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추억을 선물한 사람들 ②주부 이재민씨와 ‘하이콜드 냉장고’

2016/09/21
공유 레이어 열기/닫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SAMSUNG NEWSROOM 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에 추억을 선물한 사람들 2. 주부 이재민씨와 '하이콜드' 냉장고

가전제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Samsung Innovation Museum, 이하 ‘S/I/M’)엔 진귀한 물건이 많습니다. ‘저런 제품이 있었나’ 싶을 만큼 까마득한 옛 제품에서부터 보자마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품까지 종류도 다양하죠. 이 같은 사료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건 다름아닌 ‘기증’입니다. 옛날 물건을 기증하는 건 곧 거기 담긴 ‘이야기’를 통째로 전달하는 것과 같은 일일 테니까요. 삼성전자 뉴스룸은 총 5회에 걸쳐 S/I/M에 소중한 물건을 기증해준 분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두 번째 주인공은 평생을 함께해온 냉장고를 기꺼이 기증한 주부 이재민(64)씨입니다.

 

이재민씨

이재민씨가 삼성 하이콜드 냉장고(이하 ‘하이콜드 냉장고’)를 S/I/M에 기증한 건 올 1월 26일이었습니다. 1976년 6월 출시된 이 제품은 당시 시중에 나와 있던 여느 냉장고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20%나 높아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 재민씨 역시 “전기세를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고” 하이콜드 냉장고를 구입했습니다.

 

짠돌이 주부, 거금 28만 원 들여 냉장고 바꾸다

하이콜드 냉장고 구입 당시 기록한 이재민씨가 기록한 가계부  ▲하이콜드 냉장고 구입 당시 기록한 이재민씨가 기록한 가계부

“결혼 후 ‘어떻게 하면 생활비 지출을 줄이고 돈을 모을 수 있을까?’란 고민뿐이었어요. 자식이 하나둘 생기고 살림 규모도 늘다보니 갖고 있던 냉장고가 비좁더라고요. 결국 당시 가격으로 28만 원이란 거금을 주고 하이콜드 냉장고를 장만했죠. 그때가 1983년이니 둘째 아들 첫돌이 막 지난 후였네요.”

1976년 하이콜드 냉장고 출시 직후 삼성전자가 일간지에 게재했던 지면 광고 ▲1976년 하이콜드 냉장고 출시 직후 삼성전자가 일간지에 게재했던 지면 광고

이렇게 재민씨네 부엌 한편을 차지하게 된 하이콜드 냉장고는 이후 재민씨 가족의 건강한 식생활을 책임지는 버팀목이 됐습니다. 재민씨가 매일 시장에서 꼼꼼하게 골라 온 식자재도, 친정어머니가 정성스레 만들어 보내준 반찬도 모두 하이콜드 냉장고 차지였죠. “유난히 군것질을 좋아하던 둘째 아들이 아이스크림을 몰래 꺼내 먹으려다 툭하면 냉장고 위에 놓아둔 물건을 떨어뜨리곤 했다”는 재민씨의 회상처럼 그의 가족에게 하이콜드 냉장고는 온갖 추억이 담긴, 단순 냉장고 이상의 제품이었습니다.

 

33년간 속 한번 안 썩인 ‘막내’ 떠나 보내던 날

재민씨가 장만한 하이콜드 냉장고는 30여 년간 큰 고장 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재민씨가 장만한 하이콜드 냉장고는 30여 년간 큰 고장 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하이콜드 냉장고는 30년 넘게 재민씨 가족의 곁을 지켰습니다. 제품의 내구성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재민씨는 “도중에 큰아들이 새 냉장고를 사주겠다고 했지만 망가지지도 않은 제품을 바꾸기 싫어 거절했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하이콜드 냉장고는) 수십 년간 써도 특유의 소음이 크지 않더라”며 “구매 당시는 물론, 최근까지도 전기료가 많이 나오지 않아 계속 쓸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재민씨는 냉장고를 S/I/M에 기증한 후 그 자리에 아들의 어릴 적 사진을 놓아뒀습니다 ▲재민씨는 냉장고를 S/I/M에 기증한 후 그 자리에 아들의 어릴 적 사진을 놓아뒀습니다

하이콜드 냉장고가 작동을 멈춘 건 지난해 12월 12일. 구입한 지 만 32년 2개월이 지난 후였습니다. 재민씨는 오랜 친구이자 가족이었던 냉장고를 S/I/M에 기증하기로 마음 먹었는데요. ‘말 잘 듣는 막내’처럼 언제나 곁을 지켜준 냉장고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막내를 출가시켰다

2016년 1월 26일

1983년 10월 7일 거금 28만 원을 주고 내 집에 데리고 온 막내 놈을 32년 2개월 만에 드디어 오늘 출가시켰다.

