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디자인을 말하다 ④ – Material 편
▶삼성전자, 디자인을 말하다 ① – Shape, 脫(탈) 편
▶삼성전자, 디자인을 말하다 ② – Color 편
▶ 삼성전자, 디자인을 말하다 ③ – 合(합) 편
▶ 삼성전자, 디자인을 말하다 ④ – Material 편
▶ 삼성전자, 디자인을 말하다 ⑤ – 異(이) 편
‘삼성전자-디자인을 말하다.’ 네 번째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렸던 Shape, 合(합), Color편 모두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따뜻한 봄 날씨가 완연했던 지난 22일, 삼성 스토리텔러가 또 한 번 Material편 촬영이 있는 스튜디오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앞에 소개되었던 철학과 Color, 合(합) 모두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삼성전자의 제품디자인 뒤에 펼쳐진 흥미진진한 철학과 감성이야기들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바로 전편에서 소개해 드린 合(합)편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선 제품에 대한 철학과 민족성, 중용의 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찡~한 감동을 하였습니다.
이번 Material편 인터뷰 역시 차가운 기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따뜻한 감성을 불어넣는, 온기를 가진 삼성전자의 디자인을 한껏 느끼고 올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따뜻한 온기의 현장 바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대담이 시작되기 전 먼저 촬영이 진행되었는데요. 덕분에 메이크업을 기다리시는 동안 예비 디자이너지망생으로서 선배 디자이너를 만난다는 사실에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많은 질문을 쏟아낸 삼성 스토리텔러 때문에 김경훈 수석님과 유이화 대표님을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따뜻하게 웃으시며 응해 주셔서 선배 디자이너를 만나 긴장했던 저희를 오히려 편안하게 해주셨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오늘의 대담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대담을 이끌어주실 대담자를 먼저 간략히 소개하자면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삼성전자 VD디자인 그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경훈 수석님과 바람과 흙, 돌로 집을 짓는 건축가 ITM I&A 유이화 대표님입니다. 재료의 사용에 있어서 얼핏 생각했을 때 상반되어 보이는 두 대담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지금 함께하세요.
소재의 중요성, 사용자를 생각하다 – Material
신경호 대표님요즘 전자제품을 보면 모양에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질감이 특이하다거나 하는 것들이 새로운 디자인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인테리어나 건축 역시, 돌이나 나무 등 소재에 따라 공간이 확 달라지잖아요. 소재를 선정하는 것 자체가 하시는 일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되실 것 같습니다. 소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소재 이상의 하고 계신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오늘 편하게 대화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경훈 수석 디자이너 삼성전자가 지금은 제품 디자인에서도 전 세계에서 1,2위를 다투지만, 과거 수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만 유명했지 세계에 나가면 다른 세계적인 기업들에 뒤처졌었어요. 혁신에 혁신을 거치면서 많이 좋아졌어요. 쉽게 얘기해서 과거에는 기존에 앞서 나와 있는 트렌드를 답습하거나 팔로우하는 개념으로 접근을 많이 했고, 제품디자인은 특히 외형중심으로 스타일을 강조했었지만 점차 발전하여 외형적인 것이 아닌 속을 신경 쓰기 시작했죠.
디자인이 좋아지면서 시장성이 넓어졌고 제품의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과거에 실행되었던 팔로워의 개념에서 트렌드를 선두 하는 기업으로 변하게 되었어요. 다들 아시는 보르도 TV는 컨셉이 와인 잔에 고인 와인의 빛깔을 어떻게 디자인으로 형상화 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며 만들어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직관적이죠. 결과론적으로 감성적인 것에 대해서 더 차별화를 위해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접근이 직관적이고 분석적인 걸 떠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떠한 가치를 소비자가 사용하면서 느끼게 되는지 사용경험을 중요시하고 이번에 했던 제품이 그전에 했던 것보다 더 많은 부분을 자연에서 가져오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단시간에 과거보다 디자인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사용자가 좋아해 주니 기업이 성장하고 또다시 그것을 바탕으로 디자인이 좋아지고… 그렇게 순환이 되는 것 같아요. 시험 점수로 봤을 때 항상 70점을 맞던 학생이 조금 공부하면 80점이 되고 점수가 바로바로 많이 오르잖아요. 그런데 95점 맞는 학생이 100점을 위해 공부하는 것은 그 1,2점이 정말 안 오르죠. 이제는 앞장서서 디자인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니까 그걸 찾는 것이 고뇌의 과정이죠.
