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My Way Doin It
그 꿈을 우리무대에서…. 두잉잇 마이웨이한번 해보실래요? 이번 공연에?
응? 영수는 당황했다. 이게 무슨 얘기지? 지금 설마 남궁연님의 무대에서 나보고 노래를 하라는건가?
형님의 리듬위에 제 천한 목소리 얹을 수 있다면 제 평생 영광이지만 지금 제가 결절 치료중입니다. ㅠㅠ
영수는 감히 하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제안만으로 충분히 가슴 벅차고 영광이다고 남궁연님에게 답 DM을 보내고 트위터 창을 닫았다.
형!!! 지금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얘가 또 뭔소리야? 영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무슨 일인데?
방금 연이형이 나보고 무대에 같이 서달라고 했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영수는 조금전에 있었던 트위터 대화 내용을 내게 들려 주었다.
너 남궁연씨랑 맞팔해?
나도 트위터는 하고 있지만, 아니, 오히려 영수보다 훨씬 먼저 트위터를 시작했지만, 연예인이나 유명인들과 맞팔하는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영수가 남궁연님에게 무대에 서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것 보다 남궁연님과 맞팔이라는게 더 신기하게 느껴졌다.
20년동안 팬질 하고 있는 신해철씨의 경우 팔로우어가 9000명이 넘지만 본인이 팔로우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이 특별히 이상한 일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유명인들의 트윗은 그렇기에 영수와 남궁연님이 맞팔이라는게 더 신기했다. 아니 맞팔까진 괜찮다. 둘이서 대화를 나누었다는것이 신기했다.
아니.. 그게 아무리 트윗이지만 가능해? 난 36살 먹고 찌질이란 얘기 들으면서도 좋다고 신해철씨가 RT를 날린날 블로그에 일기 썼었다.
유명인 혹은 연예인과의 트윗은 보통 이런 식이다. 그냥 단순히 지나가다가 갈긴 글 한줄에 팬은 감동받고 일기쓰는게 일반적인 일이다. 하지만 영수와 남궁연님은 대화를 했다. 그것도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프로 뮤지션의 무대에 보컬로 참여해 달라는 부탁이.. 이거 뭐 어떻게 돌아가는거지???
전화기에 대고 쏟아내는 영수의 흥분을 오른쪽 귀로 받아 내면서 영수를 진정시켰다.
그냥 하면 되잖아? 어차피 할거면서 왜 안하려는 척을 하고 그래? 할거니까 나한테 자랑하는거 아냐?
형… 트윗으로 링크 보내줄테니까 한번 들어봐
<buckshot Lefonque – My Way Doin It>
음… 음… 음… 영수야 어렵겠다.
영수가 노래를 잘 하는건 인정하지만 래퍼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건 그냥 랩이 아니라 어머어마한 분량의 랩과 하이 톤의 공격적인 플로우를 가진 RATM 스타일의 난이도가 매우 높은 곡이었다. 게다가 공연까지는 불과 열흘.
다음날 남궁연님은 영수의 의사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이 공지를 띄워버렸다.
이제 방법은 두가지. 트윗 계정 삭제하고 잠수 타던가, 무대에 선 다음에 잠수 타던가.
역시 내 짐작대로 영수는 이미 곡 가사 검색부터 시작해서 연습을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어마어마한 양의 랩과 쉴새없이 빠르게 이어지는 하이톤의 플로우, 쏟아지는 라임, 생소한 단어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노래는 고사하고 가사를 외우는것 조차 9일만에 가능한 일이 아닌듯 했다. 연습하면 할 수록 답이 보이기는 커녕 점점 더 어두워져만 갔다. 영수가 남궁연님께 도움을 얻고자하면 그냥 열심히하라는 말뿐… 남궁연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한번 만나본적도, 영수 목소리 들어본 적도 없으면서 무슨 배짱으로 그런 모험을 하는거지?
날짜는 하루하루 지나갔고, 9일은 9시간 같이 빠르게 흘러 어느새 6월 19일 그날이 되었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어서 우리는 공연장소인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 도착했다. 세팅되어 있는 악기들과 조명 테스트가 한창인 무대를 보니, 옆에 있던 나도 주눅 드는 느낌이다. 아직은 텅 빈 객석이지만, 몇시간 후면 사람들로 꽉 찰 예정이고, 영수는 400명의 관객 앞에서 시험을 치러야 한다.
잠시후 남궁연님이 도착하였고, 영수와 남궁연님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곧 리허설은 시작 되었다. 영수는 아직 가사를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해서 좀 불안한 모습이었다.
리허설은 그렇게 연습 한번으로 마무리 되었고, 이제 관객들 앞에서 무대에 서는 일만 남았다.
