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시대’ 맞아 새삼 주목 받는 집단지성 플랫폼 모자이크(MOSAIC)
시원한 이마에 선명한 눈망울, 오뚝 날이 선 코에 꼭 다문 입술, 그리고 광채 나는 뺨…. 한때 지중해 일대를 누비며 전 세계를 떨게 했던 알렉산더대왕[1]이 전투에 몰입하는 모습, 정확히는 그 옆모습을 글로 표현하자면 꼭 이렇다. 기원전 4세기, 짧은 생애를 불태웠던 영웅의 외모는 원형 그대로 2000년이 넘은 지금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모자이크(mosaic)’로 불리는 장식 기법 덕분이다.
미술사에서 모자이크는 벽이나 바닥에 대리석∙타일∙자갈∙유리 등의 작은 조각을 모아 석회 모르타르로 붙인 후 큰 그림이나 무늬를 완성하는 기법이다. 알렉산더 모자이크는 그런 조각이 150만 개 이상 모여 만들어진 대작으로 가로 5미터, 세로 2.7미터가 넘는다. 젊은 알렉산더대왕이 다리우스 페르시아제국 황제를 대적하는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기원전 1세기 이탈리아 폼페이에서 제작됐지만 서기 1세기 베수비오화산 폭발로 화산재에 묻혔다. 이후 19세기에 발굴, 20세기 들어 다시 빛을 보기까지 원형을 거의 간직한 채 기나긴 세월을 버텨냈다. 하나의 작품이 이토록 견고하게 시간을 견디는 일, 모자이크 기법이 아니었더라도 가능할까?
출범 4년여 만에 1일 평균 접속자 9만2000명 ‘곱절 성장’
삼성전자에도 모자이크(MOSAIC)가 있다. 2014년 6월 11일 출범했으니 올해로 5년째가 된다. 풀어 쓰면 ‘Most Open Space for Advanced Intelligence and Creativity’. 한마디로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 30만 임직원의 역량과 집단지성이 한데 모이는 플랫폼이다(모자이크에 대한 개괄적 설명은 2015년 4월 1일자 스페셜 리포트 “임직원 지혜 모았다, 아이디어 날개 달았다_1주년 맞은 삼성전자 집단지성 플랫폼 ‘모자이크’”에서 한 차례 다룬 적이 있다).
지난달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일과 사생활 간 균형’을 뜻하는 일명 ‘워라밸(work & life balance)’ 가치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자사 임직원이 물리적으로 줄어든 근무 시간을 쪼개어 창의성이나 생산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최적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전제는 크게 두 가지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아이디어 발굴이 하나, 그 가치가 실생활에서 구현∙공유될 수 있도록 다수의 힘을 효율적으로 모으는 작업이 다른 하나다.
삼성전자 모자이크도 이 점에 주목했다. △우수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아이디에이션(ideation)’ △그 아이디어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을 두 축으로 정해 운영된단 사실이 그 증거다.
아이디에이션에 속하는 서비스론 △개별적으로 제안된 아이디어가 다른 임직원의 참여를 거치며 점차 발전해가는 ‘아이디어마켓(Idea Market)’ △주관 조직 소속이 아니더라도 임직원이면 누구나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개 심화 토론 ‘스파크(Spark)’ △특정 문제와 관련,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퀘스천즈(Questions)’ △자신이 개발 중인 애플리케이션을 공개해 다른 임직원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한 ‘M스토어(M Store)’ 등이 있다. 이들 서비스는 모자이크 출범 후 4년여간 사내 커뮤니케이션 문화에 빠르게 안착했다. 2014년 6월 서비스 정식 론칭 당시 4만5000명 선이었던 1일 평균 접속자는 2018년 8월 현재 9만2000여 명으로 곱절 이상 늘었다. 주요 서비스 적용 범위가 확장된 건 물론, 모자이크를 플랫폼으로 하는 사내 공모전 수가 크게 증가하며 질적 성장도 이뤄냈다.