유이화 대표님 제 작업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상대방과 얼마나 치밀한 소통이 있었느냐에 따라서 기간이 축소될 수 있고, 계속 조율에 조율을 거쳐 마냥 길어질 수도 있고 하는데 보통 6~10개월 정도 커뮤니케이션 기간이 걸립니다. 보통 땅부터 보러 가자는 분들도 꽤 많이 있고요. (웃음) 왜냐면 지역이나 지형에 따라 산출방법이 달라지니까 일반 사람들은 알 수 없잖아요.
보통 일차적인 구성원을 파악하고 땅을 찾고 인터뷰가 시작되는데, 어떻게 기상해서 어떻게 운동하는지 무얼 먹는지 등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해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니까. 일단 인터뷰를 하죠. 모든 인포메이션을 얻은 후에 제 색깔로 작업하는 거죠. 저는 사진을 찍어서 좋은 공간이기보다는 사는 사람이 살면서 살면 살수록 정이 들도록 공간을 만들자는 주의에요. 사진을 찍어서 100% 완벽한 공간은 사람이 들어가서 절대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금방 질리죠. 우리 모두 사는 데 필요한 도구에서부터 약간의 너저분한 청소도구까지 놓아야 하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가는 사람을 공간이 품을 수 있어야 해요. 장식적이거나 유행패턴 등을 배제하고 순수 재료의 물성이 느껴질 수 있는 소재 위주로, 다분히 중성적인 소재 위주로 가려고 하죠. 흰 벽을 만들더라도 흰색 도장 흙벽을 사용하거나, 백색토를 사용하면 사진에서는 전혀 알 수 없지만, 공간에 들어가면 그 물성 특유의 온기를 느낄 수 있어요.
우리 생활 속의 잡다한 물건이 서로 자연스럽게 중화될 수 있는 소재부터 컬러까지 그렇게 됐을 때 공간을 사용하시는 분들이 들어와서 채워나가는 것이 집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설득을 시켜 드려요. 제품 얘기도 안 할 수 없는데, 우리가 사는 데 있어서, 수많은 전자제품이 집안에 들어오잖아요. 예를 들어 TV라고 한다면 요즘 벽걸이가 많이 사용 돼요. 벽걸이 TV를 건다고 했을 때, 거실이 인공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환경조성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반대의 접근을 하게 되는 거죠. 최소한 전자제품들이 강하게 부각이 안 되게 밸런스를 잡아주는 것도 제 역할이에요. 메탈이 가진 온도와 나무와 흙이 갖고 있는 온도는 틀리거든요.
김경훈 수석 디자이너 차별화를 위한 영감을 자연에서 많이 받아야 해요. 과거에는 그런 접근이 없었는데 같은 제품을 만드는 경쟁사에 비해 우리 제품이 차별화가 없는 거에요. 사람들이 느끼지 못한 것을 느껴야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품이나 재료,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세미나나 해외 워크샵도 많이 갑니다. 해외여행도 좋지만, 우리나라의 한국적인 자연에 대해서 코리안 인스퍼레이션을 많이 했습니다. 예전에는 ‘한국적인 색을 ‘느낀다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을 했었어요. 부산을 가더라도 대전을 가더라도 같은 간판에 같은 가게와 건물들 때문에 실제로 ‘한국적인 것을 느껴본 적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딜 가도 지방색이 없는 게 싫었는데, 여행을 다니다 보니 우리나라도 지방색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거 아세요? 전라도와 경상도 흙색이 달라요. 그게 신기했어요. 자연을 느끼고 배우면서 우리나라에도 색이 있구나 하는 감동을 하였어요. ‘아~훌륭하구나, 외국사람들이 말하는 한국적인 이미지가 이런 것 일수도 있구나’ 하고 느꼈었어요.
