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6.65km
안녕하세요. 이현종 인사 드립니다. ^^ 첫 글로 작년 여름 조금 특별했던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조금 길어요. 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세요. 😀 그럼 시작합니다.
자전거 전국일주를 마치고 두 주가 흘렀다. 뭔가 큰 일을 해내고 나니 일상이 지루해졌다. 다시 뭔가 해야만 한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극이 필요하다.
부산까지 한번 가볼까? 문득 떠오른 생각. 그래 이왕 자전거 타기 시작한 거 한번 부산까지 달려보자. 끝장을 보자. 무릎이 나가든, 발가락이 터지던, 뭐,,, 탈진해 쓰러질지도 모르지만, 한번 해보자. C씨에게 내 차로 서포트카를 맡기고 D씨가 함께 달리기로 해서 수원-부산 400km 라이딩 팀을 꾸렸다.
8월 14일 금요일. 드디어 그날이다.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그저 퇴근시간만 기다릴 뿐. 사원님 대리님 과장님 부장님들 제발 오늘은 나한테 말 걸지 말아주세요… 퇴근하고 바로 할 일이 있답니다.
드디어 퇴근시간이 되었고, 난 집으로 향했다. 집에는C씨가 미리 와서 준비물을 꾸리고 있었다. 펑크 날 경우 빠른 정비를 위해 C씨 자전거 휠을 실었다.
정비도구들도 챙겨 넣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다.
오늘의 라이딩 코스다. 수원 – 부산 410km. 우리나라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코스이다.
약속장소에서 D씨를 만나 든든하게 저녁을 먹고 저녁 8시쯤 1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향했다. 이 옐로 저지는 뚜르 드 프랑스라는 유서 깊고 권위 있는 자전거 경기의 챔피언이 입는 저지이다. 지난 전국일주를 무사히 마친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리고 이 도전을 해 냄으로써 난 이 저지를 입을 자격을 얻는 거다. 자 이제 출발이다.
패달질이 경쾌하다. D씨와 나는 번갈아 선두를 맡으며 30km/h 이상의 속도로 남쪽으로 내질렀다.
첫 보급. 수통에 물만 채우고 출발했었는데, C씨가 기다리고 있다가 이온음료와 쵸코바를 보급해 주었다.
음료수와 쵸코바를 보급받은 후 우리는 계속 천안으로 달렸다. 내가 장거리 라이딩에서 이렇게 빠르게 달린 적이 있었던가 싶었다. 어두워서 속도계는 보이지 않았지만, 평지에서는 35km~40km 오르막에서도 25km 이상을 유지하며 달린 듯 하다.
그렇게 약 50km 정도를 달려 천안 조금 못 가서 편의점에서 잠깐 쉬어가기로 했다. 편의점에서 커피 한캔과 함께 잠깐의 휴식을 갖고 다시 천안을 거쳐 대전 쪽으로 출발했다. 항상 출발하기 전엔 초반에 너무 오버 페이스라면서 평 속 25km 유지하자고 의견을 모으지만, 막상 출발하고 나면 이건 뭐… 둘 다 짐승으로 돌변한다.
출발 할 땐 분명 25km 정도로 살살 달린 것 같은데, 달리다 보면 어느새 30~35km를 유지하고 있다. 언덕이라고 속도가 크게 줄어드는 일도 없다. 미리 가속도를 붙이고 빠르게 넘는 경우 언덕 피크에서 속도는 40km에 가까웠다.
그런데, 한참을 달렸지만 서포트카가 보이질 않는다. 분명 어디 앞쪽에서 기다리고 있을 텐데… 마지막 휴식 장소에서 30여 km를 달린 것 같은데 보이질 않는다. 달리면서 전화를 해봤다. 어느 주유소 지나서 공터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계속 달렸지만, 차는 보이질 않는다. 엉뚱하게도 대전까지 20km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다시 전화를 했다. 대전까지 20km 남은 지점이라고 하니 우리가 지나쳤다고 한다. 길이 엇갈렸나 보다. 뒤쫓아 오기로 하고 우리는 계속 달렸다. 하지만 계속 우린 만날 수가 없었고, 우린 결국 대전 시내로 들어서고 말았다. 흠… 65km를 한번도 쉬지 않고 달려온 거다..ㅡㅡ;;;
길이 완전히 엇갈린 것 같아 약속장소를 대전 월드컵 경기장으로 정하고 계속 달렸다. 금방 대전 월드컵 경기장 사거리에 도착했고 C씨를 기다렸다. 그 사이 첫 115km 기록이다.
