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밍을 예술의 경지로!”… 쿨잼컴퍼니의 실리콘밸리 도전기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네 삶은 음악으로 가득 차있다. 사람들은 흥이 나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물을 마실 때나 새가 지저귈 때, 키보드를 두드릴 때 나는 소리가 문득 아름다운 음악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때뿐이다. 매 순간 공중으로 흩어지는 영감을 빠짐없이 기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음악 이론 따위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도전할 수 있을 만큼 쉬운 방법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쿨잼컴퍼니의 탄생은 바로 이 지점과 맞닿아있다. 세상 모든 이가 음악을 즐기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세상. 쿨잼컴퍼니의 청사진을 세 개의 키워드에 녹였다.
#쿨잼컴퍼니_사람들을_소개합니다
아뇨, 일단은 날아갈 듯 기뻤어요. (웃음) 하지만 요즘은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지고 있습니다.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어야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음악은 모두에게 친숙한 소재이지만 자산 가치가 충분히 매겨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에요. “음악으론 돈 못 번다”는 주변 시선도 있고요. 그래도 희망적인 건 지난 수 천 년간 음악은 단 한 번도 없어지지 않았단 사실이죠. 결국 기회는 늘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할 일은 그 사이에서 길을 잘 찾아가는 것 아닐까요?
음악은 소리의 과학이다. 수많은 음표가 켜켜이 더해지며 아름다운 선율을 완성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음악의 영감을 떠올리는 건 ‘표현’의 영역이지만 이를 보다 정교하게 구현해내는 건 ‘기술’의 영역이다. 쿨잼컴퍼니도 이 부분에 주목했다. 보다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창출하기 위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기술에 손을 내민 것.
최병익 우선 음악 분야 인력을 충원했어요. 실용음악을 전공한 전문가 영입으로 업무 방식을 체계화했죠. 흔히 음악 하는 사람은 감성적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만나보면 의외로 논리적이에요. 실제로 (최근 영입된 실용음악 전문가가) 기존 개발 인력의 코딩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 미국 UC버클리대학에서 클래식 작곡 박사과정을 마친 후 교수로 재직 중이신 분을 고문으로 모셨어요. 음악에 조예가 굉장히 깊으신 분이라 여러 조언을 얻고 있죠. 이래저래 우리 회사에선 공학과 음악 간 시너지가 많이 납니다. 공학적 시각으로 통 풀리지 않던 문제도 음악적 견해를 더하면 쉽게 해결되거든요. 예를 들어 머신러닝의 특성상 코드 진행 학습이 워낙 다양하게 이뤄지다 보니 실용음악 전공자가 봤을 때에도 참신한 게 곧잘 나오더라고요. 업계 용어로 “끼 부린다”고 하는데 “인공지능 코드가 이런 끼도 부리네”란 반응을 곧잘 듣습니다. 2018년 8월 현재 이렇게 학습된 코드가 60만 개쯤 되는데 음악적 요소를 계속 추가한 덕분인 것 같습니다.
최병익 그러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만 해도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어릴 때부터 음악을 유독 좋아해 ‘음악과 관련된 뭔가’를 계속 만들고 싶었거든요. 피아노 연주 경력이 30년쯤 되고 대학 다닐 땐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 수석으로 활동했죠. 교회 밴드에선 드럼과 기타를 익혔고요. 지금껏 다룬 악기를 따져보면 일곱 개쯤 되는 것 같아요. 안영기 이사의 경우, 삼성전자 입사 전 음악 관련 스타트업에 몸 담은 이력이 있어요. 창립 멤버 중 한 명인 이유경 이사는 홍익대학교 인근 소극장 무대에서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할 정도로 기량이 뛰어나고요.
안지호 전 삼성전자에 근무할 당시 오디오 상품 기획 업무를 맡았어요. 사내 밴드나 힙합 동아리 활동을 꾸준히 했고, 대학로나 홍익대학교 쪽에서 공연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최병익 대표에겐 살짝 못 미치지만 피아노도 28년쯤 쳤죠. (웃음) 음악 쪽으로 경력을 이어가고 싶은 맘이 있었는데 우연히 C랩을 통해 험온 프로젝트를 발견했어요. ‘이건 일생일대의 기회다!’라고 생각했죠. 당시 결정 덕에 여기까지 왔고요.