유이화 대표님 우리나라 고가구 중에 정말 예쁜 것들이 많거든요. 근데 고가구의 한계는 양산을 못 한다는 것이죠. 어느 한 사람의 손에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 대중적이지 못할 수밖에 없어요. 반면 유럽이나 일본은 자신들의 전통적 모티브를 패턴이던 가구던 양산할 수 있는 무언가로 발전되는 경우가 매우 많아요. 우리나라는 찾아보니까 ‘없다.’라는 거죠.
신경호 대표님그럼 김경훈 수석님께서는 제품 초기 단계에서 소재를 생각하고 디자인을 하는 것인지, 디자인하고 나서 소재를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김경훈 수석 디자이너 정해져 있는 것은 없고, 작업하면 여러 가지 상황이 있어요. 아이디어가 바로 나오면 일주일 만에 할 수도 있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성공적인 디자인이라는 것은 모든게 맞아 떨어지는 느낌 있잖아요. 뭔가 제품디자인은 스펙적인 것도 있지만 가격적인 것도 있고 여러 가지 외적인 요인들이 많습니다.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가 독특한 소재 라던지 그런 것들이 한번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풀리면 제품이 성공적으로 잘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 경우들이 있는가 하면, 디자인이 소재가 나오지 않아서 풀리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프로세스를 둘로 반듯하게 나누어져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진행되어야 해요. 소재에 대한 연구도 계속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그리고 유대표님 말씀과 같이 좋은 소재는 적용하기 어렵거나 비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양산가능성이 있는 좋은 소재 찾기란 폭이 좁아요. 제일 좋은 것은 싸면서 좋은 재료죠. (웃음) 그런 걸 찾고 만약에 저렴한 것을 찾았다면, 어떻게 하면 외형적으로 좋게 보일 수 있는지 고민을 하죠.
월드컵 때 인테리어 라인을 강조하는 프로젝션TV를 진행했었는데, 프로젝션TV는 높으니까 인테리어 주변 가구들의 라인에 맞춰서 장식장 위에 낮은 프로젝션TV가 올라가 있는 것처럼 나타낸 제품이 있었어요. 밑에 하단부분을 실제 나무로 하고 싶었죠. 인테리어 가구처럼 보이게요. 무형문화재 옻칠하시는 분 찾아가서 여쭤보고 ‘저희 플라스틱 위에 옻칠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식으로 진행했었는데 결국 양산은 플라스틱이 됐죠.
신경호 대표님 유이화 대표님을 ‘내츄럴리즘의 작가다.’ ‘바람과 돌과 흙으로 집을 짓는 건축가다.’ 이런 타이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을 고집하는 이유나 계기가 있을까요?
유이화 대표님 없어요. 어떤 디자인을 보면 누가 했는지 그 작가가 보이잖아요? 작품에 그런 본인의 색깔이 묻어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 작품을 보고 사람(작가)을 보면 ‘이 사람스럽다’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생활하는, 생활해왔던 환경과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의해서 결과물이 디자인되기 때문에 공간도 마찬가지에요. 실제로 ‘비싼 실크벽지보다 한지를 바르고 사는 것이 좋더라’ 라는 경험이 있으니까. 한지 장판을 물론 토속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푸는 나만의 방식은 있어야겠으나 정말 그게 좋으니까 그렇게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공간을 또 보시고 좋다, 좋더라~ 한지를 바르고 옛날 콩기름 장판 바르고 이런 것들이 예전엔 시골에 갔을 때나 있었는데 현대생활에도 어울릴 수 있구나 하는 거죠. 특유의 냄새가 있잖아요. 그런 것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자극해주는 역할도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그런 것들을 시골 마을에 디자인했다면 호응이 없었을 거에요.
