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호 수석과 유상훈 사원이 수원공고 멘티 4인방에게] “남의 코드 보는 일, 부끄러워 마세요”
게임은 요즘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게임을 잘 하는 학생은 공부나 운동을 잘 하는 학생만큼이나 또래의 인정을 받죠. 게임은 이제 더 이상 ‘공부에 방해되는 딴짓’이 아닌,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당당한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게임을 즐기는 학생은 많아도 직접 게임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학생은 흔치 않습니다. 지난 28일 삼성디지털시티(경기 수원 영통구 매탄동)를 찾은 수원공고 디지털게임과 1학년생 네 명은 바로 그 ‘흔치 않은 학생’이었는데요. 소프트웨어 꿈나무를 지원하기 위한 이색 멘토링 ‘S히어로, S히어로를 만나다’, 그 다섯 번째 현장을 삼성전자 뉴스룸이 찾았습니다.
삼성디지털시티에 올림픽 선수촌이 있다?
▲멘티들의 눈은 난생처음 보는 산업용 장비 앞에서 휘둥그레졌습니다. (왼쪽부터)김명호 수석, 김한결·김태경·홍성표·김현우군
이번 멘토링이 진행된 삼성디지털시티 내 글로벌기술센터는 좀 특별한 곳이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conveyor belt)와 CNC 밀링 머신(Computer Numerical Control milling machine, 컴퓨터로 제어되는 절삭 장비) 등이 설치된 이곳은 흡사 제조 공장을 방불케 했는데요. 이처럼 많은 장비가 갖춰져 있는 건 글로벌기술센터가 삼성전자 소속 기능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국제기능올림픽을 준비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국제기능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유상훈(사진 가운데) 사원은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했습니다
이날 학생들의 멘토를 자처한 건 김명호 삼성전자 글로벌기술센터 요소기술팀 수석과 유상훈 삼성전자 글로벌기술센터 인사그룹 사원이었습니다. 김 수석은 스마트 팩토리 관련 업무를, 유 사원은 국제기능올림픽 업무를 각각 맡고 있죠. 특히 유 사원은 지난해 브라질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정보기술직종 부문 은메달을 획득한 후 지도자로서 후배 양성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진로에 관해 질문을 이어가는 학생의 진지한 태도가 대견해서였을까요? 이날 김명호 수석의 얼굴에선 인자한 ‘아빠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멘토링은 시종일관 가족적 분위기에서 진행됐습니다. 작은아들이 아빠와 큰아들에게서 조언을 듣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진짜 형처럼 친근한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갔던 유상훈 사원은 실제로 2년 전 수원공고 디지털게임과를 졸업한 멘티들의 ‘직속’ 선배입니다. “우리 집 막내가 딱 너희 또래”란 말로 운을 뗀 김명호 수석은 시종일관 허물없는 태도로 나이 차를 뛰어넘어 학생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좋은 프로그래머 되려면 ‘커닝’도 잘해야”
첫 만남의 어색함도 잠시, 간단한 자기 소개가 끝난 후 학생들은 본격적으로 질문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멘토님들 같은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김명호 수석의 대답은 다소 의외였는데요. 바로 ‘남이 짜놓은 소스 코드를 많이 볼 것’이었습니다. “코드를 공개하는 건 그만큼 내용에 자신 있을뿐더러 국제적 표준에 맞춘, 누가 봐도 문제가 없는 코드란 뜻입니다. 남의 코드를 보고 분석할 수 있으면 그만큼 실력 있단 얘기가 되겠죠. 베끼는 게 꼭 나쁜 건 아닙니다. 일단은 남의 코드를 보는 것도 중요해요.” 김 수석은 “나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처음엔 남이 만든 코드를 보는 것으로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며 다양한 코드를 접해보라고 주문했습니다.
유상훈 사원은 김 수석의 조언에 자신만의 팁(tip)을 덧붙였는데요. 그는 “국제기능올림픽을 준비할 때 혼자서 연습했던 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UI(User Interface, 사용자 환경)를 무작정 만들어보는 것”이라며 “기능을 구현하려면 결국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남이 만든 코드를 찾아보게 되더라”고 말했습니다. 비록 남이 짜둔 코드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프로그램에 적합한 코드를 찾고 적용하다보면 결국은 자신의 기술이 된다, 는 거죠.
“제일 중요한 건 분야별 기초 실력 쌓는 일”
수원공고 멘티 4인방은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에 관해서도 멘토들에게 조언을 구했는데요. 김명호 수석은 “공부해야 할 게 굉장히 많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 없이 먼저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이 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식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엔 전체 설계를 마친 후 검증까지 완료한 다음 작업을 시작했다면, 이젠 핵심적인 기능을 하나 구현한 다음 거기에 다른 기능을 붙여나가는 식입니다. 프로그래밍 공부도 마찬가지예요. 자신이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을 완성해가다보면 거기에 다양한 지식이 하나둘 달라붙어 쌓이는 경험도 하게 될 겁니다.”
유상훈 사원은 “학교에서 진행되는 각종 수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문했는데요. 그는 “학창 시절 각종 자격증 수업 시간을 활용하지 못하고 시간 허비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며 “사회에 나오면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질 때 다양한 기초 분야 실력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주소아, 잠재력 끌어내기 가장 좋은 교육”
인기 온라인 게임 ‘메이플 스토리’ 개발에 참여했던 한종천<위 사진 가운데> 수원공고 교사는 학생들 사이에서 ‘메이플 선생님’으로 통합니다. 주니어소프트웨어아카데미(이하 ‘주소아’) 담당 교사로 활동 중인 그는 “스스로 모여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하는 등 주소아 이후 학생들의 모습이 주도적이고 창의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1학년 학생들에겐 아직 C언어를 안 가르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자발적으로 모여서 C언어를 공부하더라고요. 주소아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아닐까 합니다.”
멘토링을 마친 김현우군은 “학생 신분으론 알 수 없었던 여러 얘길 들어 기쁘다”며 “노력과 경험이 중요하단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전문가의 조언을 직접 들으니 새삼 머리에 와 닿는다”고 말했습니다. 김한결군은 “대학 진학 여부 등 평소 고민했던 문제의 해답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했는데요. 주소아가 수원공고 학생들의 모습을 바꿨던 것처럼 멘토들과의 만남이 S히어로 4인방의 미래를 바꾸는 ‘나비 효과’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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