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이미 군중인’ 1인 가구 세대, 스마트홈 시장 판도 바꾸다
엄마는 아빠를 깨운다. 벽에 붙은 버튼 중 하나를 누르자, 아빠의 침대가 반으로 접히더니 토스터 같은 모양으로 바뀐다. 아빠는 다 굽힌 토스트마냥 튕겨 나와 던져진다. 그 상태로 바닥이 움직여 아빠를 욕실로 이동시키고 거울 앞에 세운다. 위쪽에서 집게 두 개가 나오고, 그 끝에 달린 치약 묻는 칫솔이 아빠의 이를 닦아준다.
#스마트홈의 원조, ‘젯슨 가족’ 하우스
엄마는 여섯 살짜리 막내아들 ‘엘로이’에게 “아침으로 뭘 먹고 싶으냐”고 묻는다. 그런 다음, 벽에 달린 여러 개의 메뉴 중 달걀 프라이를 선택한다. 요리에 서툰 엄마가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못해 달걀 프라이는 다 타버린 닭 구이 같은 맛으로 변해버렸다. 집 안에서 기계에 가장 밝은 엘로이는 조심스레 말한다. “엄마, 아무래도 로봇 가사 도우미가 필요할 것 같아요.”
이상은 1960년대 미국 방송국 ABC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만화영화 ‘젯슨 가족(The Jetsons)’의 한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세계 최초 TV용 컬러 애니메이션 시리즈’였던 이 작품은 요즘도 IT 전문가 사이에서 종종 거론된다. 집∙사무실 등 극중 젯슨 가족의 일상이 펼쳐지는 공간 곳곳에서 ‘스마트홈’ 기술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홈이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이하 ‘IoT’)에 기반, 가정 환경 관련 노동 관리를 자동화하는 기술을 일컫는다[1]. 젯슨 가족은 몇 년 전부터 스마트 테크놀로지에서 가장 ‘핫(hot)한’ 장르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스마트홈 기술을 반세기나 앞서 예견한 셈이다. 하지만 젯슨 가족네 집에 등장하는 스마트홈 기술은 요즘 한창 개발되고 있는 그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를까?
#‘안전’과 ‘솔로’ 두 마리 토끼 잡아라!
스마트홈 아이템을 개발, 판매하는 기업 ‘아이컨트롤 네트웍스(ICONTROL NETWORKS)’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미국∙캐나다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모아 보고서를 펴냈다. 국내 상황과 다른 점이 존재하긴 하지만 스마트홈 기술에 관한 전반적 동향을 살펴보는 덴 적잖이 도움이 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왜 스마트홈 기술을 구입하는가?”란 질문과 관련, 애니메이션 속 젯슨 가족이 구현했던 모습과는 꽤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위 그래픽에서 알 수 있듯 응답자가 가장 선호한 스마트홈 기술 관련 키워드는 단연 ‘안전’이었다. 실내 감시 카메라는 말할 것도 없고 실외등 자동 원격 조정 장치와 현관문 원격 잠금 장치, 심지어 집 안 TV를 먼 곳에서 켜고 끄는 장치까지 전부 ‘안전’과 관련돼 있다. 실제로 며칠간 집을 비우거나 밤에 늦게 들어가더라도 저녁이 되면 거실과 현관 앞에 불이 켜지고 거실에 TV가 켜져 있다면 밖에서 볼 땐 누구나 “안에 사람이 있다”고 여길 것이다.
보고서가 보여주는 ‘소비자 선호 스마트홈 기술’, 그 두 번째는 에너지 절약과 관련된 것이다. 추운 겨울 외출할 때 실내 난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던 경험, 누구나 있게 마련이다. 보일러를 ‘외출’ 모드로 설정해놓고 나가면 난방비는 절약되겠지만, 밤에 집에 돌아왔을 때 온 집안이 썰렁해져 있어 온기가 돌게 하려면 한참 걸린다. 그럴 때 난방 장치를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다면 집에 도착하기 전 보일러를 적당히 돌려 따뜻하고 포근한 실내를 만들어둘 수 있다.
일반 가정에서 난방비 다음으로 많이 쓰는 게 조리용 에너지원이다. 여기엔 에너지와 안전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걸려 있다. 집을 나와 한참 가다가 ‘혹시 가스 불을 켜두고 나온 건 아닐까?’ 별안간 불안해졌던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해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에너지 사용 상태를 확인하고 원하는 대로 바로잡을 수 있는 기술의 중요성을.
