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랩 과제도 등판 성공… ‘21세기형 십시일반’ 킥스타터 이야기

201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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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뉴스룸이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C랩 과제도 등판 성공, '21세기형 십시일반' 킥스타터 이야기, 스페셜 리포트는 풍부한 취재 노하우와 기사 작성 능력을 겸비한 뉴스룸 전문 작가 필진이 새롭게 선보이는 기획 콘텐츠입니다. 최신 업계 동향과 IT 트렌드 분석, 각계 전문가 잉ㄴ터뷰 등 다채로운 읽을거리로 주 1회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1. 환경 다큐멘터리 ‘태양은 뜬다’

“바다는 우리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죠. 그런데 그 바다가 우리의 땅을 파괴하고 있어요.” 지극히 평화로워 보이는 에메랄드빛 수평선과 그 앞 모래 해변, 아름다운 영상 위로 담담한 원주민 언어의 내레이션이 깔린다. 생명을 탄생시키는 붉은 해, 그 생명을 받쳐주는 푸른 바다, 그리고 서서히 가라앉는 섬…. 그 안에서 시한부 인생을 영위하는 이들의 얘기가 교차하는 이 필름은 지난 2010년 ‘풀프레임 다큐멘터리 필름 페스티벌’ 수상작인 동시에 2011년 아카데미상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작이기도 한 ‘태양은 뜬다(Sun Come Up)’다.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에 시시각각 높아지는 해수면, 그 속으로 잠겨 들어가는 남태평양 카테렛(Carteret) 섬 사례를 다룬 역작이다.

지구온난화 현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다큐멘터리 ‘태양은 뜬다’의 한 장면을 표현한 이미지 ▲지구온난화 현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다큐멘터리 ‘태양은 뜬다’의 한 장면을 표현한 이미지

 

#2. 눈동자 추적 장치 ‘아이라이터’

“예술은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고 사회에 변화를 안겨줄 수 있는 도구입니다. 제 작업이 의료 개혁 촉진과 ALS(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그리고 환우 지원에 쓰일 수 있다니 전 축복 받은 사람입니다.”

이상은 ‘템프트1(Tempt One)’이란 별명으로 잘 알려진 그라피티 아티스트 토니 콴(Tony Quan)이 한 말이다. 토니 콴은 미국 서부 지역 특유의 그라피티 스타일을 구축, 명성을 떨친 인물. 하지만 퇴행성 신경 장애의 일종인 ALS, 일명 ‘루게릭병’에 걸려 눈을 제외한 모든 근육이 점점 마비돼가는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 2009년, 그는 값진 선물을 하나 받았다. 눈동자의 움직임을 추적, 모니터에 형상으로 띄우는 일명 ‘아이라이터(EyeWriter)’가 그것. 아이라이터 개발엔 △프리 아트 앤드 테크놀로지 랩(Free Art and Technology Lab) △그라피티 연구소(Graffiti Research Lab) △오픈프레임웍스(OpenFrameworks) 소속 구성원 등이 참여했다. 이 장치는 2010년 시사주간지 ‘타임’ 선정 ‘올해의 발명품 50(Top 50 inventions of 2010)’에 포함된 걸 비롯, 2011년엔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도 전시되며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다.

아이라이터를 활용, 토니 콴이 완성한 그라피티 아트 작품이 적용된 모습(출처: The EyeWriter/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아이라이터를 활용, 토니 콴이 완성한 그라피티 아트 작품이 적용된 모습(출처: The EyeWriter/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3. 어맨더 파머 노래 ‘킬링 타입’

“저라면 전쟁에 이기려 사람을 죽이진 못할 거예요. 그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 정말 모호한 얘기예요. (중략) 난 사람을 죽이는 타입은 아니에요, 그런 타입은 아니죠….”

미국 출신 여성 싱어송라이터 어맨더 파머(Amanda Palmer)의 대표곡 중 하나인 ‘킬링 타입(The Killing Type)’ 가사 중 일부다. 그의 음악 세계는 대체로 대중적이다. 하지만 세상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선 주저 없이 폭로하고 맞서는 저항 정신을 보인다. 사회적 통념을 깨는 강렬한 실험 정신과 앞서가는 사회 의식…. 어찌 보면 대중적 뮤지션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긴 어려운 성향의 소유자이지만 파머는 빌보드 차트 10위권에 진입할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동시에 노래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로도 평가 받고 있다. 특히 킬링 타입이 수록된 2012년 앨범 ‘극장은 악이다(Theatre Is Evil)’엔 이 같은 그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노래가 가득하다.