■ 주행거리 : 115.34km
■ 주행시간 : 4:00:50
■ 평균속도 : 28.7km/h
수원에서 대전까지 자전거로 4시간이면 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10분 정도 기다리니 서포트카가 나타났다. 근처에는 편의점이 없으니 충남대 근처 가장 먼저 나오는 편의점에서 만나기로 하고 다시 헤어졌다. 여기서도 약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쨌든 다시 만나서 길바닥에 주저앉아 콜라를 벌컥벌컥 마셨다. 콜라 좀 사다 달라고 했더니 1.5L짜리 PET를 사오는 C씨의 센스…ㅡ.ㅡ 그래도 목마른 짐승 두 마리는 앉은자리에서 콜라를 거의 다 마셔버렸다. 그렇게 목을 축이고 약간의 간식을 먹은 후 C씨의 인도에 따라 대전을 벗어났다.
정말 장거리 라이딩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도시 한번 들어가면 빠져 나오는 게 너무너무 너무 힘들다. 그래도 이번에는 계속 문자로 진행방향을 알려줘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시 한적한 길이 시작되고 C씨에게 졸리면 무조건 차 세우고 눈 붙이라고 당부 한 후 우리는 다시 속도를 높였다.
그런데 갑자기 안개가 자욱해진다. 아 이런… 앞이 잘 안 보인다. 그리고 이정도 안개라면 뒤에서 오는 차들이 우리를 볼 수가 없다. 이때 서포트카가 제 역할을 다 해 주었다. 우리가 빨라 봤자 30~35km로 달리는데, 그 속도에 맞춰 뒤에서 우리를 보호해주며 천천히 따라오기 시작한 거다. 밤새도록.
뒤를 서포트카가 받혀주고 있으니 너무나 든든하고 마음 편하게 라이딩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혼자 길을 나섰다면 라이딩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짙은 안개였다. 달리다 보니 이제 충청북도에 접어들었다.
저녁 먹은 지 시간이 꽤 지난 지라 옥천까지 가서 야식을 먹기로 했다. 다행이 옥천에서 김밥천국을 찾을 수 있었고, 우린 뭐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라 헐레벌떡 들어갔다. 생각 같아선 해장국집이 있었다면 더 반가웠을 것 같긴 하다. ㅋ 식당으로 들어가니 웬 새벽에 일하는 분들이 엄청 많이 와 있다. 훔… 주문이 밀려 본의 아니게 푹 쉬어가게 될 것 같다. 슬슬 좀 졸리기도 한데, 눈 좀 살짝 붙일까?
라면과 김밥으로 배를 채우고 편의점에 들러 약간의 간식을 더 사고 바로 출발. 안개는 여전히 짙고 낮게 깔려 있었다.
이제 추풍령을 지나 김천으로 향해야 한다. 옥천을 출발한 시간은 새벽 5시쯤이었다. 안개는 여전히 짙게 깔려 있고, 약간 쌀쌀함마저 느껴졌다. 조금 더 달리자 하늘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곧 해가 뜨려나 보다.
달리고 있는데 저 길 끝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거대한 산이 날 압도한다. 헉… 설마 저걸 넘어야 하는 거야? 에이.. 설마… 그냥 옆으로 지나갈 꺼야… 여기가 강원도는 아니잖아?
D씨가 잠깐 쉬어가자고 한다. 그리고 발견한 세 글자 ‘추풍령’ 음… 음… 음… 그니까 저걸 넘어야 하는 거구나…ㅎㅎㅎ 얼마나 높은지는 모르지만 일단 ‘령’이 붙으면 살짝 긴장되긴 한다.
잠깐의 휴식이 끝나고 다시 힘차게 출발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길이 그다지 오르막이 아니다. 아니면 내가 힘이 넘쳐서 모르는 건가? 속도도 괜찮고 그다지 힘들지도 않다. 달리다 보니 어느덧 추풍령면이 나왔다. 그리고 길은 여전히 편하기만 하다.
김천까지 23km, 대구까지 92km 왠지 대구까지만 가면 부산까진 금방일 것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곧고 편안한 길이 여전히 계속되었다. 이상하다.. 추풍령이 이렇진 않을 텐데..?
