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헬스케어, IT 만나 날개 달다

2017/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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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특집 4부작 기획 '도시, IT를 입다' 1. '소통' 편 2. '주거'편 3. '웰빙'편 4. '여가'편
21세기의 특징으로 다양한 속성이 꼽힌다. 그중 하나가 바로 ‘도시화(都市化, urbanization)’다. 국제연합(UN)사무국 경제사회부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세계 인구의 54%가 도시에 살고 있다. 2050년이면 해당 비율은 66%를 넘길 전망이다. 이 추정대로라면 21세기는 ‘도시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삼성전자 뉴스룸은 도시와 IT의 관계를 조명함으로써 도시 생활에서의 IT 기술 전개 양상과 의미를 조명하는 스페셜 리포트 송년 기획 ‘도시, IT를 입다’를 마련했다. 이번 연재는 ‘도시’라는 키워드를 기준으로 현재까지 개발된 IT 기술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 한편, IT가 도시인의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그 문화사적 의미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16세기와 17세기, 유럽 사람들은 “병자(病者)를 피하기만 하면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위생 개념이 아직 확립되기 전의 일이다. 14세기, ‘검은 죽음(Black Death)’으로 불리던 페스트가 유럽을 돌며 런던 같은 곳에선 인구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기도 했다. 이후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은, 거의 모든 질병에 대한 과잉 반응 수준으로 확산됐다. 한동안 고열과 구토 등 가시적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관행처럼 무조건 병원에 보내졌다.

시대 따라 바뀌는 웰빙 개념

▲ 1720년대 흑사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프랑스 시민들의 모습 (출처:위키미디어)

▲ 1720년대 흑사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프랑스 시민들의 모습 (출처:위키미디어)

초기 병원은 국가가 운영했다. 당시 병원은 지금과 사뭇 다른 공간으로, 그저 ‘격리소’에 지나지 않았다. 가족 중 심한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으면 이웃의 눈총 때문에라도 병원에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들것에 실려 병원에 옮겨진 사람들은 그곳에서 그저 딱딱한 침대, 심지어 찬 바닥에 던져져 다른 환자들과 뒹굴며 죽을 날을 기다려야 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의 충격적 저서 ‘임상의학의 탄생’에 따르면 대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보통 1주일, 길어야 2주일 정도면 병원에 들어온 환자는 세상을 떴다. 푸코는 병원을 ‘죽음의 신전(神殿)’이라고 불렀다.

건강은 21세기에 들어선 요즘도 여전히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300년 이상 지나며 사람들의 생각은 성숙해지고 경험도 쌓여 병원의 모습도 이제 많이 달라졌다. 좀 더 근본적으론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개념 자체가 달라졌다. 국제연합(UN) 세계건강기구는 1946년 설립 당시 제정된 건강헌장에서 이미 건강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건강이란 단지 질병이나 신체 쇠약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라 완전한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웰빙(well-being) 상태를 말한다.”

사회적으로 이미 익숙해진 ‘웰빙’이란 말, 사전을 찾아보면 이렇게 정의돼있다.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삶의 유형이나 문화를 통틀어 일컫는 개념” 그러니까 건강은 신체의 문제일 뿐 아니라 정신의 문제인 동시에 삶 전체의 문제란 것이다.

‘얼리 어댑터’ 김삼성씨의 하루

‘스마트 기기 얼리 어댑터’ 김삼성씨. 모닝콜에 맞춰 눈을 뜬 그는 알맞게 데워진 물로 샤워하고 정신을 차린 후 거실로 향했다. 그를 맞은 건 구수한 커피 냄새.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한 그는 커피를 마시며 화면을 좌우로 쓸어 넘긴다(swipe).

스크린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콘텐츠는 지난밤 자신이 어떤 패턴으로 잠들었는지 인포그래픽으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거나 (원하면) 소리로 들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다.

스크린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콘텐츠는 지난밤 자신이 어떤 패턴으로 잠들었는지 인포그래픽으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거나 (원하면) 소리로 들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다. 김씨는 어제 침대에 누워 처음 15분가량은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아침에 인포그래픽을 확인하니 일정 간격으로 뇌파 안정음을 내는 스마트폰 앱 덕분에 점차 깊은 잠에 빠져들게 된 모양이다. 원래 수면난호흡증이 있어 어쩌다 옆에서 자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곤 했던 그는 최근 개발된 치료 앱 덕분에 증세가 많이 좋아졌다. 인포그래픽은 그의 수면 중 호흡 상태를 “대체로 정상”으로 표기했다.

