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디자이너가 밝히는 ‘삼성전자가 원형 디자인의 매력에 빠진 이유’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에서부터 하늘에 떠 있는 ‘태양’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온통 원형(圓形)으로 가득 차있다. 삼성 기어 S2(이하 ‘기어 S2’), 무풍에어컨 Q9500(이하 ‘Q9500’), 360 카세트, 360 스피커…. 종류는 서로 다르지만 하나같이 원형 디자인이 적용된 삼성전자 제품들이다. 매끄럽고 우아한 느낌의 원형 디자인은 삼성전자 디자이너뿐 아니라 사용자까지 매료시키고 있다. 원형 디자인이 다양한 제품군에서 널리 사랑 받는 이유는 뭘까? 삼성전자 원형 디자인 채택 제품 디자이너에게 직접 물었다.
Q9500_조형미와 기능성,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다
▲Q9500의 원형 디자인은 4년여에 걸친 도전 끝에 완성된 결과물이다
Q9500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 ‘무풍(無風)’이다. 하지만 디자인 측면에서 보면 세 개의 원형 바람문 역시 Q9500를 상징하는 대표적 요소다. 개기월식을 모티브로 제작된 이 ‘미라클 바람문’은 완성도 높은 조형미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Q9500을 디자인한 최민경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팀 수석은 “3년 전 출시된 Q9000에 원형 바람문이 도입된 이래 ‘원형’은 삼성 에어컨의 상징처럼 인식돼 왔다”며 “무풍 냉방이란 신기술을 강조하기 위해 원형 바람문을 포기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했지만 ‘소비자에게 삼성 에어컨의 상징을 계속 각인시키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원형 디자인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Q9500에 꼭 필요한, 하지만 평상시엔 숨어있는 원은 또 있다. 메탈 소재의 13만5000개 마이크로 홀이 그 주인공. 바람문이 닫힌 후에도 냉기를 내보내는 마이크로 홀은 ‘바람 없는’ 에어컨을 구현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실제로 Q9500 사용자는 기기 바로 앞에 손을 갖다 대지 않는 한 찬 바람을 느낄 수 없다.
마이크로 홀 역시 오랜 실험과 도전을 거쳐 완성됐다. 개발 당시 최대 난관은 ‘이슬 맺힘’ 현상을 해결하는 것. 개발진은 다양한 시도 끝에 오디오 스피커 원리에 착안, 냉기가 유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360 카세트_‘균일한 바람’ 눈으로 보여주기에 적합
360 카세트는 시스템 에어컨 중 최초로 사각형(4way)이 아닌 원형 디자인을 적용, 호평 받고 있는 제품이다. 360 카세트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시스템 에어컨 시장에서 디자인은 성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요소였다.
▲(왼쪽부터) 박진선 선임, 신영선 수석, 김태한 사원. 세 사람 모두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팀에서 360 카세트 디자인 업무를 담당했다
신영선 수석은 “사각형 시스템 에어컨의 대표적 단점은 특정 방향으로만 바람이 나오는 것이었다”며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 원형 디자인 도입을 고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태한 사원은 “360 카세트의 경우, 원형 디자인은 ‘균일한 바람’을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귀띔했다.
360 오디오_입체 음향 구현에 ‘인테리어 효과’까지
사진 속 제품, 전형적 스피커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360 오디오 얘기다. 스피커의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는 이 디자인, 어떻게 탄생했을까?
채주락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전무(AV사업팀장)는 “360 오디오는 사용자가 가장 좋은 음질을 어느 방향에서든 고르게 듣는 데 초점을 둬 개발한 제품”이라며 “원형 디자인은 이를 구현하기 위해 채택된 최적의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360 오디오는 기존 제품과 달리 사운드가 사방으로 출력돼 사용자에게 더욱 입체적이고 풍부한 소리를 제공한다. 그뿐 아니다. 타원형의 매끄러운 외관 덕에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함민기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차세대디자인팀 수석은 “기어 360은 구(球)형 디자인을 통해 외관 자체에 360도 이미지를 구현하는 동시에 실내·외에서 두루 활용할 수 있도록 기능성을 더한 결과물”이라며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바(bar) 타입에 비해 주변 환경과도 더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기어 S2_’클래식 시계’의 원형 베젤, 디지털로 부활
전작 기어 S와 달리 원형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주목 받았던 기어 S2. 대다수의 손목시계가 원형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는 만큼 한편에선 기어 S2의 디자인을 당연시하곤 한다. 기어 S2의 원형은 정말 구현하기 쉬운, 무난한 디자인일까?
▲원형 디자인을 채택, 사용자에게 익숙하고 직관적 인상을 선사한 기어 S2
방용석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팀 수석은 “스마트 워치에 원형 디자인을 적용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완벽한 원을 구현하기엔 기술적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UX(User eXperience, 사용자경험) 디자인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가며 이들이 원형 디자인을 고집한 이유는 뭘까? 방 수석은 “원형은 일상에 흔히 존재하는 형태인 만큼 익숙하고 직관적인 게 특징”이라며 “원형 디자인 덕분에 구현할 수 있었던 베젤 조작 방식은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데다 작동법도 (터치 방식보다) 훨씬 간편하다”고 말했다.
기어 S2 베젤은 디자인과 사용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좋은 예다. 홍승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UX혁신팀 책임은 “전통적 시계의 원형 베젤을 디지털 차원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 기어 S2”라며 “원형은 적절한 공간감을 부여할 뿐 아니라 사용자의 시선을 화면에 집중시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젤을 돌릴 때 느껴지는 감촉만 해도 부드럽게 할지, 약간 거칠게 할지 고민을 거듭했다”며 “결국 약간의 촉각을 느끼면서 사용자가 원하는 메뉴에 더욱 쉽게 도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그저 아름답게만 하려고? 기능 극대화하기 위해서!
▲기어 S2 클래식 제품 디자인 스케치
김현 문학평론가는 자신의 책 ‘한국 문학의 위상’(문학과지성사)에서 “문학 작품에서 내용과 형식은 분리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인용하자면 전자제품에서 ‘기능’과 ‘디자인’ 역시 분리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원형 디자인은 단순히 겉모습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등장한 게 아니라 제품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민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에게 안정감과 친숙함을 주는 게 원형의 본질인 만큼 원형 디자인의 강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조형미와 기능성을 겸비한, 또 다른 원형 디자인의 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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