대화형 협업 플랫폼 ‘M챗’, 전용 챗봇 탑재로 사용률 증가
컬래버레이션 부문 서비스는 △영상 기반 지식 공유 공간 ‘M캐스트(M Cast)’ △클라우드 기반 실시간 문서 공동 작성∙편집 도구 ‘독스(Docs)’ △신개념 대화형 협업 플랫폼 ‘M챗(M Chat)’ △특정 주제에 관심 있는 임직원을 온∙오프라인으로 모을 수 있는 ‘스퀘어(Square)’ △데이터 공유부터 직접 소통까지 협업의 전 과정을 한 공간에서 처리할 수 있는 ‘커뮤니티(Community)’ △임직원이 자체적으로 발의한 과제를 기획하고 구성원까지 꾸릴 수 있는 가상 공간 ‘M프로젝트(M Project)’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중 사용자의 관심이나 활용도 측면에서 최근 특히 눈길을 끄는 건 M챗이다. 2016년 말 모자이크 플랫폼 내에서 첫선을 보인 M챗은 언뜻 “글로벌 사무용 모바일 메신저의 흐름을 바꿔놨다”고 평가 받는 슬랙[2]을 떠올리게 한다. 스크롤 한 번으로 여러 시스템에서 도착하는 통지 내용을 한눈에 조회할 수 있게 해주고, 각종 파일(이미지 포함) 공유 절차도 한 공간에서 이뤄져 쉽고 간편하다. 필요 시 부담 없이 채팅 창을 열어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 발전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든 의사결정이 빠르고 간편하게 진행되므로 회의∙보고 일정을 잡기 위한 절차를 생략하는 것도 가능하다. 업무용 챗봇[3]을 구축하면 다양한 알람(alarm) 메시지를 모아 볼 수도 있다. 모자이크를 운영하는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 집단지성사무국 측은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향후 지속적 성능 업그레이드 작업을 거쳐 M챗이 삼성전자 임직원 모두의 개인비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모자이크는 삼성전자 해외 지법인 임직원을 아우르는 ‘글로벌 집단지성’ 구축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 4년여간 모자이크에서 진행된 해외 아이디어 공모전은 모두 87개. 그중 몇몇 사례는 꽤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최근 삼성전자 인도법인에서 진행된 공모전이 대표적이다. 인도 현지에 특화된 아이디어가 쏟아진 이 자리에선 특허만 여섯 건이 나왔다. 향신료 건조 기능 추가 전자레인지 등 두 건은 실제 상품화 절차를 밟기도 했다.
‘숨은 공신’ 모멘토… 300여 명 온∙오프라인서 노하우 전수
모자이크의 핵심은 ‘개인이 발의한 아이디어가 집단지성에 의해 다듬어지며 실용적으로 바뀌는 현상’에 있다. 그런 측면에서 모자이크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모멘토’다. ‘모자이크 멘토’의 준말인 모멘토는, 말하자면 아이디어 산파 같은 존재다. 참신하지만 아직 채 영글지 못한 아이디어의 완성도를 높여 세상의 빛을 보게 해주는 게 이들의 역할이다.
모멘토는 본연의 업무에서 수 년간 경험을 쌓으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축적한 삼성전자 임직원으로 구성된다. 대부분은 “집단지성의 힘으로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개선해보겠다”는 모자이크의 시행 취지에 공감, 기꺼이 자신의 역량을 보태려는 이들이다. 아이디어마켓 등에 올라온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검토, 판단하며 현실화 가능성이 있는 경우 실행 과정에 필요한 조언을 건네기도 한다. 일정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 대개는 바쁜 일과 시간을 할애해 짬짬이 활동한다.