이처럼 스마트홈 기술은 도난에 의한 것이든 부주의에 의한 것이든 가정에서 혹 발생할지도 모를 사고를 막는 일, 즉 ‘안전’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런 경향은 특히 ‘나홀로족’ 젊은이 사이에서 ‘필수 아이템’처럼 선호되고 있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 젊은 층일수록 스마트홈 장비 선호도가 높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안전 관련 품목의 인기가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늘어가는 1인 가구, 스마트홈이 해법?
혼자 사는 사람이 한 세대를 구성하는 건 전 세계적인 추세다. 애틀랜타∙덴버∙시애틀∙미니애폴리스 등 미국 주요 도시는 이미 전체 가구의 40% 이상이 1인 가구다. 워싱턴이나 맨해튼으로 넘어오면 그 비율은 50%에 육박한다. 이 숫자가 놀랍다면 유럽 대도시로 시선을 돌려보자. 프랑스 파리에선 전체 가구의 50% 이상이, 스웨덴의 수도이자 스칸디나비아 반도 최대 도시인 스톡홀름에선 전체 가구의 60%가량이 1인 가구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최대 도시 서울의 경우, 지난해 1인 가구 비중이 27%로 올라서며 4인 가구 비중을 앞질렀다. 아직 해외 대도시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지만 증가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 오는 2020년이면 30%에 이를 전망이다. 산업도시의 특성이 강한 울산 같은 데선 1인 가구 비중이 57%까지 치솟았다.
1인 가구 증가 추세는 어찌 보면 반가운 현상이다. 가족이 가까이 살고 있는데도 굳이 ‘나홀로 라이프’를 즐기고 싶어 혼자 나와 사는 경우도 없진 않겠지만 훨씬 많은 사람이 직장을 따라 1인 세대를 구성한다. 따라서 1인 가구 비중이 크단 건 그만큼 해당 도시에 경제적 기회가 풍부하단 의미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오래전부터 살아와 익숙해진, 여러 명의 가족 구성원이 한 집에 사는 형태에선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안전 사고 발행 위험성이다. 뭔가를 훔치려는 사람 입장에서 ‘빈 집’이나 ‘(여성과 노약자 등) 만만한 사람이 혼자 사는 집’은 꽤 구미가 당기는 먹잇감이다. 에너지 사용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가족이 함께 사는 집이라면 아이가 가스레인지를 켜놓은 채 외출해도 집에 있던 엄마가 끄면 된다.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이 이런 부주의를 저질렀을 경우 그 사고가 어떤 재앙으로 이어질진 상상하기조차 끔찍하다.
반면, IoT 허브로 연결된 각종 기기가 갖춰진 집이라면 이 같은 문제는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다. 현관을 나오면 알아서 문이 잠기고, 어두워지도록 귀가하지 않아도 거실과 현관 등이 자동으로 켜지며, 거실 TV 역시 자동으로 재생돼 마치 누군가 있는 듯한 인상을 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간 큰 도둑이라도 이런 집에 침입할 엄두를 내긴 힘들 것이다. 그뿐 아니다. 수도관 어딘가가 잘못돼 물이 새더라도 집 주인에게 스마트폰으로 연락이 가기 때문에 집 전체가 물바다 될 염려도 없다.
#1000㎞ 거리서 집에 든 강도를 잡다
다음은 1000㎞나 떨어진 곳에서 집에 든 강도를 잡은 수잔(Susan)씨의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것이다.
전 1년의 절반은 미네소타에서, 나머지 절반은 캔자스에서 살아요. 그래서 이쪽 집에 머무를 때 다른 쪽 집 사정이 늘 궁금했죠. 가격이 합리적이면서도 좋은 제품이 없는지 살펴보던 중 우연히 스마트싱스 스마트 모션 센서와 허브 제품을 알게 돼 구입, 미네소타 집에 설치했어요. 스마트폰에 미니 모니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도 깔았고요.
몇 달 후, 그때 전 캔자스에 살고 있었어요. 오전 7시 58분,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고 있는데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어요. 1000㎞도 더 떨어진 곳에 있는 미네소타 집 안에 뭔가 움직임이 있다, 는 내용이었죠. 미니 모니터 앱을 켜고 보니 현관문이 아주 조금 열려 있고 문 옆 탁자 위엔 장비 상자 같은 게 놓여 있었어요.
