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환경, 삼성전자 협력사라면 이 정도는 돼야죠!” ‘EHS 모델 기업’ 대덕전자에 가다

201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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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 각국은 환경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깨끗한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여기저기서 ‘녹색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아무리 유용한 기술과 제품이 개발된다 해도, 그 과정에서 환경이 오염된다면 해당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외적 환경 안전은 물론, 사업장 내 환경 안전에 대한 기준 역시 깐깐해지는 추세다.

특히 화재나 폭발, 유해 물질 유출 등 사업장 내 사고 횟수가 늘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은 각종 환경 안전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사업장 자체 환경을 깨끗하고 쾌적하게 만드는 데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2015년부터 일명 ‘EHS 모델화’ 프로젝트<아래 박스 참조>를 출범시켜 모든 협력사가 스스로 깨끗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협력사 사업장 내에서 일어나는 환경 안전 사고는 해당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란 문제 의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 최대 협력사 중 한 곳인 대덕전자는 도금 공정 등 화학물질 취급 빈도가 높아 사업장 환경 안전이 특히 중요한 기업이다. 지난 8일 삼성전자 뉴스룸이 이곳을 찾아 EHS 모델화 프로젝트 도입 이후 변화상을 취재했다.

EHS 모델화 프로젝트

삼성전자가 분야별 협력사에 환경 안전 전문가를 파견하고 다방면으로 지원, ‘환경 안전 우수 협력사’로 육성해 다른 협력사의 모범 사례로 삼는 활동이다. EHS는 환경(Environment)과 건강(Health), 안전(Safety)의 줄임말. 대덕전자 외에도 올해 중 국내 6개, 해외 7개 등 총 13개 대표 업종 분야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공장에서 나는 냄새, 수십 년간 당연한 줄 알고 지냈죠”

대덕전자는 1965년 ‘대덕산업주식회사’란 명칭으로 설립됐다. 현재는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을 제작하는 대덕전자와 스마트폰 내장 PCB를 만드는 대덕GDS로 구분, 분야별 전문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처음엔 일본 기술 따라가기 바빴죠. 저희뿐 아니라 전자 산업 전체가 그랬어요. 하지만 휴대전화가 상용화되기 시작하며 우리나라 전자 산업도 점차 독창적이고 창의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 역시 삼성전자와 일하며 끊임없는 연구∙개발 활동을 통해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출 수 있었고요. 부품 제조사로서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생존하는 일이 결코 쉽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국내 전자산업에 기여했다’는 긍지를 갖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흑백 TV를 만들던 시절부터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일까? 김영재<사진> 대덕전자 대표의 말에선 회사의 역사와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하지만 창업자인 선친(김정식 회장)의 뒤를 이어 35년째 대덕전자를 이끌어온 그에게도 공장 근무 환경 개선 문제는 ‘풀리지 않는 과제’였다.

“약품의 위험성이나 안전, 예방에 대해선 늘 신경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제조 공정에서 화학 약품이 많이 쓰이는 게 우리 일의 특성인 만큼 냄새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었죠.” 김 대표가 생각을 바꾼 계기는 삼성전자가 매년 개최하는 환경안전혁신대회였다. ‘좀 더 전문적으로 지도 받고 시스템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바꾸면 당연하게 여겨온 공장 환경도 보다 쾌적하고 안전하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란 의문을 품게 된 것. 그 일을 계기로 김 대표는 삼성전자에 도움을 요청했다. 대덕전자가 EHS 모델화 프로젝트의 ‘시범 기업’이 된 계기다.

 

눈에 띄게 쾌적해진 환경, 1200여 임직원 맘까지 바꾸다

지난해 11월, 대덕전자 사옥 한편에 ‘EHS 모델화 활동 태스크포스(TF)팀’ 사무실이 꾸려졌다. 이곳엔 대덕전자 소속 임직원은 물론, 삼성전자에서 파견된 ‘환경 전문가’들도 함께 자리를 잡았다.

막상 시작은 했지만 TF 구성원 모두 막막하긴 매한가지였다. 공장 여기저기선 도금 공정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독한 냄새가 진동했고 약액(藥液) 공급 모터가 뿜어내는 소음으로 귀는 내내 먹먹했다. 바닥 곳곳에 흘러나온 약액은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더 절망적이었던 건 그 모든 걸 당연하게 여기는 임직원의 태도. 박성윤<위 사진> 대덕전자 환경안전그룹 부장은 “임직원이 1200여 명인데 EHS 모델화 활동 덕에 입사 후 5년 만에 처음 공장 청소를 해본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EHS 모델화 활동에 동참한 대덕전자 임직원들은 “처음엔 ‘이런 게 효과가 있을까?’ 싶었지만 사업장이 실제로 변하는 걸 보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남대한 대리, 박정식 사원, 권영민 차장

이날 마주한 임직원들의 얘기도 박성윤 부장의 기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은 교육을 제대로 받아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약품을 쉽게 보고 대수롭잖게 처리했습니다. 솔직히 EHS란 용어도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처음 들어봤어요.”(박정식 사원, 동도금파트 분석실 근무)

“폐수처리장이 제일 골치였죠. 워낙 더러워 관리가 힘든데다 다치는 사람도 종종 발생했거든요. EHS 활동 이후 폐수처리장 환경은 확실히 개선됐습니다. 물론 처음엔 그 효과를 반신반의했어요. 안 하던 일을 새로 해야 하다 보니 기준 정하는 일부터 애매했죠.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란 생각도 들었고요.”(남대한 대리, 환경안전그룹 근무)

“TF 활동이 본격화된 이후 사업장이 실제로 바뀌는 걸 보니 ‘이건 꼭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비단 우리뿐 아니라 다른 제조 업체에서도 반드시 도입해야 할 활동이라고 생각해요.”(권영민 차장, 동도금파트 패키지제조팀 근무)

실제로 EHS 모델화 활동은 대덕전자 임직원의 태도를 여러모로 바꿔놓았다. 우선 화학 약품을 다룰 수밖에 없는 공장 환경에 대한 불안감을 실질적으로 덜 수 있게 됐다. 냄새나 소음 등 실질적 업무 방해 요인이 사라지며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불량률도 유의미하게 줄었다). 마지막으로 사업장 환경이 깨끗해지자 임직원 스스로 환경 개선에 나서기 시작했다. ‘어차피 더러운 곳이니 치워도 소용 없다’는 생각이 ‘우리 노력으로 쾌적해진 근무 환경, 기왕이면 계속 유지하자’는 다짐으로 바뀐 것이다.