저녁 7시. 드디어 밴드의 오프닝 곡을 신호로 커튼이 올라가며 공연은 시작되었다. 그 뒤를 이어 몇곡이 더 연주되고 이제 영수의 차례. 영수는 무대에 올랐다. 이제 도망갈 곳은 없다. 망설일 수도 없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시작되는 거친 비트와 멜로디.
영수는 마이크를 들었다.
Let me enhance your mind with a brand-new design. Rap’s attacks tracks with the drums and bass lines
Can’t define why my rhyme inter-twines with heavy guitar strikes That bust out street lights. My flight starts from dusk to dawn
그래 영수야 날아 올라라. 이 무대는 네 것이다. 너의 비행은 황혼에서 새벽까지 계속될거다.
Can’t label what I’m doin’, no lines were drawn. My mind’s on a whole new level of change. Some consider it a blessing, some say that it’s strange. Rearranged when I’m doin’ and it just ain’t fly.
Can’t be God no matter how hard you try. Like Dr. Maya Angelou when I rise I’m bound to gain credit like the Nobel Peace Prize. No lies,
those who chose to stay froze Are trapped in this madcap world to make bankrolls So, I’m gonna let my flow set the trend And fall deep within and let it begin!!!
Doin’ it my way!! Doin’ it~ Doin’ it~
1절을 마무리 한 후 2절이 시작되었을때 영수는 가사를 몇번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당당했다. 관객들 앞에 9일동안 잠시도 손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던 가사를 적은 종이를 펼쳐 들고 랩을 이어갔다. 관객들의 환호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소절. 영수는 외쳤다.
가나다라마바사도 못하던 내가
어쩌다가 영어로 랩을 하게 됐나?
그래도 기분좋아
무대위에 섰잖아
자 이제 마지막!!!
연이형!
뛰어!!!!!!!!!!!!!!!!!!!!!!!!!!!!!!!!!!!!!!!!!!!!!
관객들은 환호하고 열광했다.
Doin’ it my way!!!!!!!!!!!!!!!!!!!!!!!!!!!!!!!!!!!!!!!!!!!!!!!!!!!!!!!!!!!!!!!!!!!!!!!!!!!!!!!!!!!!!!!!!!!!!!!!!!!!!!!!!!!!!!
형! 그거 알어?
다끝나고 나니까 연이형이 두 팔 벌리고 오더라…
진짜 울뻔했어..
너무 부끄럽고 미안하고… 막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됐어
꿈을 꾸었는데….
그리워하던 꿈과…
그에대한 기대감과,,,
부담과…
그리고 동경과…
뭐 그런게 한방에 속에서 다 터져버렸어….
그 꿈이 날 두팔벌려 감싸줬잖아….
그때 울고 싶더라…
꿈은 꿈이라고…
생각속에만…
놔두고 살았는데…
그 꿈이 내 모든걸 감싸주니까….
나도 모르게 울컥…
뒤를 돌아 사람들…
봤는데…
다 뒤집어 지고 있더라…
그거 보고…
드럼사인 맞춰서…
점프하고 다시 등뒤를 봤는데…
관객들은
여전히 광란하고 있고…
날 보고 엄지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막보이고
아…
그 느낌…
진짜…
ㅠㅠ
나 이걸 꿈꾼거야란 생각이 드는거..
보통 무대 끝나면
다행이다 끝났다
이런 생각 들어야될건데…
그래 이거야…
라는 생각…
내가 꿈꿨던게 이런거였는데…
암튼…
지금 책상에 앉아있고…
담배피러 나갔다 오는게..
이상해..
난 그냥 내 일상속에선
평범한 놈인데..
그 곳에선…. 난 주인공이였어.
이어지는 박수소리.
영수의 꿈같았던 하지만 분명한 현실이었던 4분 8초간의 무대는 이어지는 환호 속에서 두 남자의 뜨거운 포옹과 함께 그렇게 끝났다. 나도 왠지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내 눈가는 촉촉히 젖어 있었다.
영수야, 정말 멋있었다.
부록1 : 남궁연님과의 트위터 인터뷰. 영수야 살빼라.
부록2. 꿈은 여기까지. 이제 현실세계로 다시 로그인할 시간.
평범한 직장인 둘에겐 정말 꿈과 같은 하루였습니다. 하지만 그건 꿈이 아니라 분명히 일어났던 현실이었습니다. 그저 좋아하는 뮤지션이라 팔로우를 했을 뿐이고, 트위터를 통해서 얘기 나눌 수 있었던것만 해도 너무나 기쁘고 행복한 일이었는데, 그와 함께 무대에 서는 꿈같은 일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무엇으로 이걸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냥 기적? 그냥 운? 저는 소통과 교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얘기 나누지 않았다면, 서로 음악적 공감대가 맞지 않았다면, 이런 환상적인 일이 과연 영수에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시한번 남궁연님 @NamgoongYon 과 인텔 코리아 한인수 이사님 @Frank_Intel 님께 감사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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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Foundry PE/TEST), 박영수 (STECO) 공동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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