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당신이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낯선 생태계’

2017/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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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여름 휴가! 필요한 짐을 챙겨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차를 타고 떠났다. 웃고 떠드는 가운데 어느새 목적지인 속초 도착. 호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여행 가방을 챙긴 다음, 로비로 향했다. 체크인해야 하는데 프론트 데스크가 눈에 띄지 않는다. 잠시 당황했지만 걱정할 것 없다. 바닥에 나타난 레이저 방향 표시를 따라가기만 하면 예약해둔 객실이 나타나니까. 객실 앞에 도착하자 문이 저절로 열렸다. 실내로 들어서니 야호! 큰 창 너머로 바다가 눈 앞 가득 펼쳐진다.

 

쉽고 빨라진 금융 거래… ‘검은 손’ 조심하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세상은 이미 현대인 곁에 바짝 다가와 있다. 사람들은 점점 더 구체적으로 사물인터넷 세상을 꿈꾸며, 보다 완벽한 실현 방안을 찾아간다. 앞서 예로 든 사례 역시 그런 꿈에서 등장할 법한 장면 중 하나다. 신분 확인이나 거래 등 제반 절차에서 ‘인간 개입’이 생략된 상황 말이다. 이 시나리오 속 세계는 개개인의 몸에 전자 ID(electronic identification) 신호가 부착돼 이를 센서에 읽힌 후 빅데이터로 조회하면 누가 어딜 가든 실시간으로 확인되는 세상, 한발 더 나아가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물품과 서비스가 ‘맞춤형’으로 자동 제공되는 세상이다.
여기서 질문 하나. 물품과 서비스 대금은 어떤 절차를 거쳐 자동으로 지불되는 걸까? 금전 거래가 공정하게 이뤄지려면 우선 거래 당사자의 물품(혹은 서비스) 소비 기록이 남아야 한다. 그런 다음, 그 기록이 은행 계좌와 연동돼 해당 인물이 ‘거래 가능한 신분(상태)’인지 여부가 조회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과정 역시 확실하게 기록돼 다음 거래 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이 모든 작업을 빅데이터에만 의존한다면 그걸 저장, 운용하는 데이터 서버는 정말 커야 할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발달하고 정보량 급증과 함께 엣지 컴퓨팅이 부상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엣지 컴퓨팅 관련 내용은 지난달 17일자 스페셜 리포트 ‘엣지 컴퓨팅,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의 새 장(場) 열다’ 참조).

 

클라우드 컴퓨팅 전성시대, 해커의 위협은 늘 도사리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엣지 컴퓨팅 둘 다 ‘페타바이트(PB)급 정보 시대’에 필요한 정보를 보다 빨리,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방법이다. 하지만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하나같이 중요한 정보인 만큼 악용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 정보의 경우, 속칭 ‘검은 손’의 표적에 걸리기 쉽다. 대형 은행의 방어 장치가 해커들의 집요한 공격에 일부라도 뚫리면 해당 은행이 보관 중이던 고객 자산은 순식간에 해커 집단에 넘어가 탕진될 수 있다.

이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은행은 물리적으로, 혹은 가상 공간에서 여러 겹의 방어 장치를 마련해놓았다. 하지만 제아무리 견고하게 쌓아 올린 성(城)이라도 적(敵)의 공격이 충분히 강하면 언젠가 반드시 무너진다. 설사 무너지진 않는다 해도 점차 집요해지는 공격을 막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돈과 에너지가 투입될 것이다. 그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고객 몫으로 돌아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의 고민은 필연적으로 다음에 이르렀다. ‘단순 방어 장치 강화 말고 좀 더 근본적인 정보 방어 요령은 없을까?’

거래 내역, 장부를 분산시키면 투명해질까?

일부에선 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블록체인(block chain)’을 내놓는다. 블록체인은 1990년대 초 처음 제기돼 꾸준히 다듬어진 개념. 핵심은 ‘어느 한 주체가 모든 고객의 거래 장부를 소지, 관리하는 게 아니라 다수가 모든 이의 거래 장부를 공유하며 관리하는’ 것이다. 초창기엔 “(은행 같은 대형 기관을 매개로 하는) 온라인 거래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기존 거래 방식: 거래 내역 기록된 장부, 은행이 일괄 관리. 블로체인 방식: 장부 분산 통해 투명한 거래 내역 유지

블록체인 프로그램 기반 온라인 거래 시스템이 구축되면 기존 방식에선 관찰되지 않았던 이점이 다양하게 생겨난다. 구체적 사례를 들어보자. 여기, 온라인 쇼핑몰이 하나 있다(편의상 A라고 해두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거래가 가능한 A의 연 매출은 300억 달러 수준. 여기서 취급되는 신용카드는 모두 3종(種)이다. 기존 방식대로 특정 은행이 A의 거래 장부 일체를 관리한다면 이 카드에 연계된 몇몇 은행으로 돈이 집중될 것이다. 자칫 해킹 등으로 이중 한 은행과의 연결고리만 무너져도 순식간에 몇 억 달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다.

