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영재들, 꿈을 설계하다 ‘로봇 꿈나무 교실’
지난 10월 30일, 경기도과학교육원의 과학영재연구센터 2층의 한 교실에서 조금 색다른 수업이 진행되었다. 로봇 만들기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로봇 꿈나무 교실’이었다. 뉴스룸이 찾아간 현장에서는 교육용 레고를 활용한 자동화 교육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며 자신의 지식을 나누는 사람들. 또 그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배우는 학생들. 그 ‘즐거운 나눔’의 현장을, 지금부터 함께 가보자.
“선생님, 로봇이 만들고 싶어요…”
로봇 꿈나무 교실은 삼성전자의 글로벌기술센터 자동화기술팀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각종 문화 콘텐츠 때문에 학생들이 ‘로봇’에 관해 관심을 가질 계기는 많다. 하지만 정작 ‘로봇 제작자’로서의 꿈을 키우기에는 ‘로봇’에 대해 제대로 배울 곳이 없다. 삼성전자의 자동화기술팀은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로봇과 설비를 개발하는 팀이다. 이들은 미래의 로봇 제작자가 될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로봇에 관해 가르쳐 주려는 마음으로 이번 ‘로봇 꿈나무 교실’을 기획하게 되었다.
평소 로봇에 관한 높은 관심을 증명하듯,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아이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책상 위의 부품을 하나하나 만져보고, 프로그램을 실행해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로봇 꿈나무 교실’ 수업처럼 정규 과정에서 배우기 힘든 특별한 ‘공부’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짐을 들고 이동을 하거나, 땅을 파기 위해 삽질을 하는 것처럼 단순한 노동은, 사람보다 로봇에게 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이처럼 예전에는 사람이 비효율적으로 하던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로봇과 설비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자동화기술팀의 소개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평소 관심이 많던 분야라고 해도, 아직은 어린 학생들이었기에 지루한 이론 설명만 이어졌다면, 수업의 집중도는 상당히 낮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동화기술팀의 선생님들은 ‘볼런테인먼트’라는 취지에 걸맞게, 학생들이 직접 로봇을 만들고, 느낄 수 있는 체험 학습 위주로 ‘배우는’ 재미를 더했다. 이는 학생들의 높은 관심이 자연스럽게 로봇에 대한 올바른 교육으로 이어질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1가구 1로봇 시대, 우리가 만들어요”
수업은 교육용 레고인 Mindstorm EV3 로봇 키트를 이용해 로봇 조립, 작동 로직 프로그래밍, 미션 수행 순으로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어려운 부분을 서로 알려주면서 함께 힘을 합쳐 로봇을 조립했다.
평소 ’레고’에 관심이 많아서 이번 수업을 신청한 손강찬 학생(위 사진 왼쪽)은 “평소 로봇에 관심이 많았어요. EV3 키트도 원래 사고 싶었던 키트였는데, 너무 비싸서 사지 못했거든요. 이 수업에서 실제로 작동시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라며 수업의 소감을 전했다. 손강찬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들은 이명현 학생(위 사진 오른쪽)은 로봇 공학자가 꿈이다. 그는 “로봇에 관해 알려주는 다른 수업도 들어봤는데, 이렇게 직접 만들어 볼 기회가 없어서, 지루할 때도 있었는데요. 오늘 수업은 실제로 로봇을 만들어 볼 수 있어서, 심심할 틈이 없었어요.”라며 자신의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무기 개발자가 꿈인 진영 학생(위 사진 왼쪽). 그는 취미로 로봇 키트를 만들어 작동시켜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이번 수업은 특별했다. “집에서 만든 로봇 키트보다 훨씬 견고하고 프로그램도 잘 짜여있어서, 로봇에 대해서 더 깊이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라는 진영 학생의 말처럼, 함께 하는 수업은 개인적으로 ‘키트’를 사는 것보다 좋은 자료로 수업을 할 수 있을뿐더러, 친구들과 함께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박가람 학생(위 사진 오른쪽)은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수업을 신청했는데요. 친구들과 직접 로봇을 만들어보니까, 짐작했던 것보다 더 신기했고, 로봇에 대한 관심도 더 커졌어요. 앞으로 로봇을 더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이번 수업에 호감을 표했다.
