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전문 진료, 누구나 자유롭게 누리는 세상 머지않았죠” 원격 질병관리 서비스 개발하는 E2E 헬스

201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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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뉴스룸이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맞춤형 전문 진료, 누구나 자유롭게 누리는 세상 머지않았죠” 원격 질병관리 서비스 개발하는 E2E 헬스

“책상 앞에 앉아 세상을 보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습니다(A desk is a dangerous place from which to view the world). 제가 한 말이 아니라 ‘영국 스파이 소설의 거장’ 존 르 카레(John le Carré)가 남긴 얘기죠. 사실이 그래요. 진짜 중요한 정보는 결코 구글링으로 찾아지지 않습니다. 실체에 접근하려면 무조건 현장에서 뛰어야 해요. ‘앉아서 방향을 찾을 순 없다, 달리자!’ 저희가 삼성전자에서 독립하며 품은 일종의 만트라(mantra, 기도나 명상을 할 때 외는 주문)였어요.”

지난달 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E2E 헬스’ 사무실을 찾았을 때 오정택 태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이 불현듯 떠오른 건 추가 질문을 던지기 위해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해외 로밍 서비스 연결음 때문이었다. 오 대표는 ‘고객 관리’ 목적으로 한 달에 한두 번은 미국에 간다. 고객과의 지속적 스킨십을 통해 신뢰관계를 형성해가는 그의 업무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한 E2E 헬스 임직원들. 넓지 않은 곳이지만 면적당 효율만큼은 ‘대한민국 1위’를 자부한다▲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한 E2E 헬스 임직원들. (왼쪽부터)원재관 실장, 오정택 대표, 백인걸 팀장, 이재철씨. 네 사람에 따르면 E2E 헬스 사무실은 그리 넓지 않지만 면적당 효율만큼은 ‘대한민국 1위’를 자부한다

 

합리적 비용으로 ‘온라인 주치의’ 둘 순 없을까?

E2E 헬스의 핵심 아이템은 ‘원격 질병관리 서비스 플랫폼’이다. 환자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기록, 주치의가 그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골자. 의료진은 E2E 헬스가 구축해놓은 플랫폼 안에서 질병을 진단하거나 질환을 관리할 수도, 환자에게 일상적 건강 관리 요령을 제공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의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S헬스’가 사용자(환자) 주도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E2E 헬스는 전문 의료진과 환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스페셜리포트E2E2▲E2E 헬스는 PC와 스마트폰 내에 일종의 생태계를 구축, 의료진과 환자가 직접 만나지 않고도 실현 가능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정택 대표에 따르면 E2E 헬스 서비스의 핵심은 ‘의사와 환자가 대면 접촉 과정 없이 모든 의사소통을 원격으로 진행한다’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선 개별성과 보편성 등 서로 다른 두 가치가 중시된다.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의료 컨설팅이 이뤄지는(개별성) 동시에 더 많은 사람이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보편성) 게 창업 목적이기 때문.

“원격진료 하면 흔히 ‘특별 계층을 위한 고급 맞춤형 서비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그 반대입니다. 요즘 부자들은 시간과 돈을 충분히 들여 자신에게 맞는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 받죠. 하지만 나머지 대다수는 자신에게 맞는 의료 서비스를 찾아볼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어요. 원격진료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해 존재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낮은 가격으로 좋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술 발달이 ‘누구나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환경 구축을 가능케 하는 셈입니다.”

스페셜 리포트 E2E
▲E2E 헬스가 제안하는 건강관리 서비스 플랫폼 개념도. IT 기기를 활용, 환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의사에게 전달하면 의사는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컨설팅 메시지를 작성·전송하는 구조다

당뇨병·고혈압·위장병·뇌졸중·암…. 한때 ‘성인병’으로 불렸던 이들 질환은 요즘 비단 성인이 아닌 연령대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대한내과학회는 이런 병을 ‘생활습관병’이라고 명명하며 “평소 생활 습관에 따라 걸릴 수도, 나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오정택 대표는 “몸에 안 좋은 생활 습관을 바로잡기 위한 자극이 적절히 주어진다면 건강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E2E 헬스 플랫폼을 활용하면 의사가 자기 환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수시로 점검하며 컨설팅 메시지를 보내 적절한 자극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공략 시장은 ‘법적 규제서 자유로운’ 미국

삼성전자 크리에이티브랩(Creative Lab, 이하 ‘C랩’) 과제로 출발, 지난해 11월 스핀오프 절차를 거쳐 세상 밖으로 나온 E2E 헬스의 주요 무대는 미국이다. 한국인 넷이 회사 구성원의 전부인 소규모 스타트업, 게다가 공동 창업자 세 명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독립하긴 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나라다. 이래저래 E2E 헬스에 미국 시장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만큼이나 무모한, 난공불락의 영역이다.

메디칼01 ▲E2E 헬스는 창업 초기부터 한국보다 전자의료 시장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미국을 공략, 사업을 펼치고 있다

E2E 헬스가 미국을 첫 번째 공략 대상 국가로 삼은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E2E 헬스 서비스 플랫폼은 클라우드(cloud)를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한국은 현행법상 의료 정보의 클라우드 공유를 엄격히 금하고 있다. 전자의료 시장이 한국에 비해 활성화된 미국과의 차이점이다. 실제로 미국은 의료용 클라우드에 대한 법적 제약이 없을 뿐 아니라 원격진료의 수요도 높다. 오정택 대표는 “사업하는 입장에서 국내 의료용 클라우드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해제되기만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어서 자연스레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준비 중인 첫 번째 서비스는 전담 주치의가 맡는 게 일반적인 ‘1차 진료(primary care)’ 영역이다.