위 사례들엔 하나의 공통분모가 있다. 일명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의 결과로 폭발적 파급력을 얻게 된 작업물이란 사실이 그것. 세 경우 모두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이며 규모가 큰 크라우드펀딩 웹사이트’로 불리는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 모금, 결실을 보게 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창의 프로젝트’ 지원에 초점… 누적 모금액 15억 달러 돌파

‘티끌 모아 태산’이나 ‘열 숟가락 모으면 밥 한 그릇(十匙一飯)’ 같은 속담은, 여럿이 조금씩 힘을 보태 큰 일을 이루는 정신이 인류 사회의 오랜 전통이란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하물며 지금은 인터넷으로 전 세계 구석구석 어디든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된 21세기. 이런 전통은 이전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훨씬 더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군중(群衆)을 뜻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 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이 합쳐진 이 신조어에 대해 시사상식사전은 ‘자금이 없는 예술가나 사회활동가 등이 자신의 창작(혹은 사회공익)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 받는 방식’이란 정의를 붙였다.

‘뜻 있는 일에 후원하는’ 크라우드펀딩의 최초 사례는 지난 2008년 1월 출범한 ‘인디고고(Indiegogo)’다. 미국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출신 다나에 링겔만(Danae Ringelmann) 등이 만든 이 웹사이트엔 흥미로운 탄생 비화가 있다. 한때 연극 동호회원으로 활동했던 링겔만은 꽤 많은 관객이 (저명 극작가 아서 밀러 연극처럼) 작품성 있는 명작을 좋아하는데도 정작 이를 실제로 상연하는 데 필요한 자금 확보가 쉽지 않아 좋은 연극이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 대안적 의미에서의 자금 모금 운동을 모색했고 그 과정에서 인디고고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인디고고는 2014년 현재 매월 전 세계에서 1500만 명이 방문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 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금이 동원되는 웹사이트는 단연 킥스타터다. 자선 목적의 활동도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는 인디고고와 달리 킥스타터는 영화∙음악∙공연∙만화∙저널리즘∙비디오게임∙테크놀로지 등 분야별 창의적 프로젝트 지원에 초점을 둔다. 2015년 2월 현재 론칭된 프로젝트만 20만여 건,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7000건 이상이다. 기간 중 누적 모금액은 15억 달러(약 6조7000억 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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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펀딩 열풍은 이미 전 지구적 현상이 됐지만 ‘본고장’ 미국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게 사실이다. 지난 2012년 4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신생벤처육성지원법(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에 서명했다. ‘잡스법(JOBS Act)’ 혹은 ‘크라우드펀딩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은 실제로 미국 내 스타트업들이 사업을 좀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스타트업 활성화 예산을 따로 조성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어 좋고, 스타트업은 필요한 자금을 보다 탄력적으로 마련할 수 있어 좋은 구조다.

국내에도 상당수의 크라우드펀딩 웹사이트가 개설돼 있다. 지난 2011년 출범해 영화·음악·미술·출판·건축·디자인·게임 분야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텀블벅을 비롯, 굿펀딩·인큐젝터 등이 킥스터와 유사한 방식으로 꾸려지는 곳. 네이버 등 주요 인터넷 포털 업체도 유의미한 창작(사회) 활동을 지원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문화 콘텐츠 분야 투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아직은 적용 범위가 다소 제한적이다. 하지만 2012년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첫 번째 국정 목표로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크라우드펀딩의 제도적 토대 마련에 나서는 등 크라우드펀딩 분야의 국내 전망은 꽤 밝은 편이다.

 

‘스마트 골프 슈즈’ 아이오핏, 입성 10시간 만에 목표액 달성

킥스타터란 명칭은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기 위해 레버를 발로 힘차게 차는(kick) 모습을 본떠 붙여졌다. 그리 오래지 않은 역사를 보유한 킥스타터가 ‘21세기형 소통 경제의 꽃’인 크라우드펀딩 열풍을 이끌게 된 비결은 뭘까?

킥스타터는 일단 ‘웬만해선 성공하기 어려운 실험적 아이디어라 해도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를 담고 있다면 순조로운 출발을 보장해온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원 범주는 △미술 △만화 △무용 △디자인 △패션 △영화∙비디오 △요리 △게임 △음악 △사진 △출판 △테크놀로지 △무대공연 등 모두 13개. 이중 영화∙비디오와 음악, 게임 쪽 모금 규모가 비교적 커 세 분야를 합치면 전체 모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개중 일부 프로젝트는 한국인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것들이어서 눈길을 끈다. 대부분 사회 현안(입양∙교육∙해녀 등)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필름과 게임, 그림책 등 문화 콘텐츠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오전 10시(이하 현지 시각) 다소 낯선 아이템 하나가 킥스타터에 등장했다. 아이오핏(IOFIT).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 크리에이티브랩(Creative lab, 이하 ‘C랩’)을 거쳐 스핀오프된 스타트업 솔티드벤처의 대표 상품이다.

