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통신 리더 릴레이 인터뷰] ⑤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 ‘통신’, 그 질서를 말한다

202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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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 ‘통신’, 그 질서를 말한다 ‘통신’.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그 개념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어느덧 5세대(5G)를 넘어 6세대(6G)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통신’을 그저 사람과 사람, 혹은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는 수단으로 정의해도 될까? 이제는 통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조금 더 깊숙이 알아가야 할 때. 뉴스룸에서 차세대 통신 리더들의 통찰력과 혜안을 담은 릴레이 인터뷰로 통신 기술의 의미와 전망, 그 속에서 삼성전자가 추진해온 연구 노력 등을 짚어봤다. 한진규 Han Jin-kyu 이동통신 업계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표준화’ 전반을 책임지는 전문가다.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 표준연구팀에서 차세대 통신 기술 연구와 표준화를 이끌었다. 국가적으로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기 위한 민관 협력이 필요할 때마다 업계 전문가로서 수 차례 의견을 개진한 베테랑. 2018년부터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내 표준화관리이사회(SMB) 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전 세계 통신 시장의 암묵적 약속… ‘표준화’의 가치와 의미

통신은 누군가와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다.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오늘날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연결되어 있다.

통신 사업자, 장비 제조사, 단말 제조사 등 분업이 심화돼 있는 업계 중 하나인 이동통신에서는 다양한 집단이 하나로 움직일 수 있는 ‘법령’과 같은 존재가 필수적이다. 국제적으로 합의된 ‘표준(Standard)’을 정하고, 더 많은 사람이 낮은 비용으로 더 좋은 기기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바로 ‘표준화(Standardization)’ 과정이다. 가장 쉬운 예로 내 전화기를 그대로 해외에 들고 나가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글로벌 로밍 서비스’도 국제 표준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삼성리서치 한진규 상무

표준화는 10년에 한 번씩 새로운 세대를 정의하면서 이동통신의 흐름에도 큰 영향을 준다. 한진규 상무는 “새로운 세대가 시작될 때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일어나게 되는데, 특정 국가나 소수 기업이 비표준 방식을 추진할 경우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 생태계 이해당사자가 함께 모여 기술을 정의하고, 사전 조율의 과정을 거쳐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통신 분야에서는 표준을 제정하고 표준을 따라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다. 그 정도로 표준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표준은 크게 정부와 같은 공적 기관이 관리하는 공적 표준(de jure standard)과, 강제성은 없지만 이해당사자 간에 통일된 방식을 정의하는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으로 나뉜다. 차세대통신센터 표준연구팀에서는 이 두 가지 표준을 모두 담당한다.

한진규 상무는 “예를 들어 5G에 초고주파(mmWave)를 도입하려면 이 대역을 이동통신에 할당하고, 출력과 인접 대역 간섭 등에 대한 활용 조건을 정하고, 단말 상용화 전 인체 또는 다른 기기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여 안정성을 보장하는 등의 ‘공적 표준화’를 해야 한다. 동시에 국제이동통신표준화협력기구(3GPP), 전기전자학회(IEEE) 등과 같이 통신 기술 규격을 만드는 표준 단체 활동을 하면서, 기술을 개발하고 최종적으로 표준에 반영하는 ‘사실상 표준화’ 업무도 같이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표준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의미다.

 

통신 표준 전문가로 일한다는 것

주파수는 한정된 자원이다. 자연스레 희소성 있는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진영 간 경쟁이 불가피하다. 대역 별로 고정통신, 이동통신, 방송, 위성 등으로 용도가 지정돼 있는 것도 그 때문.

5G 상용화 과정에서 필요했던 초고주파 역시 이동통신 관점에서는 새로운 대역이었지만, 위성 진영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을 도모하고 있던 영역이었기에 논쟁을 피할 수 없었다. 이처럼 모든 업계가 사활을 건 상황 속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도 표준화 전문가들의 몫. 한진규 상무는 “이동통신이 갖는 경제 효과를 가지고 각국 정부를 설득하고, 초고주파 대역을 이동통신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시연과 검증을 통해 우호적인 세력을 규합해 나갔다”면서 “해당 주파수를 이동통신으로 사용하더라도 인접 대역을 사용하는 다른 서비스에 영향을 끼치지 않음을 시뮬레이션 결과로 보여 주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그 결과 초고주파 대역을 5G 주파수로 할당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 한진규 상무와 함께 통신 시장의 기준을 잡아 나가고 있는 차세대통신연구센터 연구원들