만약 A가 금전 거래 관리 방식을 블록체인으로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이를테면 1만 명의 분산형 관리자를 고용한 후 그들에게 거래 장부 파일을 공유하게 하는 것이다. 소재지나 직업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 해당 작업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용량을 갖춘 컴퓨터 소지자라면, 또 암호화된 거래 기록을 읽어내거나 신규 거래 사항을 기입해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무방하다. 이때 분산형 관리자를 ‘노드(node, 그물의 날줄과 씨줄이 만나 겹쳐지는 마디 부분)’라고 부른다.

블록체인 거래, 어떻게 이뤄지나 1. A가 B에게 일정액을 송금하려고 시도 2. 거래 관련 정보가 온라인상에서 '블록' 형태로 생성 3. 2번에서 생성된 블록이 네트워크 상 참여자(노드)에게 전송 4. 노드, 자신이 공유 받은 거래 정보의 유효성 상호 검증 5. 4번을 거쳐 검증 완료된 블록만 '체인'에 등록 6. A, B에게 송금 완료

만약 누군가가 A에 접속, 어떤 상품을 주문한 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해당 정보는 모든 노드의 거래 장부 파일에 전달돼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 물론 이 단계에서도 혹자는 거래 내역을 해킹하려 시도할 수 있다. 노드 중 한 명이 흑심을 품고 조작에 나서는 상황도 얼마든지 짐작 가능하다.

하지만 블록체인 체계 아래 장부 상태는 새로운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수시로 점검된다. 다시 말해 1만 명의 노드가 활동 중인 쇼핑몰 A의 블록체인 프로그램이 “60% 이상이 동일한 내용인 콘텐츠를 기준으로 거래가 진행되도록” 설계됐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한 6000대(1만 명의 60%)의 컴퓨터가 같은 방식으로 해킹(혹은 조작)돼야 거래 교란에 성공할 수 있다. 안전성으로만 치면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은 현재로선 상상하기 어렵다.

“현존 거래 방식 중 가장 안전”, 그 근거는…

1. 모든 노드가 91번 블록 확인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2. 이중 한 명의 노드(편의상 B라고 부르자)가 74번 블록에 담긴 거래 기록을 위조하려 한다면? 3. 2번의 시도가 성공하려면 B는 74번 블록부터 90번 블록까지 모두 수정한 후 91번 블록 위조에 나서야 한다. 4. 게다가 3번의 작업은 B를 제외한 나머지 노드 전원이 91번 블록에 젖ㅂ속하기 전 완료돼야 한다!
 출처: 미국 과학기술 전문 월간지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 스펙트럼’ 2015년 7월호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활동하는 노드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거래가 한 차례 발생할 때마다 이들에겐 ‘가스(gas)’로 불리는 수수료가 지급된다. 지극히 적은, 이를테면 몇 센트 수준의 돈이다. 하지만 연간 거래 규모가 300억 달러 선이라면 아이템 한 개당 가격이 평균 10달러라 해도 10억 회의 거래가 발생하는 꼴이 된다. 예를 들어 그때마다 3센트씩의 가스가 빠져나간다면 1년에 지불되는 서비스 대금 규모는 9000만 달러에 이른다. 노드 수가 총 1만 명이라면 1인당 연간 9000달러(약 1000만 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컴퓨터 한 대를 편한 장소에 두고 가끔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손에 쥘 수 있는 벌이치곤 결코 나쁘지 않다.

‘노드 1만 명 고용해 온라인 쇼핑몰 차리기’. 언뜻 쉽지 않은 작업처럼 비칠지 몰라도 앞서 설명한 거래 시스템이 일반화되면 온라인 광고 하나 내는 것만으로 충분히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다. 1만 명을 대상으로 컴퓨터를 확인(혹은 지원)해주고 프로그램을 (물론 유상으로) 깔아주는 작업이라고 해야 수 개월이면 끝날 것이다. 비용 측면으로만 따지면 경리 전담 조직을 만들고 전문 인력을 고용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효율적일 수 있단 얘기다.

이런 방식은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 이로울 수 있다. 지금까지의 상거래에선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쇼핑몰이 가져가는 돈이 꽤 많았다. 그중 상당 부분은 시스템 유지비, 그리고 은행에 건네는 수수료였다. 은행 역시 그 수수료에서 건물∙장비 임대료 등 제반 비용을 충당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방식의 금전 거래에선 이 같은 비용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깝게 사라질 수 있다. 여기에 가격을 낮추려는 공급자 간 경쟁 격화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가격 혜택으로 돌아간다.