가운을 벗고 와이셔츠를 입기 전, 김씨는 잊지 않고 스마트 가슴띠를 착용했다. 얼마 전 과로로 사무실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이후 당시 의사가 권고한 장치였다. 여기서 발생하는 신호는 △심전도 △심박동수 변화 △호흡 변화 △피부 온도 △근육 활동량 등 김씨의 다양한 신체 상태 지표를 보기 쉬운 차트로 만들어 그가 착용한 웨어러블 기기에서 언제든 볼 수 있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그가 다니는 병원 주치의와 간호사에게도 보내진다. 그가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위급한 상황이 되면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경고음을 울리고, 심할 경우 의사나 간호사가 직접 전화해 상황을 점검하기도 한다.

‘운동 좀 해야겠다!’ 현대 도시인이면 누구나 하는 결심, 그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얼마 전 무리하게 리프팅 동작을 취하다 근육이 파열된 직장 동료 중 한 명의 전철을 밟을 우려는 없다. 그의 웨어러블 기기엔 ‘개인적 활동 인텔리전스(Personal Activity Intelligence, PAI)’란 앱이 있어 그의 신체 상태에 가장 적합한 운동의 양과 종류를 권해준다. 또 그가 자신의 신체 회복력 한계를 넘어서거나 약한 부분을 무리하게 쓰는 운동을 하면 경고음을 울려 휴식을 취하게 한다. 회사에 도착한 김씨, 심호흡하며 고층 빌딩 사옥을 올려다본다. 오늘은 PAI가 권해준 대로 17층에 있는 사무실까지 계단으로 쉬지 않고 올라가볼 계획이다.

이상은 ‘김삼성’이란 가상 인물의 일상을 통해 21세기 도시인이 취할 수 있는 웰빙 추구 행동을 살펴본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정보통신(IT) 디바이스와 앱 등 기술적 요소는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 Show) 2017에서 첫선을 보인 아이템이다. 다시 말해 2017년 12월 현재 충분히 이용 가능한 기술인 셈이다.

이상은 ‘김삼성’이란 가상 인물의 일상을 통해 21세기 도시인이 취할 수 있는 웰빙 추구 행동을 살펴본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정보통신(IT) 디바이스와 앱 등 기술적 요소는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 Show) 2017에서 첫선을 보인 아이템이다. 다시 말해 2017년 12월 현재 충분히 이용 가능한 기술인 셈이다.

김씨의 일상에서 엿볼 수 있는 건강 추구 행동이 17세기 유럽 병자를 둔 가족 구성원의 행동과 달라진 점은 뭘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건강이 나빠진 사람을 방치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좋아지도록 노력한단 사실일 것이다. 그와 함께 그런 노력에서 IT가 뚜렷하게 빛을 내고 있다는 점도 인지되지 않을 수 없다.

건강 관리 중심, ‘국가’서 ‘개인’으로

IT가 개인의 일상 속에 밀착되며 일어난 최대 변화는 건강 관리의 중심이 국가에서 개인으로 옮겨왔단 사실이다. 중세 유럽 국가는 ‘병자들을 수용’함으로써 사회적 차원의 건강 관리를 시작했고, 이후 보다 전문적인 민영 병원이 발달하며 건강 관리는 사용자 입장을 더욱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IT가 개인의 일상 속에 밀착되며 일어난 최대 변화는 건강 관리의 중심이 국가에서 개인으로 옮겨왔단 사실이다. 중세 유럽 국가는 ‘병자들을 수용’함으로써 사회적 차원의 건강 관리를 시작했고, 이후 보다 전문적인 민영 병원이 발달하며 건강 관리는 사용자 입장을 더욱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건강 문제는 대체로 전문가 영역에 속했다. 뭣보다 건강을 가시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지표는 전문적 장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고, 그걸 이용하려면 병원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지표의 정보들을 통합해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진단 내리는 행위는 오롯이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확인했듯 IT 기술의 약진과 확산으로 인한 정보의 확산은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 수준을 확 끌어올렸다.

