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안 들키고 즐기기에 ‘딱’… 어느덧 아련해진 휴대용 게임기의 추억
‘게임기=공부 방해하는 기계’란 시선이 널리 퍼져 있던 시절, 방에서 이불 덮어 쓰고 부모님 몰래 즐길 수 있었던 휴대용 게임기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죠. 오늘은 바로 그 시절로 시계를 잠깐 돌려볼까 합니다. 우선 사진 한 장 보여드릴게요.
1990년대 청소년의 ‘용돈 도둑’ 게임보이 VS 게임기어
▲사진 왼쪽은 일본 닌텐도사(社)가 1989년 발매한 ‘게임보이’입니다. 한국 출시명은 ‘미니컴보이’(현대전자 발매)였죠. 이듬해 일본 세가사(社)가 발매한 ‘게임기어’(한국 출시명 ‘핸디겜보이’, 삼성전자 발매)와 함께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게임보이’는 한때 휴대용 게임기를 즐겼던 이라면 누구나 한두 번은 즐겨봤을 기기입니다. 제 경우, 친구와 시내 전자상가에 놀러 갔다 우연찮게 접하곤 마음을 뺏겨 세뱃돈 모아둔 걸 아껴 장만했었죠.
▲게임보이는 오른쪽 사진에서 보이듯 ‘팩(pack)’으로 불리는 별도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즐기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왼쪽 사진은 제가 특히 아꼈던 ‘동킹콩GB’와 ‘슬램덩크(1∙2)’ 게임팩이에요
게임보이 전용 팩은 가정용 게임기용 팩에 비해 크기가 작아 아기자기한 느낌을 자아내는데요. 위 왼쪽 사진 속 제품은 제가 갖고 있는 팩 중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 것들입니다. 일단 ‘슬램덩크’ 얘기부터 해볼까요? 슬램덩크 팩은 제 용돈으로 구입한 첫 번째 게임용 소프트웨어였습니다. 지금이야 사회 생활을 하니 마음만 먹으면 어렵잖게 최신 게임을 구매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제게 ‘게임 팩’은 한 달 용돈을 꼬박 모아야 장만할 수 있었던, 학생 수준에선 상당히 비싼 물건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동킹콩GB’인데요. 이 팩은 게임보이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 제작된 걸로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자부하건대 게임보이 액션 게임 팩 중에선 단연 엄지를 치켜세울 만하죠. 다만 지금으로선 여러분께 자신 있게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왜 그렇느냐고요? 그 이유는 잠시 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번에 보여드릴 휴대용 게임기는 ‘게임기어’입니다. 제가 박스째로 보관하고 있을 만큼 애착을 갖고 있는 제품이죠. 아래 왼쪽 사진 종이 박스 위 본체 오른쪽 기기는 TV튜너입니다. 게임기어에서 TV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인데요. 아날로그 방송 시절엔 꽤나 유용한 장치였습니다만 디지털 방송만 송출되는 지금은 안타깝게도 ‘장식용’에 불과합니다.
▲구입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제가 갖고 있는 게임기어는 박스와 기기 상태 모두 상당히 양호(?)합니다. 오른쪽 사진은 당시 게임기어의 국내 발매사였던 삼성전자가 ‘핸디겜보이’ 명칭으로 발행한 신문 지면 광고 이미지예요
게임기어의 국내 버전이었던 ‘핸디겜보이’의 출시가는 19만8000원. 1990년대가 막 시작된 시점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꽤 고가의 장난감에 해당했죠. 그도 그럴 것이 핸디겜보이는 게임보이와 달리 컬러 화면을 제공했습니다. 그 때문에 배터리 소모량이 유독 커 AA 건전지 6개를 넣고도 한 시간 정도밖에 쓰지 못하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기도 했습니다.
잔상 심해 요즘 즐기기엔 무리… “추억은 추억으로”
자, 그럼 이번엔 두 제품의 실제 화면 구동 모습을 살펴볼까요?
▲게임보이를 활용, 슬램덩크 1편(왼쪽 사진)과 ‘킹 오브 파이터 95 GB’를 각각 구동한 모습
위 사진은 게임보이를 실행시킨 모습입니다. 화면이 제법 선명하죠? 하지만 이는 요즘 불고 있는 복고 바람을 타고 게임기 액정에 백라이트와 화질 개선 칩이 더해진 덕분입니다. 실제로 당시 출시된 구형 버전을 그대로 즐길 땐 잔상이 꽤 강해 조금만 지나도 눈이 아파올 거예요.
위 오른쪽 사진은 유명 격투 게임 팩 ‘킹 오브 파이터 95’의 게임보이 버전 구동 화면입니다. 구현의 한계상 미니 캐릭터로밖에 실행시키지 못했는데요. 그래도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어 ‘게임보이 마니아’를 자처하는 이라면 누구나 흐뭇하게 떠올릴 수 있는 게임입니다.
게임기어 쪽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TV튜너는 수신조차 되지 않고 게임은 뿌옇게 보여 장시간 게임을 즐기기엔 이래저래 어렵죠. 추억을 되새기려는 의도라면 구입 자체를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게임기어의 경우, 게임팩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게임기어 TV튜너 전원을 켜고 채널을 검색하는 장면(왼쪽 사진). 게임기어 게임 구동 화면은 요즘 제품에 비해 확연히 뿌옇게 느껴집니다
휴대용 게임기 중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로 즐길 수 있는 건 요즘 출시되는 기종보다 한 세대 이전에 선보인 일본 소니(SONY)엔터테인먼트의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layStation Portable, 이하 'PSP')과 닌텐도사의 닌텐도(Nintendo) DS입니다.
▲PSP로 ‘추억의 펌프 잇 업 제로(Pump it Up Zero)’ 게임을 구동시킨 화면. 닌텐도DS론 ‘뉴 슈퍼마리오 브로스’를 실행시켜봤습니다
PSP의 경우, 출시된 게임도 다양한 데다 고화질 그래픽 구현도 가능해 지금도 즐겨하는 편입니다. 닌텐도DS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풍격 인기를 끌었던 게임기죠. 화면이 둘로 나뉜 게 특징이며 하단 화면엔 터치 기능이 있어 다양하게 활용됐었습니다. 요즘 중고 기기 시장에선 4만 원 내외면 중고 기기를 구매할 수 있어 역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앱스토어서 ‘추억의 게임’ 한 편 다운로드 어때요?
어린 시절, 제게 휴대용 게임기는 게임기 이용을 반대하는 부모님의 눈을 피해 즐길 수 있었던 ‘나만의 오락실'이었습니다. 요즘 게임광 사이에서 주목 받는 건 단연 스마트폰 게임이죠. 일부 마니아는 스마트폰에 블루투스 게임패드를 연결해 게임을 즐기는 데 만족하지 않고 모듈형 미니 컴퓨터의 일종인 ‘라즈베리파이’를 활용, 휴대용 게임기 제작에 나서기도 합니다(실제로 이렇게 제작된 ‘미니컴파이’란 기기가 엄청난 인기를 끌기도 했죠).
요즘 스마트폰 앱스토어를 둘러보니 ‘추억의 게임’이 꽤 많이 출시됐더라고요. 제 칼럼 읽으신 김에 오늘은 휴대용 게임기에서의 추억을 스마트폰에서 한 번 되살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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