모멘토 프로그램의 안정적 운영은 집단지성사무국도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모멘토 관련 첫 공식 행사는 지난해 5월 개최된 ‘모자이크 멘토링 데이’였어요. ‘본인 업무도 아니고 본인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자리도 아닌데 호응이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뜨거워 저희도 무척 놀랐습니다.” 집단지성사무국에서 모자이크 관련 실무를 맡고 있는 심혜정씨에 따르면 첫 행사 이후 1년여간 모자이크 멘토링 데이가 열린 건 모두 여섯 번. 그때마다 모멘토들의 적극적 조언과 신중한 검토를 거쳐 될성부른 아이디어가 현실적 가치를 부여 받고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 2018년 8월 현재 활동 중인 모멘토는 약 300명. 내년에 500여 명을 추가로 발굴, 내년 중 누적 활동 인원을 1000명까지 늘리는 게 집단지성사무국의 목표다.
모멘토 프로그램은 집단지성사무국 실무진에게 멘토링 제도의 순기능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모멘토의 조언 덕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몇 단계 발전시키게 된 임직원이 고마워하는 건 예상했던 반응. ‘반전’은 멘티보다 더 신이 난 모멘토의 모습이었다. 실제로 모멘토 활동에 참여했던 임직원들은 “열정 가득한 동료를 만나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나와 다른 분야 종사자를 만나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모멘토가 된 것이야말로 올해 내가 시도한, 가장 보람 있는 활동” 같은 참여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효율적 업무로 창의적 성과 창출 돕는 플랫폼 완성할 것”
기업 내부 소통이 기업 활동 전반에 긍정적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는 메시지는 지난 5월 9일자 스페셜 리포트(요즘 기업의 지상 과제 “직원을 회사와 통(通)하게 하라!”)에서도 살펴본 적이 있다. 지난 4년여간 모자이크가 걸어온 길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래는 그간의 행보에 따른 모자이크의 주요 성과를 ‘이상적(IDEAL) 기업 활동 패러다임에로의 전환’에 맞춰 정리한 것이다.
강윤경 삼성전자 집단지성사무국 상무에 따르면 모자이크는 앞으로도 삼성전자 임직원의 ‘업무 지원 플랫폼’ 역할을 지속할 전망이다. “일과 생활 간 균형을 꾀하면서 주어진 시간 내에 업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제도 마련만큼이나 중요한 게 ‘일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 구축입니다. 앞으로도 모든 임직원이 본인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한편, 수평적 소통 문화를 바탕으로 모두의 아이디어가 사내에서 자유롭게 흐를 수 있도록 모자이크를 통해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지난 세기,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경쟁’이었다. 날로 복잡해지는, 그러면서도 자원은 유한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조직 역시 유능한 인재를 뽑아 자체적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온 역량을 집중했다. 모든 경쟁은 필연적으로 ‘평가’와 ‘보상’을 수반했다. 이른바 ‘실적주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부터 실적주의는 그 한계를 뚜렷이 드러냈다. “실적 중시 풍토는 인간을 심리적으로 편협하게 만들 뿐 아니라 면역력을 저하시켜 체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과도한 경쟁의 부작용은 의외의 지점에서 해소될 수 있다. 경쟁 구도 자체를 탈피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것’을 지키기 위해 꽁꽁 묶어두는 대신, 그걸 전체(의 성과)에 보탤 때 오히려 충만감이 생겨날 수 있다. 좀처럼 풀리지 않던 업무 관련 의문과 애로 역시 그 과정에서 해소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모자이크 운영을 통해 얻은 교훈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지 않을까?
[1] Alexander大王(B.C.356~B.C.323). 마케도니아 왕으로 그리스와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2] Slack. 온라인 사진공유 서비스 플리커 창업 팀이 만든 메시징 애플리케이션. 업무용 협업 도구로 쓰이며 인기를 끌었다. 2003년 공개된 이후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2018년 5월 현재 1일 활동 사용자 수는 800만 명에 이른다
[3] ‘대화형 로봇(chatter robot)’을 줄여 부르는 용어. 채팅하듯 질문을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일상 언어로 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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