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추억을 선물한 사람들 ⑤임직원 사료 기증 캠페인 기획·운영진<연재 끝>
9월 캠페인으로 기증품 780여 점 추가 확보
오늘날 삼성전자가 다양한 전자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건 앞서 만들어진 제품들 덕분입니다. S/I/M은 전자산업 혁신의 역사와 미래를 전시하며 세대 간 소통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는데요. 9월 한 달간 진행된 삼성전자 임직원 대상 사료 기증 캠페인을 통해 780여 점의 사료가 새롭게 S/I/M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박장호 차장은 “이번 캠페인은 삼성전자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일반인도 각자 지닌 사료를 부담 없이 기증할 수 있도록 조만간 후속 캠페인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캠페인에선 삼성전자 제조 제품은 물론이고 임직원이 과거에 사용했던 타사 전자제품과 각종 기념품, 급여명세서까지 실로 다양한 사료가 수집됐는데요. 이와 관련, 박장호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차장은 캠페인 기획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S/I/M은 뭐니 뭐니 해도 삼성전자 사료가 전시된 ‘박물관’입니다. 일단 그 설립 취지에 걸맞게 다양한 전시품을 확보하고자 했습니다. 이미 1만여 점의 사료를 확보했지만 삼성전자 창립 47주년 기념일(11월 1일)을 맞아 좀 더 다양한 사료를 갖췄으면 해 이번 캠페인을 기획하게 됐죠.”
박 차장에 따르면 이번 캠페인엔 좀 다른 의도도 있습니다. “현재를 잘 헤쳐가고 더 나아가 미래를 예측하려면 과거를 아는 게 필수입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삼성전자가 보다 많은 사료를 확보해 미래 발판을 구축, ‘장수 기업’으로 나아가는 토대가 마련되길 바랐습니다. 또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캠페인인 만큼 이번 기회에 임직원이 회사를 한 번 더 생각하고 애사심을 키웠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낯설지만 꼭 필요한 직군, 학예사를 아세요?
▲사료 보관부터 전시까지 S/I/M 운영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유아름(사진 왼쪽)∙김영주 학예사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공항 가는 길’(KBS)엔 직업이 학예사(學藝士, curator)인 인물이 등장합니다. S/I/M 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에도 김영주∙유아름 학예사가 있습니다. 두 사람이 설명하는 학예사란 △박물관에 전시된 사료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역사를 설명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이를 후손에게 넘겨주기 위한 보존·관리 업무까지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학예사는 다시 여러 직군으로 세분화되지만 국립중앙박물관 같은 대규모 박물관 몇 곳을 제외하면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맡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S/I/M에서도 사료 관리에서부터 전시 운영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업무를 두 학예사가 총괄합니다.
▲S/I/M 수장고엔 ‘그때 그 시절’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제품이 빼곡하게 전시돼 있습니다
이번 캠페인으로 인도된 기증품은 780여 점이지만 실제 기증 의사를 밝힌 사례는 훨씬 많았습니다. 두 학예사는 △신청자 본인의 기증 의사 확인 △제품 모델명과 보관 상태 점검 △S/I/M에 필요한 제품인지 여부 검토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최종 기준에 부합하는 사료를 기증 받았습니다.
이렇게 수집된 사료는 S/I/M 자체 관리 시스템에 등록, 각각의 고유 값을 갖게 됩니다. 이 시스템엔 해당 사료의 연구 정보는 물론, 전시 참여 이력 등이 지속적으로 기록될 예정입니다. 캠페인에 참여한 임직원은 전원 각자의 기증품을 S/I/M에 무상으로 기증했는데요. S/I/M 운영진은 이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기증 증서와 명패 등을 증정하기로 했습니다.
불필요한 사료는 없어… “기증자 언제든 환영”
▲S/I/M에 접수된 사료는 반드시 김영주∙유아름 학예사의 손길을 거칩니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세 사람이 캠페인 기간 중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이런 것도 사료가 되느냐”였습니다. ‘낡은 전자제품도 얼마든지 사료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아직 널리 퍼지진 않은 탓이죠. 실제로 여전히 많은 이가 전자제품을 ‘(쓰고 수명이 다하면 버리는) 소모품’으로 여깁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김영주 학예사는 “기증자 중 상당수는 본인이 지닌 옛 전자제품에 꽤 애착을 갖고 있더라”고 귀띔했습니다.
유아름 학예사는 “단 하나의 사료만 기증한 임직원은 거의 없었다”며 “기증자들에게서 다양한 물품을 받으며 해당 물건에 얽힌 사연과 추억을 함께 기증 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 학예사는 조만간 시작될 일반인 대상 사료 기증 캠페인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아무리 사소하게 느껴지는 물건도 이곳에선 어엿한 가치를 지닌 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인 여러분도 편안한 마음으로 S/I/M 사료 기증 캠페인의 문을 두드려주셨으면 좋겠어요.”
높고 푸른 하늘을 벗 삼아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 가을입니다. 오는 주말엔 S/I/M을 찾아 색다른 추억 여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S/I/M은 평일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토요일은 자유롭게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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