현대생활에 도시인들이 얼마나 색깔과 가구에 장식들에 피로해져 있는지 말해주죠. 집에 들어갔을 때만이라도 ‘편안하게 쉬어야 한다.’ 라는 생각에 항상 덜기 작업을 했어요. 재료 본연의 물성에서 나오는 느낌을 편안하고 온기를 주는 느낌으로 살려 쉼터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집으로서의 역할을 하려면 어떤 소재들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니까. 집이 너무 꽉 차있으면 사람이 들어갈 공간이 없으니까 답답해 보일 수 있어요. 사람이 들어감으로써 공간이 완성될 수 있어야죠. 비어져 있는 집을 보면 누가 들어와서 살 수 있겠다 해서 막상 들어가면 꽉 차잖아요. 사람도 공간 일부로 생각해야 해요. 꽉 차여진 집은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일 수 도 있겠으나 실제로는 거기에는 잠옷 바람에 김치 냄새 풍기며 된장찌개 냄새나면서 까만 머리의 사람이 사는 그릇이 공간이니까. 재료의 선택에 더 신중해야죠.
촬영이 먼저 진행되어 피곤하셨을 법도 한데 대학생인 스토리텔러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으로 대담에 진지하게 임하시며 자신의 디자인 소견을 이야기해주신 두 대담자의 카리스마에 압도되었습니다. 재료에 관해서 상반된 의견을 들려주실 줄 알았던 우려와는 달리 두 분 다 소재와 디자인에는 한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사용자를 생각하며 조금 더 자연에서 답을 찾고 가깝게 다가가려는 두 디자이너의 대담을 통해 예비디자이너로서도 다시 한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삼성전자의 TV 디자인이 저렇게 이곳저곳 여행하시며 자연에서 만난 들꽃에 반해 조약돌이나 와인 잔에 조금 남은 와인을 통해 생각하신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윤 대표님의 온기를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과 김경훈 수석님께서 쑥스럽게 웃으시며 아버지 같은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며 가족을 위하시는 모습이 아직도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끝이 아닌 또 다른 이야기
끝난 줄 아셨죠?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가슴 따뜻한 두 디자이너께서 삼성 스토리텔러를 위해 인생을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조언해주신 깜짝 인터뷰. 대담도 중요하지만, 대학생인 우리들에게 무엇보다 먼저 경험한 선배에게 묻고 싶은 게 있지 않냐며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정말 찡한 감동이 밀려왔는데요. 평소 말수가 적어서 촬영 올 때 잘할 수 있을까 많은 걱정을 안고 오셨다는 김경훈 수석님은 예상과 달리 청산유수의 말솜씨를 보여주셨고, 조용하게 말씀하시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카리스마 있으신 미모의 윤이화 대표님 역시 저희 삼성 스토리텔러를 감동하게 해 주셨습니다. 그럼 삼성 스토리텔러를 감동하게 한 그 인터뷰 지금 공개할 테니 조금만 더 스크롤을 내려주세요.
▒ 유이화 대표님과의 인터뷰
김경훈 수석님이 먼저 메이크업을 받으시는 동안 윤이화 대표님과의 즐거운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삼성 스토리텔러 은해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예비 디자이너입니다. 대학생 입장에서 봤을 때, 선배 디자이너께 오늘 많은 궁금증이 있어서 이렇게 오게 되었는데 이렇게 인터뷰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먼저 사용자와 공간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하겠지만, 그러면서도 디자이너로서의 욕심이 나타나지 않나요?