최병익 그렇잖아도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로듀서 여럿과 연락이 닿았어요. 그중 몇몇은 빌보드 차트에 자기 곡을 올린,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프로듀서죠. 대부분 “험온과 협업(collaboration)해보고 싶다”고 말해요. 험온에 탑재된 악기 연주음 활용 관련 문의도 많습니다.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피아노뿐인데 험온이 드럼을 쳐주면 좋을 것 같다” 같은 제안이죠. 어떤 작업을 더 시도해볼 수 있을지 저희도 기대가 큽니다.
음악이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 는 사실에 이견이 없는 시대. 비록 기계 힘을 빌리긴 했지만 험온을 통해 탄생한 멜로디는 지금 이 시각에도 전 세계 곳곳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안영기 회사 공식 일정 중 ‘이용자 리뷰 낭독 시간’이 있어요. 임직원이 정기적으로 모여 진행하죠. 다 함께 둘러앉아 리뷰들을 분석하고 개선 사항으로 정해지면 그 자리에서 바로 각자 해야 할 일을 나눕니다. 물론 다운로드 페이지 내 문의에 답글 다는 건 기본이고요. 험온 누적 다운로드 횟수가 75만 회쯤 됩니다(2018년 7월 기준). 이용자가 만들어낸 멜로디는 100만 개 이상이죠. 어떤 이용자는 아기 옹알이 소리를 험온에 적용, 음악으로 만든 후 유튜브에 올렸더라고요. 누군가에겐 소음에 불과한 소리가 어엿한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 거죠. 저희도 이런 사례를 접하며 매번 새로운 걸 배웁니다.
최병익 네, 음악치료 분야가 대표적이에요. 기존 음악치료는 악기를 두드리고 거기서 나는 소리를 듣는 과정에서 효과를 기대하곤 하거든요. 험온은 사용자 본인의 목소리가 악기 역할을 하는 만큼 결과물을 접할 때의 성취감이 남다르다고들 하더라고요. 교육 분야의 활용 가능성에도 기대를 많이 걸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핀란드에서 열린 스타트업 컨퍼런스에 참가했을 때 한 현직 음악 교사에게서 “교육 쪽에서 험온은 이미 유명하다”는 얘길 듣고 놀랐던 기억도 나네요. 교육 분야는 이제껏 해온 일과 그 성격이 전혀 달라 앞으로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아요.
안지호 저도 신기한 체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현장 답사 현장에서 “험온을 애용한다”는 음악 선생님 한 분을 만났거든요. 그분은 내신에 반영되는 수행평가 때 험온을 쓰시더라고요. “험온으로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붙인 후 그걸 다시 영어로 번역하라”는 게 과제였어요. ‘아, 험온이 교육 현장에서 이렇게도 쓰일 수 있구나!’ 새삼 깨달았죠.
최병익 저작권료 부분, 저희도 생각 많이 해봤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금(무상 이용) 정책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험온은 100% 인공지능 체계로 구동되기 때문에 험온으로 만든 멜로디가 상업적으로도 손색 없는 품질을 갖추려면 후반 작업 등 사람 손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 수준으론 그래요. 만약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멜로디가 인간의 작곡 능력을 위협할 정도로까지 발전한다면 그건 오히려 반색할 일이죠. 인공지능 기술이 그만큼 일정 궤도에 올랐단 뜻일 테니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흔히 음악을 ‘만국 공통의 언어’라고 부른다. 실제로 언어의 한계나 취향 차이 같은 게 음악 앞에선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쿨잼컴퍼니가 선보이는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에서 출발, 어느덧 실리콘밸리에까지 진출하게 된 이들의 다음 목적지는 어딜까?
