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S, 베트남 옌딘 마을서 독주 대작하다 뻗은 까닭은?

201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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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NEWSROOM 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스페셜리포트-프로듀서S, 베트남 옌딘 마을서 독주 대작 하다 뻗은 까닭은? 삼성전자 기업 영상 '짱의 선택(Trang's Choice: A Better Tomorrow, Starting Today)' 제작 후기. 스페셜 리포트는 풍부한 취재 노하우와 기사 작성 능력을 겸비한 뉴스룸 전문 작가 필진이 새롭게 선보이는 기획 콘텐츠입니다. 최신 업계 동향과 IT 트렌드 분석, 각계 전문가 인터뷰 등 다채로운 읽을거리로 주 1회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 이 글은 실제 영상 제작에 참여했던 스태프와의 인터뷰 내용을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결과물입니다
∙ 본문에 삽입된 사진은 전부 갤럭시 S7로 촬영됐습니다

“부모님은 여기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사세요. 90세 할머니를 모시며 농사를 지으시죠. 취직한 후론 자주 뵙지 못했어요.”

여성 짱이 웃고있는 모습이다.▲환한 미소가 매력적인 짱. 아직 앳돼 보이지만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향을 떠나와 지난 2014년 삼성전자 베트남복합단지에 입사한 ‘당찬 여성’이다

지난달 29일(이하 현지 시각). 하노이 인근 박닌성(Bac Ninh) 소재 삼성전자 베트남복합단지의 한 회의실. 찡 티 짱(Trinh Thi Trang, 21)이 입을 열었다. 지난 2014년 입사한 그는 성실한 근무 태도로 우수 사원에 선정, 올가을 삼성전자 베트남복합단지가 주최하는 ‘베트남 사원 부모 초청 행사’에 자신의 부모를 초청할 수 있게 됐다.

 

‘3년차 우수 사원’ 짱의 고향을 앵글에 담자!

“11월 초로 예정된 베트남 사원 부모 초청 행사 참가 가정 중 하나를 선정, 해당 사원과 그 부모 얘길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오라”는 숙제를 받아 들고 베트남에 왔다. 짱을 만난 건 영상 주인공을 선정하기 위한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첫 번째 피면접자였던 그의 고향은 삼성전자 베트남복합단지에서 300㎞가량 떨어진 타인호아(Thanh Hoa)성 옌딘(Yen Dinh) 지역. 박닌성에서 타인호아성까지만 차로 서너 시간이 걸리고, 타인호아성 시내에서 짱이 사는 동네까지 가려면 다시 차로 두 시간쯤 이동해야 한다.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는’ 여정이다.

옌딘의 어느 마을, 저 멀리에는 산이보이고 주위에는 풀밭이 무성하다. 옌딘지역의 한 마을에서 두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이다. ▲짱의 고향인 옌딘 지역의 한 마을. 그가 근무하는 삼성전자 베트남복합단지에서 승용차로 줄잡아 여섯 시간은 이동해야 하는 시골이다

“처음 제가 삼성전자에 입사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께서 많이 반대하셨어요. 어린 여자가 고향을 떠나면 보호 받지 못하고 고생만 하게 될 거라면서요. 아버진 제가 고향에서 계속 학교에 다니며 편하게 살길 바라셨어요. 결국 제 의지를 꺾진 못하셨지만요.”

짱이 담담하게 풀어놓는 얘길 듣다 보니 그가 가족을, 그리고 고향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절로 느껴졌다. ‘그래, 이 친구의 가족을 만나야겠어!’ 그렇게 영상의 주인공이 정해졌다. 베트남에 온 지 하루 만의 일이었다.

 

‘요지부동’ 짱 아버지 마음 돌아서게 한 건…

이튿날, 날 비롯한 영상 제작팀은 무작정 짱의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옌딘으로 향했다. 주어진 시간은 단 이틀. 박닌성에서 행사가 시작되기 전 짱의 고향인 이곳에서 찍을 수 있는 건 뭐든 찍어둬야 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짱의 아버지가 완고한 거절 의사를 밝혔기 때문. 그는 촬영을 고사했을 뿐 아니라 “베트남 사원 부모 초청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1박 2일 일정의 행사엔 여행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었다.) “할 일이 많습니다. 농사도 지어야 하고 소에게 여물도 줘야 해요. 저와 아내가 자릴 뜨면 노모는 어떡합니까? 전 이곳을 떠날 수 없어요.”

짱의 고향으로 가기위해 배를 탄 모습이다. 05 ▲무작정 찾아간 짱의 고향. 다행히 현지인들의 따뜻한 환대 덕에 빠듯한 일정에도 촬영을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다

영상 제작 마감 시한은 점점 다가오는데 짱의 아버지는 도무지 요지부동이었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뜻밖의 지원군이 나타났다. 마을 이장님이었다. 짱의 작은할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자초지종을 전해 듣곤 영상 제작진과 짱의 부모를 자신의 집으로 불렀다. 우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장님 댁에 달려갔다.