산을 다 잘라내고 만든 길인가보다. 아님 원래 낮던가. ㅡ.ㅡㅋ
뭐 암튼 추풍령은 이렇게 우리 뒤로 지나갔다. 괜히 긴장했잖아..ㅡㅡ
조금 더 달리다 보니 저 산 너머로 해가 얼굴을 살짝 내밀었다. 해돋이를 본 게 도대체 몇 년만인가? 어쩌면 십 몇 년 일수도.. 정말 마지막으로 해돋이를 본 게 언젠지 기억에 없다. 떠오르는 해와 함께 내 가슴속에서도 뭔가 꿈틀거림이 느껴졌다.
해가 뜨고 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문제와 싸워야 한다. 밤 새도록 안개가 짙었다는 말은 낮에 해가 쨍쨍할 거라는 말과 같다. 체력은 점점 떨어져 갈 텐데, 폭염까지 더해지면.. 게다가 우린 계속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 뭐 아직까지는 짙은 안개가 햇볕을 막아주고 있으니 괜찮긴 한데,, 나중이 좀 걱정이다.
이제 김천시다. 어린 시절부터 대학 졸업할 때까지 계속 대구에서 살았기에 대구에서 가까운 김천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왠지 벌써 다 온 기분이랄까? ㅎㅎㅎ
주행거리 200km 돌파. 이제 반 온 거다. 예전엔 200km라는 거리가 자전거로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조차 못했는데, 지금은 400km에 도전하고 있다. 이제 난 더 빨라졌고 더 멀리 갈 수 있다. 나는 더 강해졌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의심하지 않는다. 그냥 하면 되는 거다.
김천 시내로 들어서고 영남제일문을 지났다.
김천 시내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시내 쪽으로 살짝 들어갔다. 아직 배가 고프지는 않아 그냥 편의점에서 쉬기로 했다. 지금까지 214km.
평 속 27.2km. 출발했을 때 보다는 좀 떨어지긴 했지만, 200km가 넘는 거리를 이 속도를 유지하며 달린 거다. 좀 대단한 듯.. ㅎㅎㅎ
주행시간 7:51:13
김천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대구를 향해 출발했다. 날이 좀 밝으니 이제 셀카빨이 좀 받는다.
대구까지는 이제 겨우 56km 남았다. 해는 조금씩 힘을 쓰며 안개를 걷어내고 있었다.
이제 대구까지 41km. 대구에 도착해도 100km가 넘는 거리를 더 달려야 하지만, 왠지 대구까지만 가면 그 담은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느낌이다. 10시 이전에 대구 도착하면 좋을 텐데…
잠깐의 꿀맛 같은 휴식.
그리곤 다시 출발. 이제 무조건 1시간 달리고 10분 쉬기로 했다. 이젠 체력안배에 신경을 써야 할 타이밍이다.
여기는 칠곡. 대구 바로 북쪽에 붙어있는 도시이다. 칠곡까지 왔으면 대구는 이제 금방이다.
해가 안개를 서서히 걷어내곤 있었지만, 아직은 안개가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우릴 막아주고 있었다.
1시간 달렸으니 10분 휴식.
10분 정도 쉬고 나서 다시 출발했다. 이제 대구까지는 17km 밖에 안 남았다. 그런데 오르막을 오를 때 뒤를 돌아보니 D씨가 안보였다. 속도를 10km정도로 줄이고 천천히 패달링을 하며 기다렸다. 평지에서도 그의 속도가 약간 줄어들었음이 느껴진다. 물어보니 D씨의 한쪽 무릎에 통증이 시작되었단다. 오르막에선 한쪽 다리로 패달링을 해서 속도가 안 난다고 한다. 훔… 마음이 급하긴 하지만, 팀 라이딩때는 무조건 느린 사람에 맞춰야 한다. 지금까지 달린 거리는 260km 정도.
나는 뭐가 신나는지 혼자 싱글벙글이다. 이제 안개는 완전히 걷히고 태양은 내리쬐기 시작한지 오래다.
드디어 대구 북구 태전동이다. 대구 도착!!! 부산까진 얼마 안 남았다. (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다..ㅡㅡ)
D씨도 아직까지는 잘 따라오고 있다.
