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곤파스와의 3일
저의 3일 연속 밤샘의 시작은 바로 천둥 번개 치는 9월의 첫날 부터였습니다.
바람은 잠잠한데 번쩍번쩍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어찌나 요란하던지 새벽 내내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제 7호 태풍 콘파스가 올라온다던데 그 영향으로 벌써부터 이렇게 요란 법석인가? 싶어 번개사진 좀 찍어 보려고 아무리 셔터를 맞춰 봐도 어제께 천운(?)은 따라주지 않더라고요. 비록 번개사진은 못 담았지만, 폭풍전야를 틈타 지금은 유실된 집근처 가로수 사진을 남기게 됐네요.
09월 02일 곤파스 상륙한 바로그날
이날도 밤새 한숨도 못잔 무섭디무서운 저녁 이였습니다 바람소리가 어찌나 요란하던지 창문이 부서지는 줄 알고 새벽 내내 전전긍긍했던 밤 이였지요.
온 방문을 꽁꽁 닫았어도 그 틈사이로 세어 나오던 바람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곤파스의 위력을 짐작케 할 만했습니다. 건물밖에 설치되어 있는 에어컨 실외기가 바람에 못 이겨 흔들리는 소리에 이러다가 실외기 날아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움에 웅웅거리는 소리도 잠재울 겸 환풍이 되면서 잠잠해지려나 싶어 현관문을 여는 순간 제가 큰 실수를 한 걸 깨달았습니다.
현관문을 여는 동시에 잠겨져있던 에어컨 실외기 문이 퍽!하는 소리와 함께 활짝 열리더니 순식간에 제방은 바람의 소용돌이로 난리가 났습니다. 복도식 건물인데 복도 창문들이 다 열려서 있는 걸 모르고 현관문을 열었다가 이런 변(?)을 당하고 말았어요.
관통하는 바람 때문에 현관문도 닫기 힘들 정도였지요. 무슨 재난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결국엔 실외기 먼지와함께 난장판지 됐지 뭡니까 에효. 온건물이 바람의 울림으로 공포에 떨었던 그 새벽..저는 복도를 돌아다니며 창문을 하나하나 다 닫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밤을 꼴딱 샌 뒤 날이 밝아 왔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출근시간이 아니어서 도로는 한산했지만, 곧 출근길 정체가 될듯하여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근길에 나섭니다.도로와 보도 구분 없이 위험하게 떨어진 간판들과 아직까지 바람이 거세게 불어 언제 뭐가 나에게 덮쳐올지 몰라 조심조심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혹시나, 행여나 출근버스가 안 오는 거 아닌가 했는데 제시간에 맞춰 오더군요. 예전에는 출근버스가 늦으면 지각이 아니었고 5시 퇴근시간 맞춰 퇴근할 수 있었지만, 이젠 자율출근제를 실시하니까 천재지변으로 늦었을 경우라 할지라도 8시간은 다 채워야하는 그런 상황. (폭설로 인해 지각을 해도 칼퇴근 할 수 있었던 시절은 이젠 옛이야기가 됐군요)
아침에 잠깐 뉴스를 보니 태풍이 강화도를 통해 관통하고 있다고 하여 고향집에 냉큼 전화 했습니다. (부모님이 강화도에 계세요^^) 엄마 말로는 태풍의 피해는 없지만 대신 알알이 잘 익어가고 있던 마당의 밤송이들이 우수수 다 떨어 졌다고 속상하다고 하시네요.)
09월 03일
최악의 이동경로로 들이 닥친 곤파스는 물 폭탄 대비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많은 비를 예상했지만, 비보다는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면서 자연재해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 몸소 체험했습니다.
태풍이 소멸된 후의 하늘은 여느 하늘과는 다르게 더욱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네요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의 날씨는 어찌나 변화무쌍한지, 기후변화에 재해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건 아닌지 노을을 보면서도 씁쓸한 마음 또한 깊어만 지는 거 같습니다.
이제 또 태풍 말로가 7일 날 북상한다던데 어린양처럼 순~하게 지나가 줬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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