▲ 한진규 상무와 함께 통신 시장의 기준을 잡아 나가고 있는 차세대통신연구센터 연구원들

한진규 상무는 “어떤 기술을 표준에 반영하는 것이 제일 좋은지를 가려주는 심판은 없다. 어떠한 기술이라도 장점과 단점을 가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제안과 토론의 목소리가 오고 가고, 그 안에서 합의와 설득을 거쳐 최종적인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자신의 이해관계만 따지는 모습은 지양하고, 산업 전체를 이해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치 외교관처럼. 때로는 회사를, 때로는 국가를 대표해 표준 회의에 참여하는 표준화 전문가들은 매번 각 분야의 ‘최정상’에 오른 권위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그만큼 전문 역량을 지닌 이들이 필드에 나서야 할 터. 한진규 상무는 “최전방에서 직접 경쟁해야 하는 만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팀을 운영할 때도 우리 회사 내 최고 전문가는 누구나 특정 기술 아이템의 챔피언을 맡을 수 있는 수평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5G, 상용화가 끝이 아니다… 다음 라운드 향해 달려가는 ‘표준화’ 작업

4G는 ‘광대역 무선 통신’이라는 목표로 설계된 통신 기술이다. 특히 인터넷 프로토콜과 같은 ‘범용’ 통신 기술을 적극 도입해 많은 서비스를 꽃피웠다. 이후 5G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고객을 기존 스마트폰 사용자에서 확대해 스마트공장, 자동차, 헬스케어, 사설망, 스마트시티와 같은 버티컬(Vertical)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4G가 범용 네트워크로 통신 시장의 커다란 ‘성장’을 끌어냈다면, 5G는 맞춤형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비전을 품은 것.

한진규 상무는 이 같은 5G 시대의 기회를 잡기 위해 새로운 라운드를 준비했다. 5G 2차 표준인 Rel-16가 바로 그것. “5G 1차 표준인 Rel-15은 5G의 큰 틀을 짜고 사용자에게 5G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표준화가 필요한 부분을 우선 선별해 제정한 것이라면, Rel-16는 당초 5G가 약속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커넥티드 카를 위한 V2X(차량과 차량, 차량과 인프라 간의 통신을 지원하는 기술)와 스마트공장을 위한 산업 IoT 통신 등 버티컬 특화 기능을 강화하고, 네트워크 AI를 위한 데이터 수집 기능도 2차 표준에서 보강했다”고 말했다.

5G가 상용화되었다고 표준화가 끝난 것은 아니다. 6G가 등장하기 전까지 5G의 개선과 확대를 위해 표준은 지속적으로 진화할 예정. 한진규 상무는 “2차 표준을 완료함에 따라 바로 3차 표준인 Rel-17에 착수하였다”라면서 “커버리지 확장, 다중 안테나 기술 (NR-MIMO) 등 상용화 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도 계속 가다듬어 나가며 5G가 열 새로운 시장을 준비하고, 클라우드를 사용자 가까이에서 지원할 수 있게 하는 엣지 컴퓨팅 통신, AR 글래스 형태의 단말을 위한 미디어 전송 등 신규 기술 분야 발굴에도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엣지 컴퓨팅 통신 표준화 제안 … 5G 발전 위해 계속 노력

5G 서비스의 ‘체감’을 위해 삼성전자는 계속해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 중이다. 5G의 특징 중 하나는 초저지연. 단말과 기지국 사이의 무선 구간 지연을 이전 세대에 비해 10분의 1로 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체감’이다. 단말에서 클라우드에 위치한 서버까지의 지연을 줄여야, 진정한 초저지연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엣지 컴퓨팅’이다. ‘엣지 컴퓨팅’을 활용해 서버를 사용자 가까이에 놓고 유선 구간의 지연까지 줄임으로써, 소비자는 비로소 ‘초저지연’을 체감할 수 있다.

