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구겐하임미술관이 지향했듯… 도시, ‘살아있는 유기체’로 거듭나다

201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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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도시 이야기 두 번째, 주거 편21세기의 특징으로 다양한 속성이 꼽힌다. 그중 하나가 바로 ‘도시화(都市化, urbanization)’다. 국제연합(UN)사무국 경제사회부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세계 인구의 54%가 도시에 살고 있다. 2050년이면 해당 비율은 66%를 넘길 전망이다. 이 추정대로라면 21세기는 ‘도시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삼성전자 뉴스룸은 도시와 IT의 관계를 조명함으로써 도시 생활에서의 IT 기술 전개 양상과 의미를 조명하는 스페셜 리포트 송년 기획 ‘도시, IT를 입다’를 마련했다. 이번 연재는 ‘도시’라는 키워드를 기준으로 현재까지 개발된 IT 기술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 한편, IT가 도시인의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그 문화사적 의미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전부 하나야! 부분별로 지어 합쳐진 게 아니라 전부 통합돼있는 것! 살아있는 유기체로서의 빌딩! 이게 바로 내가 지금껏 지향해온 원칙이지.”

‘네모 일색’ 빌딩 숲 비집고 나온 나선형 계단

1957년,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1959)가 했던 말이다. 그는 자신이 설계한 뉴욕 맨해튼 소재 구겐하임미술관이 완성돼가는 현장을 방문한 후, 제자들에게 위와 같이 외쳤다고 전해진다. 이때부터 ‘살아있는 유기체로서의 빌딩(building as a living organism)’이란 키워드는 건축가 사이에서 중요한 화두가 됐다.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왼쪽 사진)과 구겐하임미술관 전경 (출처 : 위키미디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왼쪽 사진)과 구겐하임미술관 전경(출처: 위키미디어)

구겐하임미술관이 이전까지의 빌딩과 가장 크게 다른 부분은 ‘파격적 자연미’로 대표되는 외형적 구조다. 나선형 계단이 건물 외곽을 돌며 자리 잡은 가운데 모든 층이 이 계단을 중심으로 자연스레 연결된다. 구미 선진국이 앞다퉈 네모난 상자처럼 생긴 빌딩을 더 크게, 더 높게 지어 올릴 때 라이트는 건축물이 ‘살아있는 유기체로서의 아름다움’을 갖출 수 있도록 시도한 것이다.

구겐하임미술관은 이후 시대 흐름과 기술 발달에 따라 내부 구조를 여러 차례 고쳤다. 하지만 나선형 계단은 처음 디자인 그대로 남아 전해진다. 후대 건축가들은 리모델링 작업을 할 때마다 이 건물이 당초 라이트가 의도했던 ‘살아있는 유기체로서의 빌딩’에 더 가까워졌다고 선언하곤 했다.

지난해 7월, 영국 소재 빌딩 자동화 솔루션 기업 ‘스마트 빌딩스’ 대표 제임스 시노폴리(James Sinopoli) 박사는 ‘스마트 빌딩을 위한 첨단 기술(Advanced Technology for Smart Buildings)’이란 저서에서 스마트 빌딩 기술 활용 사례로 구겐하임미술관을 꼽았다.

스마트 뮤지엄

실제로 이 미술관 운영진은 블루투스 기술을 활용, 관람객이 특정 미술품에 얼마나 자주 다가가는지 측정한다. 눈동자 추적 기술을 통해 어떤 작품을, 얼마나 오랫동안 보는지도 확인한다. 이렇게 획득한 데이터를 토대로 전시 형태·공간·일정은 물론, 후원금 모금 행사까지 계획한다. 흡사 눈치 빠른 가게 주인처럼 전시실 자체가 관객의 시선과 발길이 머무는 곳을 정확하게 포착, 더 많은 고객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는 한동안 첨단 빌딩의 꿈이었던 ‘자동화’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도약이다. 빌딩이 마치 사람처럼 타인의 행동에서 정보를 수집, 판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겐하임미술관은 지어진 지 꼭 60년 만에 설계자 라이트의 말처럼 ‘살아있는 유기체’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

SF소설 소재였던 스마트홈, 3년여 만에 현실로

‘살아있는 집’이란 표현을 들으면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가 연상되는가? 사회생활에 지쳐 집에선 그저 쉬고만 싶은 현대인이라면 ‘필요한 걸 척척 알아서 대령하는’ 집을 떠올릴 것이다. 배가 고파 ‘뭐 먹을 것 없나’ 생각만 하면 눈앞에 진수성찬으로 가득한 식탁이 나타나고, 졸음이 쏟아지는 순간 따뜻이 데워진 이부자리가 펼쳐지는 집 말이다(동화 속에선 대체로 마술 어멈이나 요정이 그런 일을 해준다).

‘살아있는 집’이란 표현을 들으면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가 연상되는가? 사회생활에 지쳐 집에선 그저 쉬고만 싶은 현대인이라면 ‘필요한 걸 척척 알아서 대령하는’ 집을 떠올릴 것이다. 배가 고파 ‘뭐 먹을 것 없나’ 생각만 하면 눈앞에 진수성찬으로 가득한 식탁이 나타나고, 졸음이 쏟아지는 순간 따뜻이 데워진 이부자리가 펼쳐지는 집 말이다(동화 속에선 대체로 마술 어멈이나 요정이 그런 일을 해준다).