하지만, 대구 시내로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뒤에서 악 하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D씨의 양쪽 무릎에 모두 무리가 가서 도저히 패달링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급히 C씨를 부르고 그늘로 가서 좀 쉬었다. 서포트카가 도착하였고 280여 km를 달려온 D씨는 결국 라이딩을 포기했다. 120km만 더 가면 되는데…
D씨가 빠지고 이제 나는 혼자가 되었다. 그리고 역시 대구는 더웠다. 게다가 지난주 충주 라이딩 때 입은 화상으로 이미 팔은 수포가 마구 터지고 있었다. 화상 때문에 D씨의 팔토시를 빌렸다.
팔토시를 입고 바로 힘차게 출발했다. 출발하자마자 좌회전 신호를 받고 나오는 마티즈 한대와 부딛힐 뻔 했다. 브레이크를 급하게 잡고 겨우 그 차를 피했다. 신호를 보지 않은 내 잘못이다. 조심하고 긴장해야 한다. C씨는 계속 길을 문자와 전화로 알려줬다. 그러던 중 길이 또 어긋나 우리는 경북대 북문 앞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도청 옆에 있는 모교 후문. 여기는 입학했을 때나 졸업했을 때나 지금이나 별로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공대 1호관에서 가장 가까운 문이고 동아리방 근처에 있는 문이라 나름 추억이 많은 곳이다.
그리고 북문. 참 많이도 변했다. 예전엔 없던 건물이 들어서고, 있었던 담장이 없어졌다.
모교 방문 기념 셀카. 울 학교에 과연 내가 아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북문에서 잠시 쉬면서 서포트카를 기다리다가 다시 만나서 길을 확인한 후 바로 출발했다. 이제 날씨는 본격적으로 덥다. 영남대학교 방향으로 가다가 주차장이 있는 식당을 보거든 들어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리고 들어간 대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콩나물 해장국집. 에어컨 바람이 너무나 반갑다. 내 얼굴은 홍당무처럼 벌겋게 익어가고 있었다.
콩나물 국밥은 뜨거워서 입으로 잘 들어가지도 않았다. 무슨 맛인지도 잘 모르겠다. 이제 힘들긴 힘든가 보다…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했다. 대구에서 자랐지만, 이 더위는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신호 때문에 멈출 때 마다 아스팔트의 뜨거운 열기가 날 괴롭힌다.
드디어 대구를 벗어났다. 대구에 들어올 때 시간이 10시였는데, 시계는 벌써 12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역시 광역시 아니랄 까봐 좀 넓구나..ㅡㅡ;;
C씨에게 전화로 커피를 부탁했다. 조금 더 달리다 보니 서포트카가 보인다. 시원한 냉커피를 마시며 더위와 피로를 쫓았다. 그리고, 센스 있게 준비한 얼음물로 머리를 좀 식혔다. 아.. 살 것 같다. 잠깐 쉬면서 더위를 식히고 다시 달렸다. 그리고 주행거리 300km 돌파. 이제 겨우 100km 남았을 뿐이다.
곧게 뻗은 길을 힘차게 달린다. 아직은 뭐 그렇게 힘들진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편하고 곧은 길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저기 산 중간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산길이 보이는가? 근데 차라리 저런 오르막이라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늘만 있다면… 체감 온도는 이미 50도는 되는 듯 하다. 더웠다.
오르막.. 오르막… 수원을 출발한 후 처음 만나는 제대로 된 오르막 인 것 같다. 하지만 이건 나중에 만날 산!!! 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으니…ㅡㅡ;; 오르막 때문에 평 속이 조금씩 떨어지는 게 신경 쓰였다. 이 언덕을 넘어 밀양시에 들어섰다. 서포트카와는 상동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 부럽다. 나도 저 속에 있었으면…
만나기로 한 장소인 상동역 도착하고 나는 그늘 벤치에 누워 좀 쉬기로 했다. 20분쯤 눈만 붙이고 누워 있었다. 하지만 몸이 잔뜩 긴장한 상태라 눈을 감아도 잠은 오지 않았다.
20분쯤 눈을 붙이고 일어나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었다. 아이스크림은 점심 보다 맛있었다. ㅋ
상동역에서 30여분을 쉬면서 체력을 회복한 후 다시 출발했다. 밀양시내에서는 밀양역 방향으로 가서 58번 국도를 타라는 문자가 왔다. 그런데 밀양역 이정표를 제대로 못보고 지나쳐, 시내에서 좀 헤매고 난 후 겨우 밀양시를 빠져 나오고 58번 국도를 탔다. 달리다 보니 나타나는 헉!!! 부산대학교!!! 부산캠퍼스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게도 밀양캠퍼스다.. 아직 난 밀양에 있다. 아 덥다… 여기쯤 달리고 있는데 어디냐고 전화가 왔다. 훔… 난 58번 국도 타고 계속 가고 있다고 대답하니, 서포트카는 사진 찍어주려고 길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역시 길이 엇갈렸다.
