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이라는 취미에 대한 생각
많은 분들이 알다시피 저의 취미는 마술, Magic Tricks 입니다. 마술이 취미라고 말을 하면 아직도 많은 분들이 바람둥이, 혹은 흥미의 대상 정도로만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너무나 쉽게 ‘너 마술 해? 그럼 한번 해봐’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대부분 저는 마술을 보여드리지 않습니다. ^^ 마술자체뿐만 아니라, 제 주변에 마술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까지 그저 하찮은 ‘마술 하는 사람’ 정도로 매도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아마 마술을 단순한 작업의 도구로만 사용하는 몇몇 소수의 분들이 이미지를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약 8년 동안 마술을 하며 만나온 많은 프로 매지션들, 준프로와 매니아분들에게서 보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마술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고자 합니다. 물론 이것은 저만의 생각이기 때문에 다른 마술사분들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마술은 잘 짜여진 하나의 연극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술을 한다고 하면, 바로 몸에서 비둘기를 꺼내고, 사람을 동강내고, 공중부양 했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나타나는 일들을 아무런 준비 없이 도구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들이 그렇듯, 마술이라는 취미도 수많은 연습이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만 봐도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할 경우, 무대시설을 미리 확인하고, 동선을 생각하며, 분위기에 맞는 마술을 생각하고, 마술의 임팩트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하며, 없을 경우 직접 편집하고 도구도 제작하는 일들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감안하여 공연 연습을 하고,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는 작업까지 감안한다면, 적어도 2 ~ 3주 정도의 시간을 소비하게 됩니다. 하물며 프로 매지션들이 하는 전문적인 마술들, 소위 일루젼(Illusion)이라고 불리는 대형 마술들, 사자가 나타나고 사람이 비둘기로 변하며, 없어졌다 나타나는 등의 현상은 마술사 뿐만 아니라 무대를 준비하는 수많은 스태프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또한 길거리나 바(bar)같은 곳에서 가볍게(?) 보여주는 마술들, 근접거리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close-up magic’이라 부르는데, 이 경우에도 역시 수많은 연습을 필요로 합니다. ^^ 가까이서 똘망똘망한 눈으로 ‘너 한번 걸려봐라’하고 바라보는데, 왠 만한 담력이나 연습 없이는 정상적으로 마술을 성공하기 힘들기 마련입니다. ^^;
하나의 마술을 성공하기 위해서 아무리 짧은 마술이라도 마술사는 마술 트릭 자체뿐만 아니라 사용해야 할 멘트, 관객의 각도, 그리고 무엇보다 수많은 연습후에 시연을 하게 됩니다. 취미치고는 상당한 연습을 필요로 하는 것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제가 아는 말 중에 이런 말도 있습니다. ^^ “마술은 1%스킬과 99%의 곤조(근성)이다.” (Magic Bar Trick cafe에서 발췌) 이케다 타로라는 일본의 마술사가 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
‘마술은 웃음과 감동을 주는 도구이다’
실제 제가 마술시연을 많이 했던 장소는, 어린아이이나 독거노인분들, 혹은 약간의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통상 사회적으로 약자라고 알려진 분들 앞이었습니다. 마술은 보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바의 차이가 정말 큰 취미라고 생각을 합니다. 처음 어린아이에게 마술을 보여주었던 건 피곤한 시외버스 안에서였는데, 단순히 옆에 앉은 시끄러운 아이를 조용히 시키고 싶은 마음에 보여줬던 동전마술이, 아이를 감동시키고 조용히 가고자 했던 주변 사람들의 감사로 돌아오자, 저 역시 마술이라는 취미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제 주변에도 마술을 소위 ‘여자 꼬시기’의 방법으로 사용하시는 분들은 드뭅니다. 아니, 전혀 없다고 말해도 될 듯 합니다. 마술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주고 상상력을 자라게 해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 티비에서 보여지는 프로 매지션분들도, 아프리카나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꿈과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 상상력을 자라게 하는것. 그것이 마술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닌가 합니다. ^^
‘마술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마법,그 자체이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마술이라는 취미를 가지기 전까지 굉장히 소심하고 자기주장 못하는 공대생이었습니다.. ^^; 사람 앞에서 내 주장을 마음대로 해 본적도 없었고, 내 생각을 잘 표현해 본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근데 우연히 마술을 시작하게 되면서, 사람들 앞에 서고, 공기의 흐름을 저에게 서서히 가져오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성격까지 많이 변하게 된 것 같습니다. ^^ 이건 저에겐 굉장히 큰 변화였습니다. 음…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거든요.
마술을 1 ~ 2년 정도 했을 때에는 길을 가면서 ‘난 여기 지나가는 누구라도 즐겁게 할 자신이 있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왠지 당당했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자신감이 생기다 보니 이성을 만나도 왠지 편안해지고, 모르는 사람과의 자리도 즐거워지는 현상이 따라오더라 구요.^^;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저의 실력은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그만큼 저 자신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는 하나의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선무당이 사람잡고, 조금 맛본 사람이 더 설친다고, 그때는 마술을 알게 된 즐거움을 그렇게 자신감으로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건 저에게 큰 변화였습니다. ^^ 그러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어디든 더 많은 곳을 여행해보고 싶어졌거든요. ^^ 실제 제가 아는 친구는 군 제대 후, 혼자 인도로 약 한달 정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순전히 비행기 표만 구해서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마술을 보여주고 친해지며 현지인 집에서 먹고 자는 등의 생활을 하며, 인도의 구석진 모습을 제대로 즐기고 왔다고 하더라 구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경계를 허무는데 다른 취미 못지않게 좋은 취미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저 역시 여전히 실력은 조금씩 진화하고 있고,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데 조금 더 노련해 졌다고 생각합니다. ^^
적다보니 조금 긴 글이 되었는데, 혹시나 마술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 조금은 편하게 봐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적게 되었습니다. ^^ 사람의 보이는 부분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하죠. 마술을 하는 사람을 볼 때, 그 마술을 사람들 앞에 보여주기 위해 흘렸던 땀과 용기를 봐주시면 어떨까요…? 아마 그렇다면 ‘너 한번 마술 보여 줘봐’ 라는 말 대신 ‘마술 한다던데, 우리한테도 한번 보여줄 수 있어..?’라는 식으로 물어보시게 될 테고, 마술사는 더 열과 성을 다해 마술을 시연하게 될 것입니다. ^^ 존중..? 어쩌면 이렇게 시작되는 것일 수도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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