혹자는 EHS에 대해 ‘단순한 공장 청소 아냐?’라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아래 박스는 이날 취재진이 눈으로 확인한 ‘4대 변화’를 항목별로 정리한 것이다.

EHS 모델화 활동, 대덕전자를 이렇게 바꿨습니다

결성 직후 TF 구성원이 찾아낸 대덕전자 내 개선 사항은 무려 3만5000여 개. 그중 상당수는 냄새와 소음, 그리고 누액(누수) 문제에 집중돼 있었다.

냄새_부스 설치로 악취 가둬 89% 개선

대덕전자 임직원은 TF의 진두지휘 아래 공장 설비∙내부 청소를 정기적으로 시행했다. 배기 구조도 개선, 공기 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었다. 결정적 개선 ‘포인트’는 도금 장치에 부스를 설치, 설비에서 직접 새나오는 냄새의 상당 부분을 부스 안에 가둔 것이다<아래 사진>. 이에 따라 공기 중 화학물질 냄새가 89%(55.1ppb→7.3ppb)나 개선됐다.

 

소음_‘소음 지도’ 만들고 흡음 패드 설치

고질적 소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TF는 사업장 내 소음 발생 현황을 ‘지도’로 제작했다. 현장 전체 소음을 디지털화된 수치로 측정, 그림으로 표기한 것. 그런 다음, 소음이 특히 심한 장소엔 흡음 패드<아래 사진>로 커버를 만들어 덮었다. 그 결과, 공장 소음은 85db에서 72db로 약 10% 감소했다. ‘애걔, 고작?’이라고 말한다면 서운하다. 10db 증가하면 소리 세기는 10배 커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같은 개선 활동으로 소음 수준은 이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내려간 셈이다.

 

누액_바닥 칠하고 배수관엔 화살표 기입

TF 활동 이전에도 대덕전자엔 누액∙누수 탐지 알람(alarm) 장치가 존재했다. 하지만 무선통신을 활용한 ‘2중 누액∙누수 감지 센서’를 도입하는 등 이번 기회에 전체 시스템을 보다 체계적으로 다시 구축했다. 또한 공장 곳곳에 LED 조명을 설치하고 바닥엔 파란색 페인트를 칠해 현장 근무 인력이 누액 정도를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 배수관엔 액이 흐르는 방향을 여러 개의 화살표로 그려 누구라도 직관적으로 각 관의 용도와 정상 가동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바꿨다<아래 사진>.

 

기타_‘24시간 감시 가능’ 통합관제실 신설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4시간 감시’가 가능한 통합관제실을 신설한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아래 사진>. 통합관제실 설계 시 가장 주력한 부분은 ‘디지털 감지를 통한 사고 예방과 조기 진압’. 그 덕분에 대덕전자 임직원은 CCTV 등 자체 시스템을 통해 사업장 내 화재나 화학물질 관련 사고 가능성을 미리 감지,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돈 들여 혁신하는’ 길 대신 ‘과학적 접근’ 택한 게 보람”

“EHS 모델화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후 현장에 가보니 수십 년간 익숙했던 냄새가 어느 순간 사라져 있더군요. 만약 큰 돈을 투자해 냄새 빨아들이는 기기를 설치했다면, 그래서 냄새를 없앴다면 쉽고 빨랐겠죠. 하지만 그런 변화를 ‘혁신’이라고 부르긴 어려울 겁니다. 삼성전자와 함께 진행한 이번 활동이 의미 있는 건 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을 통해 냄새 발생 원인을 제거하고 효율적 배기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입니다.”(김영재 대표)

대덕전자 EHS 모델화 프로젝트는 이달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활동 기간 중 거둔 성과는 문서화 과정을 거쳐 동종 업계에 속하는 1∙2차 협력사에 고스란히 전수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를 대표해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박경순<아래 사진 가운데> 글로벌EHS센터 협력사안전그룹 파트장은 “다음 달 말 협력사 대표가 모두 모이는 ‘협력사데이’ 현장에서 대덕전자 사례를 발표할 계획”이라며 “추후 협력사를 업종별로 구분한 후 ‘대표 업종’ 한 곳씩을 선정, 대덕전자처럼 EHS 모델화 프로젝트 과정을 거쳐 동종 협력사로 전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체계적 횡(橫)전개 과정을 통해 삼성전자의 ‘사업장 환경 안전 관리’ 노하우가 모든 협력사로 전파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덕전자 사업장 환경 안전 관리를 목표로 1년 가까이 동고동락해온 EHS 모델화 프로젝트 TF 구성원이 모처럼 자리를 함께했다. (왼쪽부터) 박성윤 부장, 권영민 차장, 박정식 사원, 박경순 파트장, 정병진(삼성전자 글로벌EHS센터 협력사안전그룹)씨, 홍성호 대리(대덕전자 환경안전그룹), 김병균(삼성전자 글로벌EHS센터 협력사안전그룹)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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