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칼럼] C랩 과제 파트너는 무슨 일을 할까요?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뉴 임직원 칼럼’ 필진으로 합류하게 된 이인성입니다. 전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에서 크리에이티브랩(Creative-Lab, 이하 ‘C랩’) 과제 파트너로 근무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이 공간을 통해 업무를 진행하며 경험하고 고민했던 것들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온라인 상에서나마 만나 뵙고 인사 드리게 돼 무척 반갑습니다.
임직원 아이디어, 발굴부터 스핀오프까지 ‘밀착 지원’
그동안 C랩이나 (C랩에서 독립한) 스핀오프 기업에 관한 얘긴 꽤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매스미디어는 물론, 삼성전자 뉴스룸에서도 관련 보도가 꽤 이뤄졌거든요. 반면 C랩 과제를 발굴, 운영하는 창의개발센터 실무 담당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선 따로 말씀 드릴 기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본 주제로 들어가기에 앞서 창의개발센터가 어떤 조직인지, 거기서 제가 하는 업무는 뭔지 등에 대해 간략히 말씀 드리려 합니다.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는 C랩과 집단지성사무국 등 두 개의 조직으로 나뉩니다. 집단지성사무국은 사내 집단지성 플랫폼 ‘모자이크(MOSAIC)’를 운영하는 곳이죠.
C랩은 한마디로 말해 삼성전자 임직원의 아이디어 구현을 지원하는 혁신 조직입니다. ‘삼성전자 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라고도 불리죠. 제가 맡고 있는 업무는 대략 △임직원 아이디어 발굴 △제안된 아이디어 인큐베이션(incubation, 콘셉트 구체화) △아이디어의 기술적 구현과 시장성 검증 △출구(스핀오프) 전략 수립 등으로 구분됩니다. 아, 그 밖에 크고 작은 공모전을 기획하고 임직원의 창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해커톤[1]을 진행하는 일도 전담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맡고 있는 업무의 성격이 워낙 다양해 누가 저더러 무슨 일 하느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사내에선 절 ‘C랩 과제 파트너’라고들 부르는데요. ‘파트너’란 단어의 뜻에 비춰 제 역할을 정리하면 △(과제 선정 전엔) 수면 아래 잠자던 임직원의 아이디어를 밖으로 꺼내고 △(과제가 한창 진행 중일 땐) 각각의 과제가 원활하게 연구될 수 있도록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 △(과제 종료를 앞둔 시점엔) 아이디어가 추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좋을지 조언하는 것 정도가 포함된다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상대적 개념… 판단 근거 잘 찾아야
이번 칼럼에서 제가 본격적으로 말씀 드리고자 하는 주제는 ‘좋은 아이디어의 정의’입니다. 삼성전자는 각기 다른 전공과 직무 전문성을 갖춘 임직원이 한데 모여 일하는 곳입니다. 그런 만큼 아이디어 제안 건수가 많을뿐더러 그 형태도 무척 다양합니다. 어느 것 하나 깊은 고민을 거치지 않은 게 없다 보니 저처럼 그중에서 더 좋은(혹은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선별, 배양하는 사람 입장에선 고민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C랩으로 접수되는 아이디어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기존 불편(pain point)을 해결하기 위한 게 하나, 잠재된 수요(needs)나 유행(trend)을 발굴하기 위한 게 다른 하나죠. 물론 이건 편의상 구분일 뿐이어서 좋은 아이디어는 두 유형 중 어디에서도 나올 수 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란 대체 뭘까?’ 창의개발센터에서 근무한 이후 줄곧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입니다. 아쉽게도 아직 이렇다 할 대답을 찾진 못했지만요.
대학 시절 제 전공은 기계공학이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처음 맡은 업무도 개발 관련 분야였고요. 그런 제게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산업·기술 발달 속도를 좇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C랩에 모인 아이디어 전부를 제 전공과 경험만으로 판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고민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절대적으로 좋은 아이디어란 존재하지 않는다”입니다. 아이디어는 실체가 없는, 다시 말해 무형에 가까운 의견이나 주장이기 때문입니다(어쩌면 최초 제안자의 바람과 같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안자의 얘기만 들으면 아이디어는 하나같이 엄청납니다. 인류의 삶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해주는 건 물론, 한발 더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만큼 가치 있는 생각들이죠. 더욱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할 때 제안자의 눈빛은 그렇게 형형할 수 없습니다. 자칫 방심하면 그 자리에서 최면에 빠지듯 상대의 논리에 넘어가버릴 정도니까요.
그래서 전 아이디어 제안 회의에 들어갈 때마다 제안자 의견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한 근거(clue)를 찾는 데 온 역량을 집중합니다. 그러기 위해 고안한 저만의 방식도 있죠. 일명 ‘2W1H 인터뷰’가 그겁니다. 특정 아이디어에 대한 제안을 들었을 때 △그 아이디어가 왜(Why) 필요하고 △구체적으로 뭘(What) 제안하려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How) 구현할 수 있는지 등의 순(順)으로 제안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듣는 형태입니다.
직접 경험해본 문제, 본인 역량으로 해결하면 ‘베스트’
아이디어 발굴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제게도 자연스레 ‘좋은 아이디어’의 기준이 몇 가지 생겼습니다. 얘기 나온 김에 그 말씀도 좀 드려볼까 합니다. 우선 전 제안자 본인이 필요해서, 혹은 몸소 겪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떠올린 아이디어에 관심이 많습니다. 2W1H로 치면 ‘Why(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거가 명확한 경우죠.
하지만 창의개발센터로 들어오는 아이디어의 상당수는 다분히 즉흥적으로 제안된 것들입니다. 책을 읽다가 우연히 발견한, 혹은 TV나 신문에서 특정 사회 문제를 접하고 문득 생각해낸 것들이죠. 이를테면 언젠가 강아지 한 번 키워본 적 없는 임직원 한 분이 “반려견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며 도전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제 주변 지인 중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과 얘기해보니 제안자의 아이디어와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100%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이렇게 제안된 아이디어 중 대다수는 추측과 예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깊은 이해나 공감이 결여돼 있습니다. 정말 그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기엔 여러모로 역부족일 수밖에 없죠.
제가 다음으로 좋아하는 건 제안자 본인의 담당 업무나 전공 지식을 기반으로 수립된 아이디어입니다. 실무를 담당하며 쌓은 경험, 손수 개발하고 구현한 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죠. 이런 아이디어는 ‘How(어떻게 구현할 건지)’에 관한 답변이 상대적으로 분명합니다. 제안자가 대개 해당 분야 전문가거나 특정 기술 구현이 가능한 역량 보유자인 것도 특징이에요.
요즘 전 내년도 C랩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아이디어 제안자들과 한창 소통 중인데요. 내년에도 양질의 아이디어가 많이 채택돼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번 칼럼에선 채택된 아이디어가 어떤 절차를 거쳐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는지, 즉 아이디어 인큐베이션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1] hackathon.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 한정된 시간 내에 다양한 분야의 참여자가 팀을 이뤄 시제품 단계의 결과물을 완성하는 행사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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