 VR 앱 제작까지 뚝딱! 우즈벡에선 무슨 일이?
지난 2일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 팀, 일명 ‘우즈정복’은 오랜 준비 끝에 우즈벡행(行)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우즈벡에 정(情)과 복(福)을 나누러 가자”는 뜻에서 팀명을 정했고 현지 학생들이 분야별 최신 IT 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도 마쳤죠.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던 봉사 활동, 과연 현지 반응은 어땠을까요? 우즈벡 팀이 현지에서 펼친 열정적 활동과 감동의 시간을 오늘부터 2회에 걸쳐 들려드립니다.
벌써 3년… IT가 이어준 우즈벡과 삼성전자 간 인연
우즈벡과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의 인연은 올해로 벌써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즈벡 봉사의 키워드는 ‘IT 교육’인데요. 올해 우즈정복 팀 역시 봉사 기간 중 뛰어난 IT 기본기를 갖춘 현지 고교생과 대학생을 가르치게 됐습니다.
봉사는 크게 두 곳에서 이뤄졌습니다. 먼저 현지 정부가 진행 중인 전국 규모 경연 ‘인텔렉트투올 IT 프로젝트 콤피티션(Intellect2All IT Projects Competition)’ 에서 선발된 우수 학생 140여 명에게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이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 수강 자격이 주어졌는데요. 수업은 타슈켄트IT고등학교(Tashkent Professional college of Information Technologies, 이하 ‘ITC’)에서 진행됐습니다. 두 번째 봉사 장소는 ‘우즈벡 최고 공과대학’으로 꼽히는 타슈켄트정보기술대학(Tashkent University of Information Technologies, 이하 ‘TUIT’)이었습니다. TUIT 재학생 중 IT 우수 학생 20여 명에게 추가로 기회가 주어졌죠.
봉사단이 이들을 위해 준비한 수업은 모두 네 과목이었는데요. △라즈베리파이 프로그래밍(Programming with Raspberry Pi) 2개 반(이하 ‘라즈베리파이 1∙2반’) △VR 개발(Developing for Virtual Reality) 1개 반(이하 ‘VR 반’) △3D 모델링과 프린팅(3D Modeling and Printing) 1개 반(이하 ‘3D 프린팅’ 반) △안드로이드 개발(Developing for Android) 2개 반(이하 ‘안드로이드 1∙2반’)등 총 여섯 개 반에서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ITC에서 진행된 첫째 날 오리엔테이션 모습
▲TUIT 수업 마지막 날 건물 앞에서 학생들이 포즈를 취했습니다
라즈베이파이 활용, 직접 만든 자동차로 신나는 경주를!
라즈베리파이는 싱글 보드 형태의 컴퓨터입니다. 라즈베리파이 반 수업을 맡은 단원들은 이 보드에 △리눅스(Linux)와 파이썬(Python) 언어, 티케이인터(Tkinter) GUI를 활용한 코딩 △여러 가지 센서와 카메라 등 부차적 기기를 적용, 소형 자동차를 만들어 모바일 기기나 PC로 조종이 가능하도록 구현하는 걸 이번 수업의 최종 목표로 정했습니다.
▲ITC 라즈베리파이 반에서 우승을 차지한 ‘고스트 쉘’ 팀 소속 무로존(사진 왼쪽)∙딘씨
▲ITC 라즈베리파이 반 수업 도중 ‘Go 5’ 팀원들이 기기 조립에 앞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탐(Tolqinbek Isoqov)·누루딘(Nuruddin Iminokhunov)·무하마드(Muhammad Karimov)·피르다스(Firdavs Khaydarov)씨
라즈베리파이 반은 ITC와 TUIT에 하나씩 개설됐는데요. 박인영 단원(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솔루션팀 책임)은 “학교별로 파견된 봉사단원들이 수업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팁(tip)을 공유하며 좀 더 유익하고 효율적인 수업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은 며칠간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거쳐 라즈베리파이 보드와 파이 카메라(Pi-camera)와 센서 등 각종 부속품을 활용, 소형 자동차를 완성했는데요. 하이라이트는 교육 마지막 날 열린 자동차 경주였습니다. ITC에선 한 교실에 마련한 트랙에서, TUIT에선 아름다운 교정에서 각각 자동차 경주가 진행됐죠.
ITC 라즈베리파이 반 경주의 우승은 ‘고스트 쉘(Ghost Shell)’ 팀에 돌아갔습니다. 팀 리더인 무로존(Murodjon Rakhmonov, 19, TUIT 사마르칸트 캠퍼스 프로그램 엔지니어링 전공 2년)씨는 우승이 확정된 후 상기된 얼굴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라고 운을 뗐는데요. 그는 “수업에 참여하기 전에도 (소프트웨어인) C++이나 파이썬 언어는 익숙하게 다룰 수 있었지만 (하드웨어인) 라즈베리파이에 대해선 별로 아는 게 없었다”며 “앞으론 텔레그램(Telegram) 애플리케이션과 연동, 정보를 받을 수 있는 봇(bot)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럼 학교별로 펼쳐진 자동차 경주, 영상으로 만나보실까요?
