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미래가 두렵다”는 당신에게

201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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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마지막 대국이 끝났다. 결과는 4대 1, 알파고의 완승이었다.

이번 승부는 '세기의 대결'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처음 성사됐을 때부터 화제를 모았고, 다섯 차례 대국이 진행되는 1주일 내내 전 세계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바둑 애호가는 물론, 바둑에 전혀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대국 중계 방송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 정도였다. 자연히 알파고의 최종 승리는 세간의 관심을 '인공지능'이란 화두로 쏠리게 했다. 오죽하면 교육열 높은 한국의 '극성 맘(mom)' 사이에서 "알파고가 대체 어디 있는 고등학교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까.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세 번째 대국을 마친 후 복기(復棋) 중인 이세돌 9단(사진 출처: 연합뉴스/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세 번째 대국을 마친 후 복기(復棋) 중인 이세돌 9단(사진 출처: 연합뉴스/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번 대국이 촉발한 호기심은 단연 '인공지능의 정의(와 영향력)'로 귀결된다. 그리고 그 해답의 실마리는 '알파고의 정체'를 확인하는 작업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프로그래밍계의 난제: '단순 계산 능력'을 넘어서라!

알파고의 핵심 알고리즘은 '딥러닝(Deep Learning)'이다. 딥러닝이란 인간과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판단, 학습할 수 있도록 고안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일컫는 용어.

알파고의 핵심 알고리즘은 '딥러닝(Deep Learning)'이다. 딥러닝이란 인간과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판단, 학습할 수 있도록 고안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일컫는 용어. 사실 초창기 컴퓨터는 '복잡한 수식을 착오 없이 계산하도록(compute) 고안된 기계'였다. 그런 만큼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단순 계산과 통계 등 특정 영역에 관한 한 인간 두뇌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만큼 효율적으로, 또 정확하게 발달해왔다. 문제는 이 같은 '단순 계산 능력'이 인간의 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극히 낮다는 사실. 이 때문에 일찍이 컴퓨터공학자들은 '인간 두뇌가 보유한 능력 중 기계로 구현할 수 있는 분야의 한계'를 주제로 다양한 연구를 거듭했다.

인간의 뇌는 (컴퓨터로 구현되는) 인공지능과 비교했을 때 적어도 두 가지 부문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하다. 무수한 정보 가운데 자신의 판단에 필요한 걸 순간적으로 선택하는 능력이 하나, 시시때때로 입력되는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저장하는 능력이 다른 하나다. 

뇌과학 분야가 발달하면서 인간 두뇌의 정보 처리 과정을 모방한 컴퓨터 알고리즘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뇌과학 분야가 발달하면서 인간 두뇌의 정보 처리 과정을 모방한 컴퓨터 알고리즘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출생 당시 인간의 뇌는 미숙한 상태다. 이후 성장 과정을 거치며 자극을 받고 정보를 취사선택, 조합하는 일명 '자기조직 원리'에 의해 점차 완성돼간다. 이때 판단과 선택, 조직의 과정은 대단히 빠르고 신축성 있다. 일례로 갓 태어난 아기도 누군가의 얼굴을 접하곤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인지 여부를 즉각적으로 판단한 후 반응한다. 수 백만 년, 아니 수 억 년 이상 인간 DNA에 축적된 유전자 정보 덕분이다.

바로 그 때문에 학계에선 "(인간 두뇌처럼 유전자 정보를 DNA에 축적할 수 없는) 기계가 정보를 취사 선택, 판단하도록 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한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1980년대 후반 제기된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 대표적이다.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쉽게 해내지만 인간이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오히려 어려워하는(hard problems are easy and easy problems are hard)" 컴퓨터의 특성을 간파한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Hans Moravec)의 이 지적은 비교적 최근까지 인공지능에 관심 있는 컴퓨터공학자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인간 두뇌의 정보 저장 용량은 엄청나지만 선택 저장 능력은 더 놀랍다. 인간의 뇌 속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 그리고 이 신경세포는 다시 100조 개의 시냅스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인간 두뇌의 정보 저장 용량은 엄청나지만 선택 저장 능력은 더 놀랍다. 인간의 뇌 속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 그리고 이 신경세포는 다시 100조 개의 시냅스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사람의 뇌에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2.5페타바이트(PB) 수준인 걸로 알려져 있지만 이 역시 가변적 취사선택 과정을 거쳐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편에선 "아무리 정보의 홍수 시대라 해도 하나의 프로그램이 인간 두뇌 수준의 정보를 감당하기엔 기술적으로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알파고, 딥러닝과 빅데이터의 '환상적 콜래보레이션'