유이화 대표님 철저히 사용자의 입장이 돼야 해요. 가장 최악의 디자이너가 부릴 수 있는 횡포라는 것은 ‘내가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서 살아.’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공간에 들어가는 사람에 대해서 인터뷰를 해야겠죠. 그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서 어떤 식의 흐름으로 집에서 생활하는지, 갔다 와서 어떻게 생활하고 가족 수는 몇 명인지, 언제까지 살 것인지. 취향은 무엇인지. 모두 다 파악을 해야죠. 그것에 맞춰야지 내가 원하는 것, 좋아하는 프로젝트에 맞춰선 안 되죠. 물론 우린 다 똑같이 까만 머리에 김치를 먹고 국물을 마시는 사람들이라 비슷하긴 하겠죠. 서양사람을 담는 그릇이랑 한국사람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달라요. 그런 것이 내 취향과 같이 커뮤니케이션에 의해서 공감대를 이루어서 섞여야지, 내가 원하니 맞추라는 것은 횡포일 수 있습니다.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철저히 상업적 마인드도 있어야 해요. 자신의 트레이닝 된 기술과 감성은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는 것뿐이지 그냥 아트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사람이 호감이 가고 만지고 싶게 해야하는데 공간도 마찬가지죠.
삼성 스토리텔러 유진 발상의 전환을 하시기 위해서 어떤 경험들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유이화 대표님 간접경험을 많이 하게 돼요. 책을 통한 간접경험, 여행 가서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은 사람을 만나려고 하고 그 안에 다 있는 것 같아요. 그 안에서 나도 성장하는 것이고.. 어떠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 안에서 소통하려 해도 어디에 갇혀 있던 사람처럼 행동하지 말아야 하고…
삼성 스토리텔러 유진 남편 분께서도 패션을 하고 계시는데 이런 작업적인 것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시나요?
유이화 대표님 패션이 작은 건축이라고 하잖아요. 건물도 공간도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사람이 거기 맞춰서 살 수밖에 없어요. 옷도 편하게 입으면 편하게 행동하게 되고 폭이 좁은 치마를 입었을 땐 종종걸음 걸을 수밖에 없듯이 사람의 행태를 규정하는 것이 패션과 건축인데 패션도 마찬가지지만, 건축도 구조가 있고 스킨이 있고 구조와 스킨이 따로 놀 수 없고 패션도 스킨 안에 구조가 들어가잖아요. 골격이 우리 몸이 들어가듯이 패션은 또 여러 가지 아주 또 트렌디한 것이 패션이니까. 건축이라던지 공간 같은 경우 패션만큼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거든요. 패션은 굉장히 민감해요. 거꾸로 남편 책을 보면서 영감을 받을 때도 있고 섬유조직이라던데 폼에 의해서 영향을 받고 우리 남편도 건축 책을 보면서 영감을 받을 때도 있고요. 그래픽을 하시는 분들은 3D의 어떤 부분을 가지고 2D로 자기가 소화해서 다르게 표현할 수 도 있고.
삼성 스토리텔러 은해 온기에 대해서 말씀하셨을 때 이미지가 떠오르더라고요. 관철된다는 것이 좋은 것 같고 따스해지는 것 같아요. 디자인할 때도 그렇지만, 삼성전자 기업블로그 이다 보니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저희 같은 경우 대다수 사람과 소통하려 하는데 건축이나 공간은 소수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대표님이 보셨을 땐 어떠신 것 같으세요?
유이화 대표님 일의 스타트를 위해서는 소수 그룹과 소통하는 건 맞아요. 하지만 건축가의 밸런스로 봤을 때 사회적인 책임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물론 소수의 커뮤니케이션은 오너랑 하죠. 그럼 이 사람들이 다수를 선택하지 않는 요구를 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그런 밸런스랄까. 큰 도로던 집이든 건축을 만들었을 때는 개인의 소유일지 모르겠지만, 누구라도 볼 수 있는 것이 건물이잖아요. 그러니 책임이 있는 거죠. 서울 시민 모두가 볼 수 있는 건물이고, 외국사람들이 와서 볼 수도 있고, ‘어느 정도 사회적인 책임을 가지고 접근하셔야 된다.’ 라고 설득해야겠죠. 마찬가지로 주변 도로와 환경과의 조화도 생각해야 하고, 여러 가지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지 않으면 건축가 자격이 없어요.