3년 전, 스페셜 리포트에서 처음 사물인터넷을 주제로 스마트홈 얘길 꺼냈을 때만 해도 스마트홈의 미래는 공상과학 소설 속 풍경에 불과했다. 1년 반 전 ‘스마트싱스(Smart Things)’를 소개하며 비로소 현실 기기(device)로 구현 가능한 스마트홈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스마트홈은 더 이상 상상 속 얘기가 아니다. 스마트홈을 구현하는 기기 종류는 다양해졌고, 생산자 수는 급증했으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하나로 조작 가능한 기능도 점차 늘고 있다.

▲삼성 스마트싱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동영상 두 편

▲삼성 스마트싱스의 구동 원리를 설명하는 동영상 중 한 장면(바로 보기)

▲삼성 스마트싱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동영상 두 편

▲삼성 스마트싱스로 달라질 일상을 보여주는 동영상 중 한 장면(바로 보기)

오늘날 스마트홈 환경에서 실내 냉난방과 환기가 외부 환경 변화에 맞춰 자동으로 제어되고, 인기척을 감지해 필요한 곳에서만 조명과 공조 장치가 가동되는 건 ‘기본’이다. 요즘은 여기에 더해 외부 환경 변화가 한층 폭넓고 다양한 방식으로 집 안 에너지 사용 방식과 연동된다. 이를테면 태양광 패널을 활용, 햇빛 강한 날 자동으로 세탁기에 전력이 공급되는 식이다.

그뿐 아니다. 요즘 스마트홈 사용자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으면서도 스마트폰 앱으로 모든 (창)문을 여닫을 수 있다. 창문의 경우, 유리 표면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감지해 자동으로 닫히기도 한다. 사용자가 문 앞을 떠나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고, 수상한 사람이 접근하거나 침입하면 사용자의 스마트폰 앱과 보안 경비 업체로 동시에 연락이 취해지는 장치도 기본 기능 중 하나다. 이 밖에도 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가족, 주인이 없는 동안 혼자 집을 지켜야 하는 반려동물의 행동 유형을 파악해 특이 사항 발생 시 조치하는 기능도 다양하게 발달돼 있다.

스마트시티는 스마트홈 확장판… 관건은 ‘연결’

스마트홈의 편의성이 비단 도시에 국한되는 건 아니다. 인터넷만 원활하게 연결되면 전원(田園) 한가운데서도 얼마든지 스마트홈을 구축할 수 있다. 결국 스마트‘홈’과 스마트‘시티’의 차이를 가르는 건 집 안에서의 편리가 외부 세상으로까지 이어지느냐의 여부다.

스마트홈의 편의성이 비단 도시에 국한되는 건 아니다. 인터넷만 원활하게 연결되면 전원(田園) 한가운데서도 얼마든지 스마트홈을 구축할 수 있다. 결국 스마트‘홈’과 스마트‘시티’의 차이를 가르는 건 집 안에서의 편리가 외부 세상으로까지 이어지느냐의 여부다.

스마트시티 거주자 A의 일상을 가정해보자. 등 뒤로 스마트록(smart lock)이 철컥 잠기는 소릴 들으며 집을 나선 A. 도로로 들어서자 몇 미터 앞서 가로등이 저절로 켜지고 횡단보도에 서니 신호등이 알아서 파란불로 바뀐다. 만약 A가 자동차 운전자라면 그의 차, 혹은 스마트폰 앱은 도시의 혼잡을 피해 가장 빠른 길로 안내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가장 가까우면서도 주차 요금이 저렴하거나 아예 없는 주차 장소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알려준다. 주유소나 (전기자동차용) 충전소 등의 정보도 제때, 사용자가 원하는 수준으로 제공된다.

A가 사는 도시에선 모든 일이 ‘스마트하게’ 처리된다. 동네 주민이 함께 사용하는 폐기물 분리 수거함엔 센서가 부착돼있어 수거함이 다 차면 그 근처를 지나는 수거용 트럭으로 관련 정보가 전달된다. 폐기물이 적정 시점에 회수되는 구조인 만큼 처리 비용도 절감된다. 센서를 잔디밭에 설치하면 비가 며칠간 오지 않아 물을 줄 필요가 있을 경우에만 스프링클러가 작동되게 할 수도 있다.

도로엔 교통량 감지 센서가 탑재돼 신호등이 켜지고 꺼지는 현상을 조정한다. 오염 배출 센서도 설치돼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차량에 경고를 보낸다. 심한 경우 단속반에 연락, 출동하게 할 수도 있다. 사고가 나면 자동으로 경찰서와 소방서 등 관련 기관에 연락이 가 신속한 처리를 돕는다.