 

아이오핏은 ‘세계 최초 스마트 골프 슈즈’를 표방한다. 골프 칠 때 아이오핏을 착용하고 그와 연동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작동시키면 아이오핏이 사용자의 체중 분포를 측정, 자세를 분석해준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전송된다. 아이오핏의 킥스타터 데뷔 무대는 일단 성공적이다. 출시 10시간 만에 목표 모금 액수(3만 달러)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한 것. 펀딩 기간을 28일 남긴 9일 현재 누적 모금액은 5만3200달러를 넘어섰다. 조형진 솔티드벤처 대표는 “아이오핏이 킥스타터의 주된 소비층을 다소 비껴난 시장을 타깃으로 한 상품이라 걱정했는데 비교적 참신한 기술 덕에 주목 받는 것 같다”며 “킥스타터 출시 이후 조금씩 입소문이 나며 전문 골퍼들의 유입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모금 기간 내 목표액 200% 달성’은 무난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킥스타터 출시 이후 모금이 한창인 아이오핏 페이지. 사진은 10일 오전 10시(한국 시각) 캡처한 이미지다 ▲킥스타터 출시 이후 모금이 한창인 아이오핏 페이지. 사진은 10일 오전 10시(한국 시각) 캡처한 이미지다

 

‘스마트 벨트’ 웰트, ‘스마트 시곗줄’ 시그널도 출격 준비 완료

킥스타터 출시를 기다리는 아이템은 아이오핏 말고도 또 있다. 오는 30일 ‘등판’을 준비 중인 스마트 벨트 ‘웰트(WELT)’는 일종의 ‘웰빙 벨트’다. 허리에 벨트처럼 착용하면 사용자의 신체 상태가 스마트폰으로 전달돼 건강 상태를 점검해준다. 웰트를 개발한 동명의 스타트업 웰트 역시 삼성전자 C랩에서 스핀오프 절차를 거쳐 독립했다. 법인이 설립된 건 3개월이 채 안 됐지만 C랩 시절부터 무수한 고민과 실험을 거친 덕분에 ‘완성형’에 가까운 형태로 시장에 나올 수 있었다.

강성지 웰트 대표에게 킥스타터 출시는 말하자면 ‘매출 증대 수단’이라기보다 ‘홍보(promotion) 전략’이다. 그는 “모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일정이 잡혀 있긴 하지만 우리 자체 브랜드의 힘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B2C, 즉 고객과의 접점을 최대한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킥스타터에선 (잠재) 고객과 바로 만날 수 있으므로 제품 본연의 가치를 ‘손으로 만져지듯’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 벨트 웰트

 

웰트와 같은 날(8/30) ‘시그널(SGNL)’ 역시 킥스타터에서 데뷔 무대를 갖는다. 시그널은 시곗줄 모양의 스마트 밴드. 블루투스를 이용해 스마트폰과 연동하면 이어폰이나 헤드셋 없이 통화음을 들을 수 있다. 소리를 미세한 진동으로 변환, 손끝에 전달한 후 귀에 대면 해당 진동이 고막까지 전달되는 원리다. 당초 ‘팁톡’이란 명칭으로 이 과제를 개발한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 역시 삼성전자 출신으로 C랩을 거쳐 제품을 완성했다. 최현철 대표는 “제작자 입장에선 유용한 서비스라도 실제 사용자 눈엔 그렇지 않게 보일 수 있다”며 “그 때문에 킥스타터 출시에 앞서 준비할 게 많았다”고 말했다. 킥스타터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치밀하고 전략적인 ‘사전 마케팅’이 필수란 지적이다. “저희는 킥스타터를 ‘사용자 피드백 수렴 창구’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실제 판매 실적 증대를 노리기보다 후원자(backer)들에게서 유용한 조언을 받고 그 결과를 실제 제품에 녹여 시장에 다시 내놓고자 하는 거죠.”

귀를 손가락으로 막고 있는 남자

시그널에 관해 좀 더 알고 싶은 분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CES 2016 빛낸 삼성전자 C랩 출신 세 팀

 

참신한 아이디어와 창의적 열정, ICT 기술 만나 ‘날개’를 달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학교에서 배운 걸 모범생처럼 따라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언더그라운드’로 지칭하며 지하로 숨어드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당당하게 추구하며 그 면면을 완전히 개방, 타인과 공유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생각을 같이하는 이와 만나 점차 더 다양하고 새로운 결과물을 완성해간다. 그리고 이 같은 진화를 가능케 하는 기저엔 ‘전 세계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된’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기술 발달이 있다.

물론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돈과 자원 문제다. 새로운 문화 형태가 가능해지려면 시간과 돈을 투자해 그런 실험에 기꺼이 몸을 던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창의적 열정의 소유자라면 얼마든지 준비가 돼 있겠지만 시간을 들이는 동안 그 사람의 생계를 보장해주고 필요한 준비를 해주는 돈까지 갖추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창의적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온라인 네트워킹으로 조달하는’ 킥스타터 플랫폼의 발전 가능성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단순 기술로 출발한 IT가 어느덧 인간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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