삼성 스토리텔러 은해 조금 다른 질문일 수 도 있는데, 많은 친구가 실제로 사회로 나오면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것 같아요. 학생 때 꿈꾸던 것과 많이 달라서 그런 것도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이화 대표님 그건 자신이 벽을 만드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을까요? 괜히 주눅이 드는 거죠. 오히려 그 벽은 본인 스스로 만드는 것 같아요. 철저히 프로로서 누군가를 만났을 때는 절대 그런 것에 부딪히지 않아요. 그 고비를 견디고 넘어서야 하는 것 같아요. 넘지 못하면 그거밖에 안 되는 사람이지. 그걸 넘어서야 더 단단해져요. 세상에 쉬운 일은 절대 없어요. 수십 번을 울어야 하고 수십 번을 깨져봐야지. 요즘 친구들이 빠른 성공을 원하지만 절대 그런 것은 없어요.
삼성 스토리텔러 동현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 많은 사람과의 만남 등을 말씀해 주셨는데 대학생으로서 앞으로 나아 가야 할 때, 사회 선배로서 창의성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할까요?
유이화 대표님 간혹 신입사원이 들어올 때 성적표를 들고 와요. 왜 들고 올까요? 학점이 좋은 사람들은 그만큼 안 놀았다는 거에요. 놀라는 것이 클럽에 가서 놀자 라는 것이 아니고요. 우리 공간하는 사람은 카페 가서 차도 마시고 놀아봐야 하고 수많은 경험을 해봐야 하는데 왜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고 그럴까요. 일단 학점 좋은 학생들은 한번 의심해봐요(웃음) 이건 한 예를 들은 것이고 놀기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저는 성적은 믿지 않아요. 경험을 많이 해봐야죠. 많이 만져봐야 하고 써봐야 하고 시각도 그렇고, 2D세계에만 있는 사람은 절대 잘할 수 없어요. 많은 것을 경험해봐야 하죠. 또 그런 학생이 있어요. 하나를 끝까지 맛보지 않고, 수박 겉핥기로 이거 조금 저거 조금 건드리는 학생들. 끝까지 해서 성취욕을 맛봤어야 하는데 싶어요. 그게 또 사회에 나왔을 때 저력이 될 수 있거든요.
▒ 김경훈 수석님과의 인터뷰
“여기 무슨 청문회 온 것 같은 분위기네.” 김경훈 수석님의 말씀을 받아 적으려 둘러앉아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는 삼성 스토리텔러를 보고 조금 움찔하시며 자리에 앉으신 김 수석님의 유쾌한 한마디로 조금 쭈뼛했던 삼성 스토리텔러도 긴장이 풀며 인터뷰가 시작되었습니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삼성 스토리텔러를 향해 선배 디자이너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해주고 싶으신 말이 많으시다며 대담 때보다 더 진지한 얼굴로 저희의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삼성 스토리텔러 동현 말씀을 들으면 사용자 중심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시는데, 그런 트렌드나 경향을 찾기 위해 어떠한 방향으로 고민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경훈 수석 디자이너 과거 디자인을 보면 외형적인 면에서 보여지는 디자인을 했다고 생각해요. 스타일리쉬하고 외형적으로 선이 어떻고 면이 어떻고 그런 디자인이 과거에 보르도까지 왔다면, 더는 외형이 아니라 제품의 경험적 가치 라던지 감성적인 측면에서 화학적인 가치가 뭐가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점점 해마다 신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더 가치를 높여야 하니 어렵죠. 처음엔 잘된 제품을 봐서 영감을 받고, 생각해보면 다른회사들과 똑같은 그림을 보고 똑같은 영감을 받으면 비슷하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예를 들어 보르도 같은 거는 ‘와인을 마시다가 잔에 고여 있는 와인의 빛깔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아니면 ‘바닷가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가 지는 노을에 대한 영감을 받아서 저런 빛깔을 어떻게 TV로 표현할 수 있을까.’ 