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도 비디오로!” 브이로그(Vlog) 시대 살아가기
브이로그(Vlog), 혹은 비디오로그(Video Log). 최근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다.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가 합쳐진 어원에서 짐작할 수 있듯 브이로그는 블로그처럼 특정 의견이나 이야기가 수록된 온라인 담론 형태를 띠며 비디오를 그 매체로 활용한다.
브이로그가 빠른 속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경제성이다. 실제로 인터넷에 ‘브이로그’를 검색해보면 속칭 ‘브이로깅(vlogging)으로 돈 벌기’(한국어 웹사이트에선 ‘유튜버로 돈 벌기’)에 관한 담론이 쏟아져 나온다.
브이로그로 돈 벌기, 과연 얼마나 가능할까? 지난해 말 비즈니스·테크놀로지 뉴스 웹사이트 ‘비즈니스인사이더’가 공개한 ‘올해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둔 브이로거 10인’ 명단에 따르면 1위는 다니엘 미들턴(26)이었다. ‘다이아몬드마인카트(the diamond minecart)’란 별명으로 활동하며 게임 관련 브이로그 콘텐츠를 발행하는 이 영국 청년이 지난해 벌어들인 돈은 1650만 달러(약 188억5000만 원). 1550만 달러(약 177억 원)의 수익을 올린 2위 역시 ‘베노스게이밍(VanossGaming)’이란 별명으로 활동 중인 게임 유튜버 에반 퐁(26)이었다.
순위에 오른 인물 중엔 8세 소년도 포함돼있다. 장난감 체험 브이로그 ‘라이언토이즈리뷰(Ryan ToysReview)’를 진행, 1100만 달러(약 125억700만 원)의 수익을 기록한 라이언(Ryan·미국)이 그 주인공. 장난감 관련 영상은 국적을 불문하고 인기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따르면 같은 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유튜버는 장난감 만드는 동영상으로 31억6000만 원의 수익을 올린 ‘팜팜토이즈(PomPomToys)’였다.
광고 수입과 기업 협찬으로 ‘돈방석’ 오른 브이로거들
브이로깅의 주된 수입원은 단연 광고다. 요즘은 ‘애드센스(AdSense·구글)’ 같은 프로그램이 있어 광고를 따기 위해 굳이 영업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본인이 제작한 브이로그를 올리기만 하면 해당 콘텐츠의 클릭 수에 따라 광고가 저절로 붙기 때문이다(국내 유튜브 스타 중 한 명인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는 한 지상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자신이 이런 방법으로 돈을 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게임 전문 브이로거 ‘퓨다이파이(PewDiePie)’는 2014년 한 해 동안 유튜브 광고로만 720만 달러(약 82억1000만 원)를, 디즈니 장난감 수집 브이로거 ‘펀토이즈콜렉터(FunToys Collector Disney Toys Review)’는 490만 달러(약 55억9000만 원)를 각각 벌었다. 그해 퓨다이파이 채널과 펀토이즈콜렉터 채널 조회수는 각각 100억 회와 80억 회에 이르렀다. 유튜브의 건당 광고 수익은 조회 수와 (방문자의) 광고 시청 횟수, 체류 시간 등에 따라 달라진다. 단, 이렇게 발생하는 수익의 45%는 무조건 유튜브 몫이다. 한편에서 “유튜브에 동영상 올려선 돈 못 번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이런 구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코미디 배우 출신 스타 브이로거 올가 케이(Olga Kay)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다양한 주제의 토크쇼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려 광고로만 적게는 10만 달러(약 1억1400만 원), 많게는 30만 달러(약 3억4000만 원)를 받는다. 큰 돈이다. 하지만 그중 45%를 유튜브가 가져가고 30%가량의 세금까지 떼이면 손에 쥐는 돈은 3만1000달러(약 3500만 원)까지 줄어든다. 1주일에 20개 이상의 동영상을 만들고 그걸 편집하는 비용으로만 최대 700달러(80만 원)를 지출,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유지하는 것치곤 다소 박한 수익이다.
케이는 2014년 2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적지 않은 기업이 ‘당신이 제작하는 동영상에 우리 회사 제품을 등장시켜주면 광고비를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제안해온다”고 고백했다. “브이로깅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고 공언하는 웹사이트 ‘브이로거프로(VloggerPro)’ 역시 “기업 협찬은 성공적 브이로거가 되면 얻을 수 있는 무수한 기회 중 하나”라고 말한다.
“구독자가 주목하는 건 등장 브랜드 아닌 제작자 개인”
브이로그 세상에도 공짜는 없다. 무슨 말이냐고? 브이로거 중에서도 ‘톱클래스’로 분류되는 케이시 니스탯(Casey Niestat)의 동영상 ‘내 아들과 나(My Kid and Me)’를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누적 조회 수가 500만에 육박하는 이 콘텐츠엔 니스탯이 10대 아들과 뉴욕에서 마추픽추까지 이동하는 여정이 담겨있다. 비행기를 세 번씩이나 갈아타고 고도부적응증후군으로 고생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부자(父子)의 고군분투가 시종 생생하다. 영상은 비전문가 눈에도 투자한 흔적이 꽤 보인다. 지미집·드론 같은 고가 장비가 동원된 건 물론, 편집에 쓰인 기술도 예사롭지 않다. 17여 년간 영상 제작 한 우물을 파온 니스탯의 경험과 감각이 없었더라면 결코 탄생하지 못했을 작품이다.