▲ITC 라즈베리파이 반 경주는 자동차를 직접 보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는데요. 자동차에 달린 카메라에서 전송되는 영상을 PC 모니터로 보며 조종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난이도가 꽤 높았습니다
▲TUIT 라즈베리파이 반에서 진행된 자동차 경주 당시 모습
라즈베리파이 반 수업의 경우, 비록 기간은 짧았지만 교육의 깊이만큼은 여느 정규 강의 못지않았습니다. 덩달아 수업을 준비한 단원들도 진한 동료애와 짜릿한 성취감을 맛봤죠. 진은영 단원(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디스플레이솔루션개발팀 선임)은 “전문 강사가 아니어서 수업 진행이 능숙하진 않았지만 학생들이 에너지를 많이 줘 그 덕에 즐겁게 강의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진범 단원(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소프트웨어개발그룹 선임)은 “단원들이 함께 준비해 결과를 완성해가는 과정 자체가 보람 있었고 서로 감사하는 마음도 생기더라”고 말했습니다.
남승호 단원(삼성전자 글로벌기술센터 책임)은 능숙한 이론 강의로 ‘남교수님’이란 별명을 얻었는데요. 그는 “학생들과 팀을 만들고 서로 소통하는 과정이 정말 뜻깊었다”며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교육 기간 내내 보여준 우즈벡 학생들의 열정적 자세”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현지 학생들은 봉사단원이 제시하지 않은 과제를 시도해보는가 하면, 스스로 더 많은 걸 해보기 위해 개인 기기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교육 시간이 끝난 후에도 함께 남아 토론에 열중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감동적이었는데요. 남 단원은 “매사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들을 보며 ‘긍정적 자극 부여와 도전적 주제 제시에 초점을 맞춘 수업 방향이 틀리지 않았구나’ 새삼 느꼈다”고 덧붙였습니다.
수준 차 큰 학생들 하나로 묶은 비결, ‘자율’과 ‘협업’
삼성 기어 VR은 가상현실 세계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기입니다. VR 반 수업 진행을 맡은 단원들은 기어 VR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용 도구 ‘유니티(Unity)’ 사용법을 가르치게 됐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VR 앱을 직접 제작해보는 작업까지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출국 전부터 오랜 시간 공 들여 많은 준비를 해갔죠. 하지만 첫 수업을 마친 단원들은 고민에 휩싸였습니다. 강경원 단원(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차세대개발그룹 책임)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VR 관련 경험과 기술 이해도에 관한 학생들의 수준 차가 커 당황했다”며 “수업에 대한 접근 방식을 완전히 달리해야 했을 정도”라고 당시를 회상했죠.
새로운 수업을 고안하기 위해 현지에서 다시 머릴 맞댄 VR 반 담당 단원들. 고심 끝에 이들이 고안한 방법은 ‘모든 학생 관련 정보 프로파일링(profiling)하기’였는데요. 말 그대로 학생 개개인이 어느 정도의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는지, 수업에서 얻고자 하는 게 뭔지 등을 일일이 조사한 거죠. 그런 다음, 실력 차가 다양한 학생들을 고르게 섞어 조를 편성했습니다. 균등한 조별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말이죠. 각 조의 구성원에겐 △팀 리더 △타임 키퍼 △콘텐츠 매니저 △숨겨진 조언가 등 구체적 역할을 부여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자율적 협업이 가능하도록 수업 방향을 바꾸자, 학생들은 이내 놀라운 성과를 내놓았습니다.
▲조별 사용자 분석 내용을 발표 중인 VR반 수강생들
▲직접 만든 VR 앱을 점검 중인 학생들. 사진 맨 오른쪽이 알리씨입니다
조윤선 단원(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혁신전략그룹 책임)은 “수업 내내 지식 전달자나 교사가 아니라 동료 개발자, 혹은 디자이너 입장에서 학생들에게 조언을 건네려 노력했다”며 “서로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이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VR 수업에선 특히 앱 설계에 활용되는 사용자 모델링 방식 중 하나인 ‘페르소나(Persona) 기법’이 활용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페르소나 기법은 가상의 인물을 설정해 사용자의 욕구와 이용 행태를 서술적으로 정의, 목표 사용자를 보다 자세하게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VR 반의 각 조는 전체 학생 앞에서 페르소나 기법에 기반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서로의 아이디어에 대해 자유롭게 피드백을 주며 완성도를 높여갔습니다.
앱 제작 경연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아이디어 명칭은 ‘호러 VR(Horror VR) 프로젝트’였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혹은 갇힌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는 사용자가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VR 앱이었죠.
우승 조에서 활약한 알리(Mukhammadali Khayotov, 21, 타슈켄트 인하대학교<Inha University in Tashkent·IUT> 컴퓨터공학&엔지니어링 전공 3년)씨는 “예전에도 코딩은 많이 해봤지만 시각적 영역과 관련된 VR 분야에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VR 반 참여 동기를 밝혔는데요. 그는 “처음엔 사용자가 지하 공간을 탈출하도록 유도하는 게임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며 “이후 어두움과 갇힌 공간을 두려워하는 사용자를 설정한 후 그들이 앱을 통해 두려움 극복 훈련을 해볼 수 있도록 실용성 측면을 고민,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우즈정복 팀이 펼친 교육 활동 중 일부를 먼저 소개해드렸는데요. 다음 편에선 나머지 교육 활동, 그리고 현지 학생들과 함께 교육 수료를 축하하고 결과를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했던 봉사 마지막 날 ‘미디어데이’ 현장 소식을 묶어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럼 곧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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