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깊이 보기 ②환경(Environment) 편
여러분, 혹시 불소가스(F-gas)나 FC가스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전자는 에어컨∙냉장고∙정수기 등 주요 가전 생산 과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후자는 반도체 공정에서 초정밀 장비 세정에 쓰이는 과불화화합물을 각각 일컫습니다. 둘 다 지구온난화 현상을 야기하는 대표적 온실가스죠. 최근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천적 시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데요.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며 매년 온실가스 저감에 앞장서왔습니다. 오늘 삼성전자 뉴스룸은 바로 그 얘길 다뤄볼까 합니다.
온실가스 감축, 기업 경영에 ‘도전 과제’로 부상한 이유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 변화 문제는 벌써 20년 이상 전 세계 각국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1992년 UN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되고 2005년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며 기후 변화는 대표적 글로벌 환경 이슈 중 하나로 자리 잡았죠. 실제로 이상 고온과 한파, 폭우 등 기후 변화 현상들은 인류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요. 하지만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적 노력은 부족했던 게 사실입니다. 온실가스 저감과 기업의 생산 활동이 상당 부분 상충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외 할 것 없이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나 배출권거래제 등의 법적 규제를 마련, 기업의 녹색 경영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친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까지 늘면서 온실가스 감축은 기업 경영에 상당한 도전 과제로 떠올랐죠.
1990년대부터 ‘녹색경영’ 선도… CEO 직속 위원회 운영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노력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삼성그룹은 ‘삼성환경선언’(1992)을 선언하며 녹색경영의 첫 삽을 떴습니다. 삼성환경방침은 단순히 환경 법규를 준수하는 소극적 대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 실천 지침을 명시하며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는데요. 삼성전자는 이후 △삼성녹색경영선언(1996·그룹) △신환경경영(2005, 당시 반도체총괄 주관) △에코매니지먼트 2013(2009) △에코매니지먼트 2020(2014) 등 녹색경영을 21세기 경영 화두로 선정, 지속 가능한 사회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오는 2020년까지의 목표는 제품 사용 단계 온실가스 누적 감축량 2억5000만 톤 달성, 그리고 사업장 온실가스 원단위 70% 감축 등입니다.
녹색경영에 대한 삼성전자의 자발적 실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주관 조직입니다. 지난 2001년 삼성전자는 사업장별 최고경영자(CEO)를 위원장으로 하는 ‘녹색경영위원회’를 통해 녹색경영 중장기 전략과 세부 목표를 수립, 그 성과를 주기적으로 평가해왔습니다. 현재는 최고경영자 직속 부서인 글로벌CS센터와 환경안전센터에서 제품과 사업장 환경을 각각 총괄하는 형태로 한층 체계화됐는데요. 두 센터는 제품 생산∙유통∙사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이슈를 선정하는 한편, 온실가스 저감을 주요 성과 지표(KPI)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작년 국내서만 온실가스 123만 톤 감축… 570억 원 절감
지난해 삼성전자는 녹색경영 부문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국내 사업장에서만 온실가스 123만 톤과 에너지 3392 테라줄(TJ)[1]을 감축, 570억 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한 겁니다. 그중 온실가스 감축량은 서울시 두 배 면적에 약 4억 그루의 잣나무 묘목을 심은 것과 맞먹습니다(온실가스 감축 1톤당 323그루 효과). 지난 15일 삼성전자 뉴스룸은 그 ‘특별한 비결’을 찾기 위해 삼성전자 나노시티화성캠퍼스(경기 화성시 반월동)을 찾았습니다.
박재성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환경안전팀 환경그룹장(부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줄이고 바꾸고 쪼개는’ 3대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합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온실가스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은 바꾸며 △제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처리 과정에서 최대한 잘게 쪼개어(분해시켜) 처리한다는 거죠. 하지만 이 세 공정이 말처럼 쉬운 건 결코 아닙니다. △공정가스 저감 설비 도입 △생산설비 에너지 사용 효율화 △첨단 기술 도입 등 사업장 내 근본적 체질 개선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온실가스 저감과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 밤낮 없이 뛰고 있는 삼성전자 환경안전그룹 실무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김경숙 과장, 박재성 부장, 김경아 차장, 임채환 과장, 윤등기 차장, 정승연 대리, 이민욱 대리
이 같은 작업을 모두 수행하려면 물론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뛰는 실무진이 겪는 어려움은 따로 있습니다. 김경숙 삼성전자 DS부문 환경안전팀 과장에 따르면 온실가스 저감 활동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그는 “초정밀 반도체의 특성상 먼지∙온도∙습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외부 조건 변화 하나하나가 품질에 치명적 결함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제품 생산 사양을 한 번 변경하려면 평균 1년 이상 소요된다”고 말했습니다.