물론 브이로그로 돈을 벌기 위해 무조건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한 건 아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유명 콘텐츠의 규모에 주눅들기 쉬운 초보 브이로거를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으로 안심시키곤 한다. 대개는 “일단 자신이 해볼 만한 수준의 것부터 찾아 시작해보라”는 내용이다.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에 본사를 둔 사진·동영상 제작 교육 웹사이트 ‘인게이지라이브(EngageLive)’가 정리,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9계명은 그중에서도 제법 유용하다.
(출처: 인게이지라이브)
이미 어느 정도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는 브이로거라면 좀 다른 수준의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선 육아 브이로그 채널 제작자 조너선 사콘졸리(Jonathan Saccone Joly)의 조언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사콘졸리가 운영 중인 ‘사콘졸리즈(SacconeJolys)’는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담은 영상 콘텐츠로 18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아일랜드 대표 브이로그다. 그는 올 초 영국 온라인 뉴스 매체 ‘인디펜던트(Independent)’와의 인터뷰에서 “브이로그 구독자가 주목하는 건 제작자 개인이지, 거기에 등장하는 브랜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다음은 그가 건넨 몇 가지 조언이다.
※관련 링크는 여기 참조
호메로스처럼… 브이로거는 ‘21세기 최고 스토리텔러’
최소 5000년 전 건립된 걸로 추정되는 영국 스톤헨지(StoneHenge)는 유라시아 대륙을 따라 한반도에까지 이어진 거석(巨石) 문화의 대표 유산이다. 스톤헨지가 왜 세워졌는지,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에 대해선 오늘날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최근 이를 두고 “인근 지역에 살며 가무(歌舞)에 능한 누군가, 말하자면 ‘스타플레이어’가 춤과 노래로 재밌는 얘길 전하며 사람들의 호응을 유도해 모두를 황홀경에 이르게 했을 것”이란 추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5000년 전이면 기원전 3100년 무렵. 지구 환경 변화가 요즘만큼이나 극심해 생존조차 힘들었을 시기다. 그런데 춤과 노래로 하나가 됐다?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대목이다.
‘일리아드’ ‘오디세이’ 등 단 두 편의 서사시로 서양 문화의 흐름을 집대성한 이오니아[1] 시인 호메로스(Homeros). 그가 활동했던 기원전 8세기부터 7세기까지(추정)는 크레타 문명이 붕괴되는 암흑기였다. 갑작스런 추위와 활발해진 화산 활동으로 살기 힘든 시기이기도 했다. 바로 그 즈음, 호메로스는 트로이 전쟁 당시와 직후 활약한 영웅들의 얘길 묘사했다. 신(神)이 인간을 어떻게 편들고 보호했는지도 전했다. 호메로스의 입담이 펼쳐지는 장소는 대부분 여러 곳에서 몰려든 인파로 북적대는 광장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의 손엔 늘 반주용 손 하프가 들려있었다.
인간은, 이런저런 이유로 살기 어려워지면 으레 함께 뭉쳐 고난을 극복하려 한다. 예전처럼 살아가는 게 불가능해지면 새로운 생존 전략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그럴 때 사람들을 하나로 묶으며 용기를 주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도록 조언하는 매체 역할을 한 건 시대에 따라, 또 사회에 따라 달라졌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상고대엔 스톤헨지에서 활약한 이들처럼 군중을 직접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 겸 분위기 메이커’가 존재했을 것이다. 이후 사회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그 몫은 스톤헨지의 스타플레이어나 호메로스처럼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갖춘 몇몇 전문가에게 집중됐을 것이다.
21세기, 인류는 또 다시 급변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사회 역시 고대 그리스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복잡해졌다. 하지만 그때와 확실히 구분되는 ‘뭔가’를 쥐고 있긴 하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로 대표되는, ‘앉은 자리에서 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기술이 그것이다. 인간은 당대에 통용되는 기술에 의해 달리 행동한다. 새로운 생존 전략이 요구되는 시기라면 그 전략을 갖추는 행동 역시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발달될 것이다. 현대인은 어쩌면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 사람들과 소통하며 ‘21세기 일상을 살아가는 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소통의 중심엔 ‘재미’와 ‘공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브이로그 시대(혹은 세대)’의 도래는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에 친숙한’ 21세기 인류의 전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 오늘날 터키에 속한 아나톨리아 서부 해안 지역명. 좁은 바다 건너편에 위치한 아테네와 활발히 교류하며 고대 문명의 발상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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