▲ ‘빈치 에너지’의 스마트시티 소개 영상

▲빈치에너지가 제작한 스마트시티 작동 원리 소개 영상(바로 보기)

“도시를 더욱 살 만하게, 더욱 살아있는 것처럼!” 프랑스 에너지·ICT 전문 기업 ‘빈치에너지’가 내세우는 스마트시티의 슬로건이다. 스마트홈이 스마트시티로 확장되며 집과 외부 세계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모든 게 연결되는(connect)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원칙은 ‘살아있는 것 같은’ 공간의 창출이다, 구겐하임미술관이 그랬던 것처럼.

에너지 절감 면에서도 스마트빌딩 보급은 호재

▲ 폴란드를 대표하는 마천루 중 하나로 주목 받는 ‘스파이어빌딩(Warsaw Spire)

▲폴란드를 대표하는 마천루이자 첨단 스마트빌딩으로 주목 받는 바르샤바 스파이어

지난 9월 17일자 스페셜 리포트(2년 넘게 60여 명이 매달렸다… 빌딩, ‘진짜 IoT’를 입었다)에서 소개했듯 삼성전자는 스마트빌딩 기술 부문에서 글로벌 선두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탄생시킨 스마트빌딩 ‘바르샤바 스파이어(Warsaw Spire)’는 첨단 센서 장치를 활용, 실내 환경을 쾌적하고 효율적으로 조성해주는 융합 솔루션이다.

바르샤바 스파이어가 보여주듯 스마트빌딩 기술의 핵심은 ‘에너지 제어’다. 당연한 일이다. 도시 전체의 에너지 사용량 측면에서 봤을 때 빌딩이 소비하는 에너지 비중은 단연 최대다. 지난해 기준 뉴욕시와 서울시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45%와 56%가 각각 빌딩 소비 에너지였다. 단일 빌딩 운영비를 따졌을 때에도 에너지 비용은 운영비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에너지 절약은 지구온난화 현상 방지 등 환경 보전 측면에 기여하는 건 물론, 경제적으로도 큰 이익이 된다.

스마트빌딩에서의 에너지 절감 구현 정도는 평범한 빌딩에서의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 일단 건물 안팎에 온도 센서가 설치돼 계절이나 햇볕 받는 정도에 따라 자동 냉난방 장치가 가동된다.

스마트빌딩에서의 에너지 절감 구현 정도는 평범한 빌딩에서의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 일단 건물 안팎에 온도 센서가 설치돼 계절이나 햇볕 받는 정도에 따라 자동 냉난방 장치가 가동된다. 기계실에서 발생하는 폐열(廢熱)은 회수된 후 가열 장치 작동 설비에 투입, 재활용된다. 물론 열 회수 장치는 실내에도 설치된다. 센서는 사람 존재도 인식, 방이 비어있으면 에어컨이나 조명을 알아서 꺼준다. 이 같은 시스템 구동에 필요한 정보 교환은 100% 무선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컨트롤룸(control room)은 인공지능 기반 최적화 계산을 거쳐 모든 장치를 제어한다.

공조나 조명은 사람들의 의식에 잘 잡히지 않는 부분이다. 빌딩 내부 생활의 다른 측면, 예를 들어 △장소 안내 시스템 △문의 여닫힘 조절 △벽면이나 천정의 이동을 통한 공간 확보 같은 기능이 스마트폰 앱 하나로, 아니 단순히 사용자의 몸짓 하나로 착착 구현된다면 그야말로 살아있는 도시의 품속에 파묻힌 것 같지 않을까?

‘원활한 소통 돕고 공간 생기로 채우는’ IT 기술

분자생물학 기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유기체의 세포는 단백질로 구성된 미세 필라멘트를 통해 끊임없이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다. 단, 이 소통은 해당 생명체의 목숨이 끊어지면 즉시 중단된다. 다시 말해 ‘살아있는 유기체’는 구성 부분 일체가 연결돼 끊임없이 소통해야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

생물학자들은 오랫동안 “인체 세포 사이에서 뭔가가 원활하게 소통(communication)하고 있다”고 추정해왔다. 그런 전제 없인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무시로 일어나는 데 따른 판단이었다. 그 정확한 메커니즘이 파악된 건 1990년대 들어 발달하기 시작한 분자생물학 덕분이다. 분자생물학 기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유기체의 세포는 단백질로 구성된 미세 필라멘트를 통해 끊임없이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다. 단, 이 소통은 해당 생명체의 목숨이 끊어지면 즉시 중단된다. 다시 말해 ‘살아있는 유기체’는 구성 부분 일체가 연결돼 끊임없이 소통해야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

IT 기술의 발달과 확산 덕에 현대 가정과 도시에선 ‘눈에 보이지 않고 의식에도 잡히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소통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그 결과, 조명·창문·공기조절장치 등 생활 공간을 이루는 각각의 요소들이 스마트 그리드[1]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며 진짜 유기체처럼 정교하게 발전해가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소통은 진정 살아있는 존재의 속성인 동시에, 생생한 삶을 가능케 해주는 조건이기도 하다. IT가 소통을 더 자유롭고 원활하게 해줌으로써 삶의 공간을 생기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1]Smart Grid.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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