로봇에 대한 조립과 프로그래밍을 마친 학생들에게, 완성된 로봇으로 네모 박스에 부딪히지 않고 박스 주변 한 바퀴를 도는 미션이 주어졌다. 자신들이 조립하고, 직접 프로그래밍한 로봇이 움직이는 모습을 본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학생들에게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학생들의 눈만 봐도, 로봇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어요”
수업 내내 아이들의 질문은 끊이지 않았고, 삼성전자의 자동화기술팀의 선생님들 또한 학생들의 열의에 열정 어린 수업으로 답했다. 선배들의 권유로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된 류동근 님(글로벌기술센터 장비개발그룹, 위 사진 가운데)은 “로봇을 움직이려면 그에 맞는 로직을 프로그래밍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인상적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그렇게 전문가 못지않은 열정으로 수업을 듣던 아이들이 선생님의 아이스크림 제안에 기뻐하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습니다”라며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정희 님(위 사진)은 평소부터 봉사활동에 관심이 컸는데, 개인적으로 어떤 활동에 참여해야 할지 알아볼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업무 내용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번 행사를 알게 되어, 함께 하게 되었다. 그녀는 이번 활동이 부서 동료들과 학생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활동이라며, 자라나는 로봇 꿈나무들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저는 기구 설계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제 업무에는 로봇 프로그래밍도 들어있거든요. Mindstorm EV3 로봇 키트는 기구 조립과 프로그래밍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이를 활용한 교육은 저희 부서와 잘 맞는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생들이 로봇에 흥미를 보일 수는 있어도, 로봇 만들기를 취미 생활로 즐기기는 어려울 수 있는데요. 이번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좀 더 로봇과 가깝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로봇 꿈나무 교실의 장점은 아이들에게 ‘로봇에 관련된 교육’을 해주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업에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교육을 하는 것이라, 학생들에게 이론 교육을 넘어 실질적인 노하우를 전할 수 있다.
이무창 님(위 사진)은 원래 로봇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같이 협동하면서 하나의 프로그램을 짜는 과정은 코딩 교육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의 움직임을 프로그래밍하는 과정은 그런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래밍이 된 로봇이 장애물에 부딪히거나,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등의 시행착오를 겪을 때,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이 과정을 통해서 실생활에서도, 서로 아이디어를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방식을 배워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단순히 로봇의 기술을 알려주는 ‘전달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짜 ‘선생님’이었다. 이무창 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러 온 자동화기술팀 모두가 활발하게 참여한 아이들이 고맙고, 앞으로 이런 교육이 많이 생겨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미래의 과학자, 로봇공학자들이 쑥쑥 자라났으면 해요”
기획부터 진행까지 ‘로봇 꿈나무 교실’의 전반적인 진행 상황을 책임진 박종호 님(위 사진)은 평소에도 프라모델과 같은 장난감을 좋아하는 키덜트다. 그래서일까? 그에게 이번 봉사는 일종의 취미 활동처럼 즐거운 일이었다. “일반적인 재능 봉사를 제가 지금 하는 일을 통한 ‘나눔’에 관해 고민하다가 ‘로봇 꿈나무 교실’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서 제가 좋아하는 ‘키덜트 문화’를 이번 활동에 녹여보고자 Mindstorm을 활용하게 된 거죠.” 박종호 님에게 이번 ‘수업’은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대해 배우는 것보다는 로봇이라는 것을 직접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24명 모두 흥미를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단 하나의 학생이라도 ‘로봇이 재밌다’ ‘더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면 충분합니다” 수업을 마친 소감을 말하는 ‘로봇 꿈나무 교실’ 봉사자들의 얼굴에서 지친 기색보다는 기쁨이 먼저 보인 것은 그저 ‘봉사’를 했다는 뿌듯함만은 아니었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잘 하는 일, 그래서 더욱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삶’을 함께 나누는 즐거움이 그곳에 있었다.
이처럼 봉사를 넘어 개인의 역량을 키우고, 나의 것을 타인과 나누는 기쁨까지 주는 ‘로봇 꿈나무 교실’이지만, 그 시작이 마냥 쉽지는 않았다. 업무시간이 끝나고, 저녁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강의 자료를 만들고, 수업에 사용할 로봇 키트의 종류를 알아보는 등의 많은 노력이 그 뒤편에 숨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봉사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아이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그동안의 노력이 다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지금은 혁신과 변화의 시대다. 그만큼 현재는 다양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가능성이 실현되려면,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나눔’과 아이들의 ‘열정’이 만난 ‘로봇 꿈나무 교실 역시 그러한 노력 중 하나다. 수업을 들은 모든 학생이 미래의 로봇공학자로 꽃을 피우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일뿐이다. 언제나 모든 일은 ‘시작’이 있어야, 완성되는 법이다. 그 시작의 계기를 만들어준 것만으로 이번 ‘수업’은 충분했다. 앞으로 이어질 삼성전자의 다양한 교육 봉사들 역시 꿈을 향해 다가가는 학생들에게 또 다른 ‘시작점’이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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