“제가 삼성전자를 퇴사한 날짜가 지난해 10월 31일이었습니다. 그날 저희 주요 고객 중 하나인 미국의 한 임상병원에서 행사가 있어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날짜가 딱 11월 1일로 변하더군요. 그 순간, 처음으로 ‘아! 내가 무모하게 일을 저질렀구나’ 싶었습니다. ‘앞으로의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한참 걱정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시작했잖아, 고민할 시간에 방법을 찾는 거야. 그냥 가자!’

오정택 대표는 삼성전자 근무 당시 DMC(Digital Media & Communication)연구소에 몸담았다. 창업 아이템 역시 연구소 시절, 과제 형태로 병원과 협업하던 내용을 발전시킨 것. 매해 성장세를 거듭하는 전자의료 서비스 시장에 내놓을 만한 품목이기도 했다.

오 대표는 결국 지난해 4월 아이디어를 C랩 과제로 들고 나온 후 7개월 만에 스핀오프를 결정했다. 그는 "나 같은 삼성전자 출신 서비스 사업자가 시장에 먼저 진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가 삼성전자의 우수한 하드웨어 경쟁력과 결합하면 한층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독립 5개월째… “엄혹한 현실 차근차근 헤쳐갈 것”

창업은 익숙한 환경에서 시작해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것 하나 익숙지 않은 외국에서 출발하는 건 더더욱 간단찮은 선택이었을 터. 오정택 대표는 말할 것도 없고 공동창업자인 원재관 실장과 백인걸 팀장도 막막하긴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세 사람은 2주가량 치열하게 고민한 후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삼성전자에서 일할 때도 미래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어느 순간, 제 눈앞에 두 가지 ‘옵션’이 놓였죠. 창업 후 사업가로 새롭게 출발할 것이냐, 회사에 계속 남아 그 다음 단계를 밟을 것이냐…. 정말 솔직히 말씀 드릴까요? 회사에 계속 남아 임원이 되는 것보다 창업에 제대로 도전해 과제를 성공시키는 게 확률적으로 나은 싸움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

‘무한경쟁’이 기본 생리인 스타트업 정글로 뛰어든 지 5개월째, 오정택 대표는 “시장의 엄혹한 현실을 매일 체감한다”고 말했다. 독립하기 전부터 현실적 가능성을 철저히 따졌지만 실제로 부딪친 현실 세계의 체감 온도는 상상 이상으로 싸늘했기 때문. “창업을 하고 나니 더 절박해졌습니다. 시장을 바라보는 방법, 생존에 대한 시각도 달라졌어요. 일단 대기업 울타리 안에 있을 때와 비교해 절 만나주는 시장 자체가 줄었습니다. 사업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막연했던 일의 장막이 걷히며 오히려 더 두려워지는 부분도 있어요. 결국 모두 저희가 극복해야 할 과제겠죠.”

▲E2E 헬스 구성원은 모두 네 명. 한 명 한 명이 ‘일당백’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정택 대표는 삼성전자 입사 이후 줄곧 웨어러블 의료 기기 한 분야 연구에 매진해온 ‘의료기기 알고리즘’ 전문가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원재관 실장은 국내 굴지의 포털 업체에서 삼성전자로 스카우트된 ‘백엔드(back-end)’ 전문가. 운영팀을 맡고 있는 백인걸 팀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에 두루 능통하다. 창업 이후 새롭게 합류한 이재철씨는 유명 음악 서비스 기업 출신 프론트엔드(front-end) 엔지니어다▲E2E 헬스 임직원은 한 명 한 명이 ‘일당백’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정택 대표는 삼성전자 입사 이후 줄곧 웨어러블 의료 기기 한 분야 연구에 매진해온 ‘의료기기 알고리즘’ 전문가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원재관 실장은 국내 굴지의 포털 업체에서 삼성전자로 스카우트된 ‘백엔드(back-end)’ 전문가. 운영팀을 맡고 있는 백인걸 팀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에 두루 능통하다. 창업 이후 새롭게 합류한 이재철씨는 유명 음악 서비스 기업 출신 프론트엔드(front-end) 엔지니어다

요즘 오 대표를 비롯한 E2E 헬스 구성원은 ‘머릿속 계획이나 책상 앞 펜 놀림만으론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진리를 새삼 실감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급변하는 시장과 제한된 자원 앞에서 자칫 무기력하게 도태되기 십상인 게 스타트업 시장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삼성전자 출신’답게 자신감과 긍정적 태도를 잃지 않았다.

“세상은 결국 계단인 것 같아요. 하나하나 올라야 위아래가 보이죠. 지금 시점에서 몇 년 뒤를 건너뛰어 내다봐야 그건 허상일 뿐이에요. 시선은 멀리 두되, 개발·마케팅·고객관리 등 현 단계에서 해야 하는 일에 우선 집중할 생각입니다. 성공 여부는 지금 따져봐야 소용없어요. 시장이란 계속 바뀌게 마련이고 성패를 좌우하는 건 결국 내부 참여자(actor)들일 테니까요. 소비자가 정말 필요로 하는 걸 만들어가면 저희 앞에 놓인 미래도 긍정적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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