알파고에 적용된 '몬테카를로 트리 서치(Monte Carlo Tree Search)'는 그중 게임에 적합하도록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바둑알 두는 방법을 무작위로 샘플링, 각각의 방법이 이길 확률을 계산해내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여기에 △사업성 분석 기법의 하나인 '밸류 네트워크(value network)' △정책 타당성 분석에 주로 활용돼온 '폴리시 네트워크(policy network)' 기법이 더해지며 '바둑 둘 때 인간 뇌가 움직이는 방식'을 모방한 알파고식 알고리즘이 탄생한 것이다.

정보의 취사선택과 적정 조합. 컴퓨터공학자 사이에서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이 두 과제는 21세기 들어 거의 동시에 해소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실마리를 제공한 건 20세기 말부터 급격히 발달해온 뇌과학 분야 연구 성과다. 뇌의 특정 부분과 신경세포들이 어떤 연관선상에서 정보를 처리해가는지 밝혀지며 이를 모방한 컴퓨터 알고리즘들이 시도돼온 것.

알파고에 적용된 '몬테카를로 트리 서치(Monte Carlo Tree Search)'는 그중 게임에 적합하도록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바둑알 두는 방법을 무작위로 샘플링, 각각의 방법이 이길 확률을 계산해내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여기에 △사업성 분석 기법의 하나인 '밸류 네트워크(value network)' △정책 타당성 분석에 주로 활용돼온 '폴리시 네트워크(policy network)' 기법이 더해지며 '바둑 둘 때 인간 뇌가 움직이는 방식'을 모방한 알파고식 알고리즘이 탄생한 것이다.

바둑에서 어디에 돌을 놓을지 결정하는 일은, 다소 거칠게 설명하자면 '바둑돌을 움직였을 때 얻어지는 이득을 계산하는 일'과 같다. 오랜 훈련을 거쳐 바둑에 숙련된 인간은 반복 경험과 학습, 직관에 가까운 감각, 상대의 반응을 읽어내는 눈치 등을 종합해 이 계산 과정을 단축시킨다.

바둑에서 어디에 돌을 놓을지 결정하는 일은, 다소 거칠게 설명하자면 '바둑돌을 움직였을 때 얻어지는 이득을 계산하는 일'과 같다. 오랜 훈련을 거쳐 바둑에 숙련된 인간은 반복 경험과 학습, 직관에 가까운 감각, 상대의 반응을 읽어내는 눈치 등을 종합해 이 계산 과정을 단축시킨다.

컴퓨터가 이 같은 인간의 두뇌 작동 방식을 똑같이 따라 할 순 없다. 하지만 바둑돌을 움직이는 '경우의 수' 중 가장 짧은 시간 내에 가장 큰 이득을 내는 수를 읽을 수 있다면 어떨까? 경우별 가치 함수 계산 과정을 반복적으로 학습시킨다면? 일단 학습된 내용에 대해선 착오 없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컴퓨터의 특성상 '바둑 잘 두는 컴퓨터'의 탄생 가능성도 얼마든지 점쳐볼 수 있다.

다만 바둑에서 경우의 수란 제아무리 컴퓨터라 해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방대하므로 포지션 평가나 확률 분포 정책 등의 추가 알고리즘을 통해 경우의 수를 대폭 축소시켜 계산 시간을 줄여야 한다. 또한 그 과정을 거친 데이터의 양도 엄청난 만큼 이를 빨리 저장,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동반돼야 한다.