세상에 없는 제품을 하기 위해서는 똑같이 받는 영감을 받으면 비슷한 제품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다른 것을 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예전에는 인스퍼레이션 워크샵이라고 해서 해외 워크샵도 가고 했었어요. 그런 활동이 내재되어 있으면 스토리텔링이 되요. 느낌과 그런 스토리가 있는데 그런 스토리가 없이 과거 스타일링만 해선 안 돼요. 시간이 많아서 그런걸 자주 보고 다니고 이런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경험을 해야 하죠. 유 대표님처럼 저희가 경험하지 못했던 분들의 작업을 보고 그걸 보고 어떻게 제품화시킬 수 있는지 그런 게 어렵죠. 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애써요 그렇게 해야지만 기존에 없었던 삼성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나올 수 있으니 노력하는 거죠. 대화는 많이 하지만 그것이 소통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요즘 친구들이 있는데 디자이너로서 다른 부서 사람들과 소통을 해야 하잖아요.
삼성 스토리텔러 유진 어려운 점이 있을 때마다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아니면 소통 방식이 따로 있으신가요?
김경훈 수석 디자이너 일단은 소통도 중요하고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죠. 타이트하고 시간이 없어서 새로운 제품을 한다면 밑바닥에서부터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지만 우린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서 얘기를 안 해도 가는 거 있잖아요. 그런 기준이 되는 게 있죠. 작게는 팀원들의 소통도 있을 것이고, 또 그걸 결정해주는 상사가 있고 나아가서는 사업을 가져가는 임원들에 대한 소통과 더 나아가선 사용자에 대한 소통이 있죠. 다 중요한 것 같아요. 하나의 제품이 성공하려면.. 하지만, 역시 제일 소통해야 하는 건 사용자와의 소통이죠. 과연 구매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해서 어떤 가치를 줘야 좋아할지, 그게 마지막인 것 같아요. 그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고 그것을 생각하면서 작업해야 해요.
삼성 스토리텔러 수련 이런 소통적인 문제가 학생들에게 사회에 나갔을 때 어렵게 느끼는 것 같아요. 학생들이 많이 고민하는 것이 학교에서 있을 때와 학교 밖에서의 작업과 소통과정이 다르다는 것에 좌절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경훈 수석 디자이너 그 갭은 지식이 부족해서 그래요. 지식이 없다는 것은 뭐랄까… 어렸을 때 저도 경험이 있으니까 보통 대가들 디자인을 보고 감격하잖아요. 그런데 제품의 구조라던지 그 제품의 스펙 특성에 대한 여러 가지 변수에 대한 게 많은데 이것을 알고 나면 괴리감을 느끼죠. ‘자신은 이렇게 하고 싶은데 왜 못하게 할까.’ 그렇게 못 하게 하는 것에서 보고 느끼고 알아야 하는데 학생들은 그걸 자신의 창조성을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그런 후배들을 볼 때마다 제가 봤을 때 지식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알면 그렇게 못 하죠. 한정된 공간과 틀 안에서도 그런 것을 다 극복한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 성공적인 디자인이라 하죠.
삼성 스토리텔러 수련 그렇다면 학생들이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경훈 수석 디자이너 일단은 깊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시야를 넓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넓게 보면서 자기의 정체성과 크리에이티브함을 여러 방향에서 보고 자신의 감성적인 생각을 시각화해서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스킬도 필요할 거고 감성도 필요할 것이고, 그런 것들이 있어야 오래가겠죠.
삼성 스토리텔러 은해 삼성제품 디자이너로서 사용자와 소통하시는데 그 시각으로 봤을 때, 삼성전자 기업블로그 필진인 스토리텔러는 어떻게 보이시는지 궁금합니다.