우리에게서 베트남 사원 부모 초청 행사 소식과 영상 제작 취지 등을 전해 들은 이장님이 이윽고 입을 뗐다. “좋은 취지군요.” 암흑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내려오는 순간이었다. “삼성전자가 하는 행사에 우리 마을 출신인 짱이 제 부모를 초청할 수 있게 된 것도, 홍보 영상 주인공으로 선정된 것도 경사 아닙니까. 마을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독주냐 촬영이냐’ 기로에서… 최후의 선택은?

이장님이 나서자 모든 일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우선 짱의 아버지가 촬영을 허락했다. 베트남 사원 부모 초청 행사에도 참석하기로 했다. 짱의 부모가 마을을 비우는 며칠간 집안일은 이웃들이 돌아가며 맡아주기로 했다. 마을에 드론(drone∙무인항공기)을 띄워 촬영하는 일도,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일도 일단 이장님 허가를 받고 나니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제작진이 드론을 조종하고있는 모습이다. 드론을 이용해서 촬영을 하고있는 모습이다. ▲천금 같은 ‘이장님 승인’ 덕에 드론 촬영 일정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아래 사진은 영상에서 부모님이 짱을 만나러 가는 버스를 드론으로 촬영하는 장면. 최적의 장소를 미리 정해두고 한 시간여 대기하다 지나가는 버스를 발견하고 재빨리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이렇게 경사스러운 날, 축하주가 빠지면 섭섭하죠!” 그날 오전, 이장님의 한마디에 영상 촬영팀을 위한 ‘환영 술상’이 차려졌다. 이장님이 집에서 직접 빚은 베트남 민속주도 올라왔다. 한국의 전통 소주처럼 생긴, 말간 증류주였다. 이장님이 직접 따라주는 술을 한 모금 입에 털어 넣었다. “크!” 소리가 절로 나왔다. 소주보다 도수가 훨씬 높은 독주(毒酒)였다. 스태프들이 돌아가며 한 잔씩 권커니 잣거니 하다간 본격적 촬영에 들어가기도 전 죄다 곯아떨어질 게 분명했다. 그렇잖아도 빠듯한 일정, 지금 당장 작업에 착수해도 시간이 모자랐다.

이장님과 제작진이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다. ▲이장님이 영상 제작팀을 위해 마련한 술상. 바로 이 자리에서 이장님과 1대 1로 대작하다 장렬히 전사(?)했다

하지만 베트남 예법상 어른이 마련한 술자리에서 젊은 사람이 먼저 일어나는 건 말도 안 되는 무례였다. 자칫 그랬다간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리저리 고심하던 난 이내 ‘큰 결심’을 내렸다. “이장님, 이 술 진짜 귀한 것 같습니다. 혼자 먹기도 아까운데 다른 사람들은 그만 내보내시고 저랑 둘이서 한 잔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럴까요? 허허.”

그렇게 이장님과 단둘이 대작(對酌)하기 시작했다. 잔을 비울 때마다 ‘건강 기원 악수’를 주고받는 이곳 주도(酒道)에 따라 ‘건배 1회, 악수 1회’를 이어간 지 한 시간 반. 어느새 앞에 있던 됫병 두 병이 바닥을 드러냈다. 통역도 없어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나눠야 했지만 날 손주 대하듯 챙겨주시는 이장님 덕분에 거리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 속 쓰려…. 머린 또 왜 이렇게 아픈 거야?’ 눈을 뜬 곳은 이장님 집 안방. 날은 어느새 어둑해져 있었다. 이장님과 대작하다 그대로 뻗어버린 모양이었다. 쓰린 배를 움켜쥔 것도 잠시, 슬슬 촬영 진행 진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다행히 내 결단(?)의 결과로 얻은 시간을 쪼개어 스태프들은 순조롭게 촬영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 팀원이 초췌한 내 몰골을 보더니 찡긋 눈웃음 짓곤 말했다. “마을 사람들이 협조 잘 해줘 생각보다 일찍 촬영 마칠 수 있을 것 같아요. 프로님, 고생하셨어요!” 

베트남의 자연풍경. 높고 맑은 하늘과 풀이 무성한 산이 보이는 모습이다. 농민이 곡식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고있다. ▲베트남 농민들의 평온하면서도 정겨운 일상 풍경은 아래 영상에서 좀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 그리고 남은 이야기

그날 저녁, 이장님이 “한 잔 더!”를 외치셨지만 아주 어렵게 뿌리치고 이장님 댁에서 두 시간 거리에 위치한 숙소로 돌아왔다. 이장님과 또 한 번 대작했다간 이튿날 오전 6시부터 시작되는 촬영 일정을 도저히 맞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보다 한참 어른이신데 그 도저한 체력이 놀라울 뿐이다.) 그나저나 이 자리를 빌어 이장님께 심심한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장님, 정말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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