최병익 지난해 여러 전시회를 가리지 않고 나갔는데 그 덕을 좀 봤어요. 특히 ‘세계 3대 음악 마켓’[1] 중 하나로 꼽히는 미뎀(MIDEM)에 갔을 때 많이 유명해졌죠. 미뎀이 음악 스타트업 쪽에선 제일 유명한 페스티벌이거든요. 거기서 ‘올해의 최고 음악 서비스’에 선정되면서 명성을 얻었어요. 2018년 8월 현재 험온 이용자 분포를 살펴보면 국내가 30%, 해외가 70%예요. 한국인은 대개 자신이 만든 결과물이 “남이 봐도 괜찮은” 수준이어야 자랑하거든요. 해외 소비자는 달라요. 자기만족이 제일 중요하죠. 험온을 쓸 때도 마찬가지예요. 멜로디가 좀 엉성해도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여기저기 공유하거든요. 험온이 ‘평소 안 하던 행동을 하게 만드는’ 서비스라고 할 때 그걸 받아들이는 문턱 차이가 존재하는 거죠. 한국은 꽤 높고 해외는 그보다 훨씬 낮고.
최병익 험온 해외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걸 보고 “글로벌 진출은 필연”이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내부에선 “험온 개발로 축적한 기술을 다른 서비스 기획에 응용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죠. 그런 과정을 거쳐 나온 프로그램이 ‘시너지’입니다. 시너지는 역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 동영상 배경음악을 만드는 서비스인데요. ‘감상’이 목적인 음악과 영상에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은 그 특성이 전혀 다르단 점에 착안했어요. 최근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 중인 동영상 시장도 감안했고요. 저작권 침해 걱정할 필요 없이 배경 음악을 쉽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으니 동영상 편집자나 유튜버 입장에선 무척 유용할 겁니다. 저희가 스카이덱[2] 프로그램에 선정된 것도 시너지 덕분이었어요. 600개 팀이 경합했는데 최종 22개 팀에 포함되며 미국 진출을 성사시켰죠. 당분간은 한국과 미국 두 곳에 거점을 두고 활동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국내에선 험온 운영과 마케팅을, 미국에선 시너지 개발을 주로 하게 될 것 같아요.
최병익 실리콘밸리를 왜 ‘세계 IT 산업의 중심지’라고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주말∙밤낮 할 것 없이 열심히 일해요. 업무 외 시간은 으레 가족과 함께하는 게 미국 문화인데 여기서만큼은 예외죠. 저희도 그 기운(!)을 받아 (스카이덱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게 될) 6개월간 열심히 달려볼 생각입니다.
안지호 쿨잼컴퍼니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많은 분이 저희가 그리는 세상에 공감해주신 덕분이에요. 이제부턴 저희가 선보이는 서비스의 자생력을 갖춰야죠. 험온의 경우, 뮤지션과의 협업 시도 같은 걸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요즘 저희는 험온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상 중이에요. 험온으로 만든 ‘초벌 음악’을 기성 뮤지션에게 전달, 믹싱 작업 등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형태죠.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며 창업 초기 꿈꿨던 ‘뮤직 소셜미디어’의 발판을 차근차근 닦아나갈 생각입니다.
삼성전자와 C랩 출신 스핀오프 기업 간 관계는 최근 IT 업계의 기조라 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정신에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어느 정도 성장해 후배 창업자에게 전수할 만한 노하우를 갖췄다고 판단되면 신생 스타트업들의 멘토로 활동하고 싶어요. 저희가 지향하는 ‘부드럽고 유연한 기업문화’를 대한민국 스타트업 시장에 전파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테니까요. 이런 선순환을 위해서라도 스핀오프의 명맥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다음 연재는 8월 28일(화) ‘링크플로우’ 편입니다
‘스핀오프 1호’ 이놈들연구소가 스타트업 정글에서 터득한 것
망고슬래브에 내려진 특명, “소비자가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라”
‘앞’만 보는 당신을 위해… 링크플로우가 세상을 기록하는 법
[1] 전 세계 음악 관계자가 한데 모여 사업을 협의하고 친목을 다지며 공연도 펼치는 행사. 미뎀 외에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미국)와 뮤직매터스(Music Matters, 싱가포르)가 포함된다
[2] Skydeck. 미국 UC버클리대학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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