김경훈 수석 디자이너 당황스러운 질문이네요. 싱글(운영팀 주 : 싱글은 삼성그룹 사내 인트라넷을 통칭합니다.)에도 뜨고 해서 알고는 있었는데 정확하게 무슨 활동을 하는 학생들인지는 잘 몰랐어요. 보통 소비자가 보는 삼성이라는 기업의 이미지가 이미지화 되서 나온 기사들을 봤는데 따뜻하고 인간적인 것보다 도시적이고 차갑고 이런 이미지들이 많더라고요. 물론 회사 이미지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오해 받기 쉬운 시선의 다리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회사에서 좋은 계기가 되고 소비자가 대기업에 갖는 괴리감을 없애고 정보를 줄 수 있는 것 같아서 좋은 것 같아요.
삼성 스토리텔러 은해 그럼 마지막으로 먼저 사회에 나간 선배님으로서 후배들에게 혹은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경훈 수석 디자이너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저는 지금 중간자적 입장인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봤을 때나 나이로 봤을 때, 저희는 어떻게 보면 아주 무식하게 일했던 세대인 것 같아요. 지금은 ‘스마트하게 일하자!’ 하잖아요? 그렇지만 저희 세대는 중간자 경험을 했던 입장이에요. 진짜 무식하게도 일해봤고 예전엔 회사가 7시 출근 4시 퇴근인데 디자인실은 4시 퇴근을 한 번도 못했어요. 겨울엔 별보고 출근해서 별보고 퇴근했었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사실 지나고 보니 그게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어떤 디자인을 해도 하다 보면 혼란에 빠지고 항상 기복은 있거든요. 요즘 애가 있어서 정서 지능에 관심이 많은데 제 나름 정서 지능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제가 느낀 의미는 어려운 상황에서 슬기롭게 극복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하는 것인 것 같아요. 제 애도 그렇게 키우고 싶은데, 과거 사람은 이런 지혜롭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능력이 높았던 것 같아요.
‘꿋꿋하게 일어나야 해.’ 이런 게 있었는데 요즘 친구들은 자기가 생각했던 거랑 다르면 쉽게 좌절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누구든지 좌절할 수 있어요. 그걸 극복해내려는 힘이 많이 결여되지 않았나. 요즘은 자녀 수도 하나, 둘이니까 부모님께서 많이 보살펴 주잖아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자기 일은 자기가 개척해나가고 그런 거에 대해서 좀 소양을 많이 쌓으면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잘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저는 잘난 것도 아니고 단지 먼저 오랜 기간 일을 했던 것밖에 없어요. 그런 시행착오가 많으니까 밤새도록 얘기해줄 것이 많아요. 디자인하던 아니면 다른 어떤 일을 하든 그걸 명심해서 극복하면 어떤 분야든 1% 안에 들려고 노력하면 자기가 뜻한 바를 이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취재는 삼성 스토리텔러에게 정말 뜻깊은 취재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삼성 스토리텔러 3기와 2기가 함께했던 취재이면서도 인생을 먼저 산 선배님들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삼성 스토리텔러도 사회에 나가 한 사람의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선배로서 이런 기회가 온다면 다시 한번 후배에게 전해주고 싶은 그런 따뜻한 인터뷰였습니다.
※ 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삼성전자의 입장, 전략 또는 의견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TAGSMaterialsamsungTV건축가김경훈내츄럴대담모양발상발상의전환밸런스사회적인책임삼성삼성전자소재수석디자이너스타일스토리텔러온기월드컵유이화인터뷰인테리어자연제품차별화커뮤니케이션프로젝션TV환경과의 조화
제품뉴스 > 더 많은 제품
삼성전자 뉴스룸의 직접 제작한 기사와 이미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뉴스룸이 제공받은 일부 기사와 이미지는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안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