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사도세자와 정조 이산.

2010/07/29 by 블로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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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약속이 없는 주말이 되면, 늘 어딘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한 주 간의 스트레스를 날린다는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저 소중한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기 싫은 마음에서겠죠. 주말이 휴식의 시간이라기 보다는 ‘일주일 중 다른 것들을 해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으로 보는 게 더 좋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경기도 화성입니다. 저의 보금자리가 화성이 된 이유는 단지 ‘저렴한 주거비용’ 때문이었지만, 살다 보니 은근히 매력이 넘치는 곳이더군요.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은 2년 전, 집 근처 동네 구경을 하다 보니 공원이 있더군요.

‘왠 공원?’ (어.. 가까이 가보니 ‘융릉. 건릉’ 이라고 쓰여 있네요!) ‘뭔 이름이 저래..’ (하고 말았던 나.)
그 후 몇 개월 지나서 알았습니다. 정조대왕 ‘이산’과 그 아버지 ‘사도세자’가 묻혀있는 곳 이라는 걸!

아니 이산이 우리동네 있었어? 그 유명한 사도세자도?

마침 모 방송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사극 ‘이산’이 종영한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마치 유명 연예인의 무덤(?)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_-; (그래서 방송과 미디어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큰 인기를 끌었을 정도로 역사가 전해주는 ‘영조-사도세자(장조)-정조’의 일대기는 비극적인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맏아들 효장세자를 일찍이 여의고 7년 만에 얻은 아들(사도세자)는 마흔둘 나이의 영조에게는 더없이 귀하고 사랑스런 존재였겠죠.

지금 즐겁고 기쁜 마음을 어찌 말하랴? 내전에서 아들로 취하고 원자의 호를 정하는 일을 어찌 조금이라도 늦출 수가 있겠는가? 즉시 이를 거행해 종묘와 사직에 고하도록 하라.” [영조실록 11년 1월 12일]
융건릉 입구 쪽 안내판 입니다. 용건릉의 소개와 안내도가 그려져 있네요.

▲ 융건릉 입구 쪽 안내판 입니다. 용건릉의 소개와 안내도가 그려져 있네요.

정문입니다. 우측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념비가 서 있습니다.▲ 정문입니다. 우측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념비가 서 있습니다.

3가지 갈림길이 나옵니다. 좌측이 건릉(정조) 중앙이 산책로 우측이 융릉(장조) 방향입니다.

▲ 3가지 갈림길이 나옵니다. 좌측이 건릉(정조) 중앙이 산책로 우측이 융릉(장조) 방향입니다.

중앙 산책로를 통하면 융릉, 건릉 어디로든 다 갈 수 있습니다.

▲ 중앙 산책로를 통하면 융릉, 건릉 어디로든 다 갈 수 있습니다.

네, 당연하지만 '금연구역'이죠. 그것도 지정 제1호 랍니다.

▲ 네, 당연하지만 ‘금연구역’이죠. 그것도 지정 제1호 랍니다.

곧게 솟은 소나무들이 비즐하지만, 알게 모르게 다양한 식물들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 곧게 솟은 소나무들이 비즐하지만, 알게 모르게 다양한 식물들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방문객은 '동네주민'입니다. 복장이 참 간편하죠? ^^

▲ 대부분의 방문객은 ‘동네주민’입니다. 복장이 참 간편하죠? ^^

곧게 솟은 소나무숲이 그 웅장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곧게 솟은 소나무숲이 그 웅장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소나무숲 사이로 나 있는 통로. 소나무 숲의 잔디밭엔 누구나 와서 자리 깔고 쉴 수 있습니다.

▲ 소나무숲 사이로 나 있는 통로. 소나무 숲의 잔디밭엔 누구나 와서 자리 깔고 쉴 수 있습니다.

식수대도 있고, 생각보다 이곳을 아는 분이 많지 않아 방문객 대비 시설이 아주 훌륭합니다.

▲ 식수대도 있고, 생각보다 이곳을 아는 분이 많지 않아 방문객 대비 시설이 아주 훌륭합니다.

이정표 넘어 화장실도 보이네요. 융건릉에는 총 2 곳의 화장실이 있습니다. 융릉 앞, 건릉 앞

▲ 이정표 넘어 화장실도 보이네요. 융건릉에는 총 2 곳의 화장실이 있습니다. 융릉 앞, 건릉 앞

융릉으로 향하는 입구의 돌다리입니다. 단아한 한국의 미를 엿볼 수 있습니다.

▲ 융릉으로 향하는 입구의 돌다리입니다. 단아한 한국의 미를 엿볼 수 있습니다.

융릉 앞에 위치한 연못. 곤신지

▲ 융릉 앞에 위치한 연못. 곤신지

연못 안에는 연꽃이 무성합니다.

▲ 연못 안에는 연꽃이 무성합니다.