업그레이드 된 몬테카를로 트리 서치에 따른 알파고의 바둑 진행 예측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준 건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같은 정보 저장∙처리 기술이다. 최근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잇따라 등장하며 빅데이터를 확보,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졌다. 딥러닝 기술 역시 이 과정에서 발달하게 된 것이다. 요컨대 알파고는 인간의 신경망 구조를 모방한 기계 학습법인 딥러닝 알고리즘, 여기에 엄청난 양의 정보를 끌어들여 빠르게 처리하는 빅데이터 기술 발달이 더해지며 이뤄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신약 실험, 자동차 자율 운행 등 활용도 '무궁무진'

'아이에게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는 서양 격언이 있다. 딥러닝이 컴퓨터를 바로 이 방식으로 학습시킨다. 다시 말해 목표 내용을 직접 주입하기보다 무수한 데이터를 걸러내는(filtering) 과정에서 그 내용을 컴퓨터가 알아서 찾아내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따라서 방대한 경우의 수를 탐색, 가장 주도적인 관련성을 찾아내는 작업이 딥러닝의 핵심이다.

이런 방식으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게 얼굴 인식 등 컴퓨터 비전(vision) 분야다. 2014년 현재 이 기술은 얼굴 인식률 측면에서 평균적인 사람(97.5%)과 유사한 수준(97.4%)에 이르렀다. 이뿐 아니다. 음성 인식, 손 필기 인식 등 '기본 유형(pattern) 인식 능력에 기반한' 기술은 모두 딥러닝 기법 덕에 일취월장하고 있다. 최근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인공신경망 기계 번역 역시 이 같은 딥러닝의 특성을 응용한 분야다.

단순히 외관(얼굴)이나 음성 인식에 그치지 않고 체온∙호흡∙맥박∙혈압 등 다양한 생체 신호를 지속적으로 측정, 인식할 수 있게 되면 이 같은 신호를 본인 인증뿐 아니라 헬스케어 같은 서비스에도 활용할 수 있다.

딥러닝이 사물인터넷 확산 추세와 맞물리면 인류의 삶을 더없이 편리하게 바꿀 수 있다. 단순히 외관(얼굴)이나 음성 인식에 그치지 않고 체온∙호흡∙맥박∙혈압 등 다양한 생체 신호를 지속적으로 측정, 인식할 수 있게 되면 이 같은 신호를 본인 인증뿐 아니라 헬스케어 같은 서비스에도 활용할 수 있다.

가정에서의, 혹은 범위를 좀 더 넓혀 산업계나 도시 환경 관리 측면에서의 응용도 가능하다. 사물인터넷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받아 효율적이고 안전한 에너지 관리에 쓸 수 있기 때문. 그 밖에도 △신약의 효과 측정과 부작용 확인 △기업의 고객 관리 △자동차의 자율 운행 등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의 쓰임새는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 영화 '채피(Chappie)' 속 다정다감한 로봇이 실제 인류의 동반자가 될 날도 머지않은 셈이다.

 

'인간 대(對) 컴퓨터', 승패 관계로 규정할 수 없어

지난 2013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올해를 빛낼 10대 혁신 기술' 중 하나로 딥러닝을 꼽았다. 이듬해 미국 마케팅 조사 전문 기업 가트너(Gartner, Inc.)는 딥러닝을 '2014 세계 IT 시장 10대 주요 예측'에 포함시켰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IDC는 오는 2017년 전 세계 인공지능 시장 규모를 1650억 달러로 전망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ensey)는 오는 2025년 '인공지능을 통한 지식노동의 연간 자동화' 가치를 5조2000억 달러로 내다봤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인공지능 관련 전망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슬며시 걱정 하나가 고개를 든다. '이러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게 되는 건 아닐까?'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돼 응용 분야가 확산되면 사람이 하는 일에서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사람을 쫓아내는(혹은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는) 기계'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주체도, 작동시키고 점검해야 하는 주체도 모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첫 번째 대국이 열리기 직전인 지난 9일,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구글 회장은 개막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국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승자는 결국 인간입니다." 사실 더 크게 보면 '인간 대 컴퓨터'의 관계는 승패로 규정할 수 없다. 인간은 컴퓨터를 포함, 다양한 도구와 기계를 만들어 활용하며 자신들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역시 그 '도구와 기계'의 연장선상에 있다. 결국 미래의 인공지능은 인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할 테고, 그러기 위해 인간이 해야 할 일은 지금보다 한층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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