전 그 즉시 미네소타 집 근처 경찰 지구대에 전화해 “누군가 내 집에 들어간 것 같다”고 신고했어요. 바로 그 순간, 도둑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서둘러 나가려다 메고 있던 가방 속 물건이 주르르 흘러내린 거죠. 도둑은 그걸 주워 담느라 몇 분 지체하다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어요. 3분쯤 후 다시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가 왔어요. 지하실에도 움직임이 있다, 는 내용으로요. 그쪽 카메라를 모니터로 보니 경찰이 잠복해 있는 게 보였어요.
그 순간, 스마트폰 전화벨이 울렸어요. 받아보니 경찰이더군요. “집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뒤뜰에 검정색 밴이 한 대 주차돼 있는데 혹시 당신 거냐”고 물었어요. 전 아니라고 답했죠. 경찰은 제 얘길 듣자마자 밴을 포위하고 습격, 그 안에 있던 도둑을 잡았어요. 도둑은 벽장에 붙박이로 설치돼 있던 제 금고를 뜯어 도망치려다 경찰차가 골목길을 막고 있는 걸 보고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대요.
근데 참 희한하죠.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안 전 전혀 무섭거나 두렵지 않았어요. 상황이 전개되는 걸 차분히 지켜보면서 오히려 뭔가 힘이 생겨나는 것 같았답니다. 불과 200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이처럼 기분 좋게, 그리고 편안하게 도둑을 잡을 수 있다니! 나중에 제 얘길 듣고 스마트싱스 장비를 둘러본 경찰도 꽤 놀라는 눈치였어요.
#스마트홈 기업, 1인 가구에 주목하라
대도시에서 1인 가구가 늘어가고, 타인과 부대끼며 살기보다 혼자 사는 걸 선호하는 젊은 층이 급증하는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지나친 개인주의가 빚어낼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걱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에릭 클리넨버그(Eric Klinenberg) 미국 뉴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생각은 좀 다르다. 최근 ‘솔로로 간다: 혼자 살기, 이상할 정도로 늘어나며 놀라울 정도로 매력 있는(Going Solo: The Extraordinary Rise and Surprising Appeal of Living Alone)’이란 책을 펴낸 그는 자신의 오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결혼해서 가족을 이루고 사는 사람보다 혼자 사는 사람이 더 활발하게 사회 생활을 영위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스템이다.
클리넨버그 교수는 이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집단 생활을 영위하고 핵가족을 기본 단위로 살아가는 존재’로 규정돼온 인간이란 생물은 비로소 ‘혼자 살아가기’ 실험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전 세계 사회가 디지털 방식으로 얽히게 되면서부터다. (중략) 이제 인간은 혼자 살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시기와 방식, 조건으로 타인과 함께할 수 있게 됐다.”
“혼자서 이미 군중(One is crowd)”이란 주장은 비단 클리넨버그 교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사회 평론가들이 “나홀로족이 오히려 더 폭넓고 풍부하게 디지털 사회 생활을 즐기며, 그 연장선상에서 오프라인 사회 생활도 자유롭게 영위한다”고 입을 모은다. 21세기, 새로운 밀레니엄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이 같은 경향은 스마트홈 장비 선호 추세와도 쉽게 연결된다. 그리고 향후 스마트홈 장비가 어떤 방향으로 개발돼야 할지에 대한 ‘힌트’도 제공한다.
미래의 스마트홈 장비에선 안전과 에너지 관리 등 예전 세대가 관심을 보일 분야를 한 단계 뛰어넘을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요리를 해주는 기기, 혹은 음식을 같이 먹을 때 누군가와 나누는 느낌을 제공하는 기기가 나오진 않을까?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스마트 쿠커’나 (투명 배경 모니터가 활용되는) 가정용 사이니지 같은 장치가 밀레니엄 세대의 선호 아이템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반려동물이나 식물 재배 관련 장비가 각광 받을 수도 있다. 요즘 1인 가구 중에선 동식물을 키워보고 싶어도 집을 비운 사이 관리 문제가 걱정돼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에게 물이나 사료를 자동으로 제공하고, 사용자가 그 상태를 쉽게 모니터링할 수 있게 설계된 기기 등이 각광 받는 것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1] 스마트홈에 관해선 지난해 10월 21일자 스페셜 리포트 “나 혼자 ‘스마트하게’ 잘 산다! 스마트 에이징, 베이비붐 세대의 인생 전략”, 같은 해 11월 11일자 스페셜 리포트 “초읽기 들어간 ‘사물인터넷발(發) 스마트 라이프’_벤 에드워즈 스마트싱즈 공동창립자 인터뷰”에도 일부 소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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