시장 가치, 사물인터넷과 결합되면 ‘무궁무진’

 

금융거래에서 이용될 블록체인

오늘날 블록체인이 가장 널리 쓰이는 분야는 아무래도 금전 거래다. 돈에 관련된 정보야말로 ‘철통 보안’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록체인은 앞서 예로 든 온라인 쇼핑몰을 포함, 은행∙대부업체∙보험회사 등 거의 대부분의 금융기관 업무에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비금융 분야라고 해서 블록체인이 활용되기 어려운 건 아니다. 당장 떠올릴 수 있는 건 콘텐츠 거래 부문이다. 실제로 특정 아티스트가 온라인 상에서 ‘스마트 저장소(계약서)’를 만들어두면 자신의 창작 콘텐츠가 사용자 컴퓨터에 언제 저장, 등록되는지가 꼬박꼬박 기록된다. 동시에 해당 콘텐츠 조회수에 정확하게 비례해 사용료도 착착 입금된다. 악의적 계약으로 아티스트를 착취하려는 기획사가 발 붙일 곳도, 밀린 지불금 갚아 달라며 어깨싸움 할 일도 없다. 돈이 제대로 들어오고 있는지 일일이 신경 써서 점검할 필요 역시 없다. 블록체인 기반 회계 감사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그 모든 분쟁의 소지가 말끔하게 해소된다.

블록체인의 효율성을 폭발적으로 키워줄 수 있는 수단은 다름아닌 사물인터넷이다. 글 서두에 소개한 가상의 사례처럼 블록체인이 일상화된 시점이라면 휴가 준비가 한층 간편해진다. 예산 계획을 잘 세워 온라인 여행 일정에 가상 화폐를 충분히 넣어두면 ‘준비 끝’. 일단 길을 떠난 후엔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분실해 낭패 볼 일도, 남은 돈이 얼마나 되는지 헤아리며 고민할 필요도, 꾸물거리는 호텔 프론트 데스크 직원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염려도 말끔하게 사라진다.

금전 거래 외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대통령 선거가 대표적 예다. 대통령 선거가 온라인 투표 체계로 치러질 수 있다면 인력∙비용∙시간 등 모든 자원이 절약될 것이다. 우려되는 건 단 하나, ‘(투표 결과의) 조작 위험성’이다. 만약 여기에 블록체인 방식을 가미한다면 어떨까? 비용 효율과 안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선거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 밖에도 헬스케어나 자동차∙에너지 관리 등 블록체인 기술이 응용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기업 경영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시겔(David Siegel)이 일찍이 강조했듯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어쩌면 인터넷이 그랬던 것보다 더 클지 모른다.

국내외 블록체인 기술 활용 분야 현황출처 : 한국정보화진흥원

 

“세상 바꾸는 힘, 어쩌면 인터넷 능가할 수도”

이 같은 잠재력과 가능성 덕분일까, 블록체인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의 꽃’으로 꼽힌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은 “오는 2025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블록체인 기술에 저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티은행 △나스닥OMX그룹 △유럽은행연합 △도이치은행 △HSBC 등은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한 관리 프로그램을 앞다퉈 개발 중이거나 이미 실행하고 있다.

국내 기업에도 블록체인은 주요 개발 화두 중 하나다. 한 예로 삼성SDS는 지난 4월 자체 개발한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Nexledger)’를 공개했다. △실시간 대량 거래 처리 △자동 안전 거래 △관리 모니터링 등의 기능을 갖춘 넥스레저는 향후 물류 분야에서도 단단히 제 몫을 해낼 예정이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모든 참여자가 생산·가공·보관·운송 이력을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원산지 조작이나 제조 기간 변경, 허위 광고도 예방할 수 있다.

미국의 인기 여행 작가 앨런 케슬하임은 1988년 있었던 옐로스톤공원의 대형 화재 이후 기억을 이렇게 기록했다.

 

“눈앞 가득 펼쳐지는 벌거벗은 회색의 숲, 끝없이 이이지는 그을린 땅엔 검게 탄 나무둥치밖에 없었다…(중략)… 하지만 이 재앙에도 긍정적 측면이 있었다. 산불이 큰 나무를 모두 불태워버리자 빽빽이 들어선 소나무 숲으로 가려졌던 티튼(Teton)산의 환상적 전경이 드러났다. 사슴과 들소, 날아다니는 새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모습에 매료된 난 몇 년 동안 시간만 나면 이곳을 찾았다. 올 때마다 새로운 생명이 숲을 바꿔가는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중략)… 불은 모든 걸 바꿔놓았다. 파괴자가 아니라 새로운 탄생을 키워내는 자로서.”

어쩌면 현대인은 블록체인의 엄청난 파괴력을 보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파괴력은 낡은 걸 없애는 측면보다 새로운 탄생을 도와주는 측면이 더 클 수도 있다, 옐로스톤공원을 다시 태어나게 했던 화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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