단아한 잔디밭 통로 넘어 아담하고 소박해 보이지만 격식과 기품 있는 연못을 만나게 됩니다. 특이한 점은, 보통 왕릉에서 보기 힘든 원형 연못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원형 연못은 통상 용의 여의주를 상징하는 것으로 아버지를 연모했던 정조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저 멀리 융릉이 보입니다. 이 지점이 사진촬영 Point라고 하네요. ~

▲ 저 멀리 융릉이 보입니다. 이 지점이 사진촬영 Point라고 하네요. ~

홍살문 넘어로 정자각, 그 뒤로 융릉이 보입니다. 융릉에는 현경왕후(정조의 어머니)도 같이 묻혀계십니다.

▲ 홍살문 넘어로 정자각, 그 뒤로 융릉이 보입니다. 융릉에는 현경왕후(정조의 어머니)도 같이 묻혀계십니다.

여기서 잠깐, 홍살문은 이곳이 신성한 지역임을 알리는 문 입니다. 홍문, 홍전문 이라고도 한다 네요. 정자각은 딱 위치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왕의 신주를 모신 곳 입니다. 그리고 정자각 우측에는 통상 수라간(부엌)이 위치하고, 우측에는 비각(비석을 모셔놓은 곳)이 위치한다고 하네요. ~

친절한 안내 입간판도 서 있구요.

▲ 친절한 안내 입간판도 서 있구요.

융릉의 좌측 수랏간에 걸터 앉아 찍은 융릉의 전경. 저 멀리 비각이 보입니다.

▲ 융릉의 좌측 수랏간에 걸터 앉아 찍은 융릉의 전경. 저 멀리 비각이 보입니다.

하늘이 참 맑죠? 사실 습해서 오 몸이 땀에 젖었다는...

▲ 하늘이 참 맑죠? 사실 습해서 오 몸이 땀에 젖었다는…

정작 릉에는 들어 갈 수 없답니다. 편안히 쉬시도록 배려해 드려야겠죠?

▲ 정작 릉에는 들어 갈 수 없답니다. 편안히 쉬시도록 배려해 드려야겠죠?

자, 이제 융릉에서 건릉으로 이동합니다.

▲ 자, 이제 융릉에서 건릉으로 이동합니다.

산책로로 손색이 없는 잘 가꿔진 숲입니다.

▲ 산책로로 손색이 없는 잘 가꿔진 숲입니다.

융릉과 건릉 사이의 산책로 중앙에는 공터가 있는데, 묘목이 심겨져 있네요. 어디에 쓰려는 거지?

▲ 융릉과 건릉 사이의 산책로 중앙에는 공터가 있는데, 묘목이 심겨져 있네요. 어디에 쓰려는 거지?

산책로 중앙에서 찍은 구름에 가린 태양 사진. 멋있나요?

▲ 산책로 중앙에서 찍은 구름에 가린 태양 사진. 멋있나요?

에구, 거리가 꽤 됩니다. 뭐 산책 삼아 온거니까 천천히 가죠. 뭐~

▲ 에구, 거리가 꽤 됩니다. 뭐 산책 삼아 온거니까 천천히 가죠. 뭐~

앗, 요새 보기 힘든 산 딸기도 곳곳에 있네요.

▲ 앗, 요새 보기 힘든 산 딸기도 곳곳에 있네요.

거의 다 왔습니다. 저 멀리 건릉이 보이네요. 정조대왕께서 묻혀 계신 곳입니다.

▲ 거의 다 왔습니다. 저 멀리 건릉이 보이네요. 정조대왕께서 묻혀 계신 곳입니다.

역시 홍살문 넘어로 정자각과 건릉이 보입니다. 융릉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 역시 홍살문 넘어로 정자각과 건릉이 보입니다. 융릉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표지판으로 구분 할 뿐!

▲ 다만, 표지판으로 구분 할 뿐!

저 곳에 정조와 효의왕후께서 묻혀계십니다.

▲ 저 곳에 정조와 효의왕후께서 묻혀계십니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는 현 세대 뿐 아니라 우리 후대에까지 동화 같은 이야기로 남게 될 것 입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매 한가지일 텐데, 아무리 노론의 모함과 배척이 있었다 한들 자식을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영조의 마음은 지금도, 나중에도 헤아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만, 그의 아들 정조 이산의 아버지를 향한 연모와 행적은 비극가운데에도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항상 잘되란 법 없고, 항상 나쁘 란 법 없다!?)

임금이 열 살이 된 세자에게 묻기를 “글을 읽는 것이 좋으냐, 싫으냐? 하니, 세자가 한참 동안 있다가 대답하기를 “싫을 때가 많습니다.” 하자, 임금이 말하기를 “세자의 이 말은 진실한 말이니, 내 마음이 기쁘다.” 하였다. [영조실록 20년(1744년) 11월 4일 – 왕과 세자이기 이전, 부자지간 의로서의 스스럼 없는 대화]

 

영조가 그토록 사랑했을 사도세자, 그리고 사도세자가 너무도 사랑했을 그의 아들, 그리고 그 아비를 사무치게 그리워했던 정조 이산.

이번 주말, 동화 같은 역사 속으로 놀러 오지 않으시겠어요?

[참고] 융릉/건릉 소개책자 [문화재청 융릉관리소]

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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