우리 집에서는 나갔지만 녀석은 다시 제 고향으로 간 셈이다.
녀석을 허허벌판 공동묘지가 아닌 영원히 정말 말 그대로 영원히 고이 쉴 수 있는
고향으로 보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처음엔 그저 필요에 의해서 구입한 물건이었지만 그 오랜 세월 같이 살다 보니
정말로 나의 막내인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우리 꼬맹이가 첫돌 지나 몇 달 되었을 때 산 물건이니 정말 나의 셋째나 다름없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32년 나의 생애의 가장 가운데 토막, 많이 복잡하고 많이 심란하고 많이 산란스러웠던 그 시절 동안 내 옆에 있으면서 녀석은 한결같았다.

나와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환경들이 다 말썽을 피우고 내게 고통을 주기도 했지만 이 녀석만은 하나의 어려움도 주지 않았다.
정말 고마운 녀석이다.

30년이 넘었으니 50년도 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끝은 느닷없이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오긴 왔다.

골골거리면서도 잘 버틴다 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리 더 두었다간 녀석뿐만 아니라 우리 집까지 날라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전기 코드를 뽑았다.

그런데 그 코드를 뽑을 때 왜 그리 기분이 이상한지 마치 생명줄을 뽑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하긴 전깃줄이 전자 제품에게는 생명줄이니 신제품이 난무, 그야말로 난무하는 시대에 32년이나 넘은 ‘올드’하다 못해 거의 골동품 수준의 냉장고를 계속 쓰고 있는 나를 보고 처음에는 사람들이 새것을 쓰라고 권유하기도 했지만 워낙 오랜 세월 지나다 보니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아 나는 그래서 근래에는 녀석과 지내는 것이 매우 편했다.

그리고는 녀석이 생명을 다하면은 박물관에 기증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오랜 세월 아무런 말썽 없이 나를 도와주고 나서 생을 마치는 녀석을 공동묘지로 보내 부수어 뜨리는 것이 매우 가슴 아팠으므로.

그러나 새것만 좋아하는 요즘 세상, 박물관이라고 해서 과연 오래된 물건을 좋아할까? 의심스러웠는데 박물관에서 반갑고 고맙게 받아주니 오히려 내가 더 고맙다.

만약 박물관에서 관심 없어하면 내가 죽을 때까지는 나의 부엌에 놓고 선반으로 쓰려고 했었는데(나 죽은 다음에는 아이들이 버리겠지 뭐) 다행히 고향으로 돌아가 내가 죽은 후에도 녀석은 영원히 살아서 내 이름을 붙이고 있을 테니 녀석 덕분에 내가 영생을 하는구나.

참으로 고마운지고!

(1983년 10월 7일 구입, 2015년 12월 12일 수명을 다 한 삼성 하이콜드 냉장고를
수원에 있는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삼성전자박물관>에 2016년 1월 26일 기증했음)

하이콜드 냉장고를 S/I/M에 기증하던 날 이재민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 아래 사진은 해당 화면을 캡처한 것이다

▲하이콜드 냉장고를 S/I/M에 기증하던 날 이재민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 아래 사진은 해당 화면을 캡처한 것이다

“같은 가전이라 해도 세탁기나 전자레인지는 매일 사용하지도 않을뿐더러 안 쓸 땐 꺼두기도 하죠. 하지만 냉장고는 늘 켜져 있는 제품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저뿐 아니라 다른 주부에게도 냉장고의 의미는 특별할 거예요. 30년 넘게 우리 집에 머물며 식구들을 지켜준 (하이콜드) 냉장고는 제게 특히 고마운 존재입니다.”

이재민씨는 “내 손때 담뿍 묻은 하이콜드 냉장고가 S/I/M 관람객의 기억에도 인상적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며 “좋은 제품을 만들어준 삼성전자와 개발자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첨단 가전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수십 년간 한 냉장고를 가족처럼 아끼며 사용해온 이재민씨의 사연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재민씨가 기증한 하이콜드 냉장고, 그의 바람처럼 S/I/M을 찾는 이에게 오래 사랑 받을 수 있겠죠?

기획·연재

기획·연재 > 테마 기획

삼성전자 뉴스룸의 직접 제작한 기사와 이미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뉴스룸이 제공받은 일부 기사와 이미지는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안내 바로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