한진규 상무는 “단말과 서버 사이는 3GPP에서 다루는 영역이 아니었다”라며 “그렇다고 5G를 다루지 않는 다른 표준단체에서 5G와 연동된 표준을 제정하는 것도 어렵다”고 운을 뗐다. 이 때문에 비표준 방식으로 엣지 컴퓨팅 통신을 상용화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여러모로 시장의 파편화가 우려되는 상황. 한 상무는 “현재 삼성전자는 3GPP에서 이러한 기술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참여 회사들을 설득하여 Rel-17의 주요 기술 중 하나로 엣지 컴퓨팅 통신의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 “4G LTE 대비 10배 성능 향상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5G 연구를 시작한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5G 발전을 가져올 기술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한진규 상무는 “삼성전자는 이동통신 기술 규격을 제정하는 영향력 있는 표준 단체에서 여러 역할을 수행하며, 표준을 선도하고 있다. 10년 동안의 긴 여정을 이어온 뚝심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많은 난관을 뚫고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행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밝혔다.

 

“세상을 바꾸는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어 영광… 기술 통해 이롭게 변화시킬 것”

학창 시절, 일종의 바이블과도 같았던 ‘표준 규격’은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하여 지금의 길을 걷고 있다는 한진규 상무. 당시의 바람처럼 지금 새로운 통신의 질서를 만들고 있는 그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통신 표준 분야에 몸담고 있을까.

삼성리서치 한진규 상무

한진규 상무는 “LTE 표준화 당시에는, 전문 용어인 ‘LTE’가 사용자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보통명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용화 이후 뭔가 빠른 것에 대해 ‘LTE 급이다’란 표현을 흔히 쓰지 않았나”라며, “이처럼 많은 이들과 함께 만든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직접 경험했고, 나아가 우리가 주도해 탄생시킨 5G가 바꿀 세상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알고 있기에 ‘기술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다른 세상을 열기 위한 6G 비전 전파에도 여념이 없다. 한진규 상무는 “앞으로 통신의 주 고객은 사람을 넘어 로봇, 고도화된 머신 등도 포함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고도화된 통신을 통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6G는 이러한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근간이 되는 통신 기술이 될 것”이라면서 “지난 7월 14일 발간한 삼성전자의 6G 백서를 기반으로 이동통신 생태계의 이해당사자들과 소통을 시작하고, 5G 표준화를 이끌며 아쉬웠던 점들을 보강해 6G의 비전을 기반으로 한 표준화 작업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 속에서 산업 전반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사람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큰 그림을 잊지 않으며 매진해 나갈 것입니다.” 차세대 통신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그의 단단한 각오가 느껴지는 마무리였다.

 

한진규 상무의 요약노트 #통신세계 #기준을잡다 #표준화 #AtoZ ‘통신 표준화’, 대체 어떤 의미인가요? 통신이란 정보를 주고받는 것입니다. 통신기기는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기기이고요. 서로 다른 제조사가 만든 기기 간에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으려면 통일된 통신 방식이 필요하겠죠? 이 방식을 규격으로 만든 것을 ‘통신 표준’이라고 합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통신이라는 필드에 뛰어든 선수 모두가 레이스를 완주하려면 지켜야 하는 ‘규칙’ 5G 표준화 과정은 어땠나요? 주파수는 한정된 자원이에요. 다양한 업계에서 각자 필요한 영역대를 차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죠. 5G의 경우에도 ‘초고주파’ 대역을 할당받기까지 ‘전쟁’이었어요. 각국 정부를 설득하고, 경제적인 효과를 어필하는 등 표준화를 위한 수많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그럼 이제 5G 표준화 작업은 마무리됐나요? 천만의 말씀. 5G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기에, 표준화 작업도 여러 단계를 거쳐요. 이미 진행된 1차 표준은 5G 상용화에 필요한 부분을 우선 선별해 제정한 것. 이제 2차, 3차 단계를 거치며 점점 가다듬고, 상용화 초반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도 보강할 뿐 아니라, 새로운 5G 제품과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통신 기술을 추가해 나가는 식이에요. 6G가 일상이 된 10년 후 미래에는? ‘통신’의 주 고객이 바뀌지 않을까요? 사람을 넘어 로봇, 고도화된 머신 등이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수많은 것들을 실현해 나갈 거예요. 6G가 어떤 철학으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6G로 인해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회자되지 않을까요?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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