1년 전 스페셜 리포트 연말 기획 중 하나였던 “디지털, 세상을 뒤집다 ①정치_SNS, ‘아테네 민주주의’ 부활의 신호탄”에서 확인했듯 IT 기술의 약진과 확산으로 인한 정보의 확산은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 수준을 확 끌어올렸다. 마찬가지로 의료 정보가 스마트 기기에서 구동되는 앱을 통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전문적 판단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되면서, 전문가 영역에 집중됐던 ‘건강 관리’란 행동은 비전문가도 이용할 수 있는 개인적 차원의 것으로 전환됐다.

IT는 분산형 네트워크 사회의 기반 기술인 동시에 분산형 산업활동으로 완성돼가는 기술이다. 스마트 기기가 점차 확산되며 기존 기업 유형과 전혀 다른 스타트업도 우후죽순 탄생하고 있다. 큰 조직을 기반으로 한 자리에 모여 ‘하나의 회사’란 행동 원리에 일관되게 상품을 생산해내던 경제활동 유형도 여전히 건재하지만, 작은 단위로 움직이면서 틈새시장을 노린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도 무수히 발생하면서 기업 생태계를 이뤄가고 있다. (스타트업과 대형 기업의 공존 생태계에 대해선 스페셜 리포트 “도전과 혁신은 최고의 가치! 파격적 스타트업 지원 시작한 삼성전자” <2015년 8월 26일자>, 삼성전자 출신 유망 스타트업 탐방기 ①모픽<2016년 4월 6일자> ②스왈라비<2016년 4월 20일자> ③블루핵<2016년 4월 27일자> ④E2E<2016년 5월 4일자>를 각각 참조할 것)

일상 속 걷기 운동

이런 스타트업의 노력이 특히 빛을 발하며 많이 집중돼 있기도 한 게 헬스케어 분야다. 사용자뿐 아니라 생산자까지도 그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디테일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삼성이 지원해준 스타트업 중 하나인 ‘스왈라비’가 만든 사용자 맞춤형 보행 장려 앱 ‘워크온’은 사용자가 더 많이 걷게 하기 위한 인센티브와 관련 기업 행사를 연계, 사용자로선 건강 증진 효과를, 기업으로선 홍보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요즘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건강 분야와 관련해 스마트 기기나 앱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이미 만들어진 앱만 수천 개에 이를 정도다. 이 같은 흐름을 보면 건강한 삶을 누리고 싶은 현대 도시인 누구나 품을 법한 질문들, 다시 말해 “내가 먹으려고 하는 이 식품이 진정으로 내 몸에 도움이 될까?” “현재 내 생활 유형을 가능한 수준에서 더 건강하게 바꾸려면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까?” 등을 모두 속 시원히 해소시켜줄 수 있는 앱이 개발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지금이야말로 진짜 변화 이끌어낼 때”

프로스트앤드설리반의 '헬스 케어 분야 사회적 혁신 보고서'에 의하면 65세 이상 인구는 2010년 5억2400만 명이었지만 2050년이 되면 15억 명에 이를 걸로 추산된다.

이 같은 분산형 확장세, 그리고 전 세계적 노령화 추세와 더불어 건강 관련 분야의 시장 규모도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걸로 예측되고 있다. 프로스트앤드설리반의 ‘헬스 케어 분야 사회적 혁신 보고서’에 의하면 65세 이상 인구는 2010년 5억2400만 명이었지만 2050년이 되면 15억 명에 이를 걸로 추산된다. 그쯤이면 OECD 국가의 건강과 수명 관리 관련 비용이 GDP의 14% 정도로, 지금보다 두 배가량 높은 비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BRIC 국가(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에선 현재 GDP의 약 2.5%가 건강관리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지만 2050년이면 10% 정도로 올라갈 전망이다. 그야말로 광대한 블루오션이다.

근대 초기 유럽과 비교해보면 건강관리 행태가 얼마나 크게 달라져왔는지 충격적일 정도지만 이 분야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엄청난 시장 잠재력과 만만치 않은 과제를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 영국 주요 일간지 중 하나인 텔레그래프는 그 과제와 해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개인화와 디지털화, 웰니스(wellness)와 사용자 참여 등 다양한 방면으로 흥미로운 발전이 계속되고 있어 기업과 건강관리 기관은 이들을 잘 이용함으로써 우리들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진짜 변화를 이끌어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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