김해까지는 이제 겨우 37km. 김해를 지나면 바로 부산이다.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헉!!! 그런데 이건 또 뭐란 말인가?!!! @p@ 산 꼭대기까지 길이 나있다. 설마 저기를 올라가야 하는 건가?!
그 길을 올라가야 하는 것이 맞았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밀양. 추풍령 간단하게 지났다고 좋아했더니, 이런 산을 넘게 될 줄이야…
그래도 이런 산을 마냥 싫어할 수가 없는 게, 오르막이 있으면 그 끝에는 항상 내리막이 있고, 긴 다운힐의 쾌감은 다른 어떤 즐거움과 비할 바가 아니다. 산을 다 내려오니 그제서야 서포트카가 뒤에서 나타났다. 후.. 살았다. 에어컨 바람 좀 쐬면서 삼각김밥을 먹었다.
먹고 쉬었으면 이제 출발해야지. 계속 달리다 보니 처음으로 부산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나타났다. 이제 정말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370km. 30km 남았다.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릴 거리.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10km를 더 달려 380km. 정말 얼마 남지 않았지만, 덥고 힘들다.
그리고 또 나타나는 오르막.
헉… 헉… 헉… 하아… 후… 계속되는 오르막에 지친 난 거친 숨소리를 뿜어냈다. 이미 380km 이상을 달려왔고 남은 거리는 고작 20km도 되지 않는다. 20km… 상광교 왕복 겨우 두 번… 집에서 분당까지 거리… 하아… 그런데 이 20km가 200km보다 더 멀게 느껴졌다. 흘러내리는 땀이 자꾸만 눈 안으로 들어가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더러워진 장갑과 팔토시로 땀을 훔쳐낸다. 눈이 쓰리다. 25km/h 이상 속도로 넘을 수 있던 오르막에서 이젠 10km/h 내기도 힘들다.
그런데… 훗… 갑자기 웃음이 났다. 그래서 어쩌라구? 아직 나는 달리고 있는데. 처음 출발했을 때처럼 빠르진 않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심장은 여전히 힘차게 뛰고 있고, 다리는 패달질을 멈추지 않는데 뭐가 문제야? 이정도 언덕 따위 지금까지 지나온 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달리는 거다. 남은 거리가 20km든 200km든 상관없다. 얼마나 많은 언덕이 더 나타날 지는 모르지만 상관없다. 다 넘어 줄 테니까. 난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다.
390km. 이제 남은 거리는 고작 10km.
신호를 기다리며 조금만 더 힘내자고 힘들지 않다고 나에게 말하지만, 얼굴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신호가 바뀌고 다시 출발. 조금 달리다 보니 서포트카가 보인다. 김해시내. 전국일주 때 부산에서 창원가면서 지나갔던 길을 거꾸로 달리고 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길의 끝이 바로 부산이다.
나는 달렸다.
계속 달렸다.
그러다 갑자기 웃는다. 드디어 미친 건가?
활짝 웃는다. 난 뭘 본거지?
하하하하하하!!!! 내가 본 것은 부산광역시를 알리는 이정표였다!!! 부산까지 온 거다!! 해냈다!! 하루 만에 수원에서 부산까지 내 다리 힘으로 달려왔다!!!
자전거를 돌리고 고글을 쓰고
자전거를 번쩍 들었다. 지금 이 순간 난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나는 나에게 도전했고, 다시 한번 나를 이겼다.
뭐 이걸로 됐다. 이제 집에 가야겠다. -fin-
■ 주행거리 : 396.95km
■ 평균속도 : 26.0km
■ 주행시간 : 15:15:12
■ 최고속도 : 57.9km
8.14 7:50 수원 출발 ~ 8.15 6:56 부산 도착 (약 23시간)
제 첫 이야기는 이걸로 끝입니다. 너무 길어서 지루하지 않았나 모르겠네요. 이번 여름에는 수원 – 땅끝마을 약 450km 하루 코스 도전하려고 합니다. 저와 함께 도전하실 분 계시면 연락주세요. ^^
※ 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삼성전자의 입장, 전략 또는 의견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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