대체 물질을 활용, 온실가스 배출량을 100에서 50으로 줄인다고 가정했을 때 환경안전팀 실무진은 이를 실제 웨이퍼(wafer, 집적 회로 제작에 쓰이는 실리콘 결정 소재의 얇은 판) 생산 과정에 적용해본 후 내부 평가 절차를 거치는데요. 웨이퍼 1로트(Lot, 웨이퍼 25매가 한 묶음)를 검증하는 데만 약 두 달이 소요됩니다. 단 한 장이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검증 과정을 원점으로 되돌려야 하죠. 6로트에서 20로트, 100로트…. 웨이퍼 규모를 늘려가며 모든 과정을 무(無)결점으로 통과했을 때 비로소 새로운 표준이 정립됩니다.
친환경 대체 물질 써 온실가스 사용량 기존의 4% 선까지 낮춰
이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게 일명 ‘NF3 공정 최적화 기술’입니다. 김경아 삼성전자 DS부문 환경안전팀 차장은 “반도체 공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FC가스 사용을 줄이는 게 관건”이라며 “삼성전자는 반도체 증착 공정 중 웨이퍼 표면 세정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사불화탄소(CF₄)[2]를 삼불화질소(NF3)[3]로 대체하는 공정 기술을 개발, 온실가스 사용량을 기존 대비 4% 수준까지 낮췄다”고 설명했습니다.
▲FC가스 처리 설비는 각 생산라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한 곳으로 밀집, 촉매 활동을 통해 온실가스 저감 효율성을 높입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이 설비를 통해 총 101만2000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온실가스 저감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FC가스 처리 설비<위 사진>입니다. 지난 2007년 삼성전자와 삼성엔지니어링의 합작으로 탄생한 이 설비는 반도체 공정에서 제거되지 않은 온실가스를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설비가 제 몫을 다하려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온실가스를 분해하려면 일단 높은 온도로 가열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가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윤등기 삼성전자 DS부문 퍼실리티(Facility)팀 FT기술그룹 차장은 “자체 개발한 ‘촉매열산화’ 기술로 기존보다 낮은 온도에서 온실가스를 분해, 에너지 발생량을 현저히 낮춰 온실가스 감축 과정 자체를 친환경화(化)했다”며 “FC가스 처리 설비 등 독자적 대기오염 방지 설비 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꾸준히 개선,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기존 물질 대비) 90% 이상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 나노시티화성캠퍼스에서 발생하는 전기량을 실시간으로 파악, 에너지 효율화에 앞장서고 있는 전기제어기술팀
온실가스 저감은 웬만한 의지가 없으면 시도조차 하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이민욱 삼성전자 DS부문 전기제어기술팀 대리는 “엔지니어 입장에선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는데 회사 측에서 도전적 목표를 제시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줘 책임감 갖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뭐니 뭐니 해도 온실가스 저감 노력이 ‘톱다운(top-down)’ 형태에서 ‘보텀업(bottom-up)’ 형태로 바뀌며 실무진 개개인의 자발적 시도가 늘고 있다는 게 가장 고무적인 변화”라고 덧붙였습니다.
[제품 부문 에너지 고효율 대표 사례] LED TV(모델명 ‘UE60J6150’)
삼성전자는 제조 설비 외에 개별 제품 부문에서도 다양한 친환경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에너지∙유해물질∙자원 등 다양한 관점에서 친환경 기술 적용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거죠.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출시된 LED TV(모델명 ‘UE60J6150’)입니다. 이 제품은 유럽연합 에너지라벨 최고 기준에 해당하는 ‘A++’ 등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고해상도 TV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커지면서 제품 소비 전력 감소는 사실상 한계에 이르렀는데요. 삼성전자는 LED TV에 △조도센서 △에너지 세이빙 모드 △오토 파워 다운 등 차별화된 기능을 탑재, 해상도와 에너지효율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습니다. 이로써 소비자는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통해 전기요금을 절약하는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할 수 있게 됐죠.
LED TV 제품 개발에 참여한 강효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개발팀 수석은 “지금은 TV 제품의 차별화된 기능 탑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대기’ ‘네트워크’ 등 개별 모드 설정 상태에서도 소비 전력을 절감할 수 있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속적 소비 전력 절감 노력과 에너지 고효율 기술 개발을 통해 소비자와 지구를 모두 배려한 제품 출시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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