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문 출판해보기

2010/10/02 by 블로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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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하려면 ‘논문’을 써야 한다!



벌써 6년이 넘어버린 대학원 시절 이야기지만, 학부 4년간 기껏해야 교수님들이 내 주신 리포트 10페이지 이상은 잘 작성해 본 일이 없는 저로서는 하나의 커다란 문화충격(?)을 경험한 일이 있습니다. 졸업하려면 ‘논문’을 써야한다는 것 이었죠.

간혹 학부 강의시간 중 교수님들께서 유명한 어떤 알고리즘을 설명하시면서, ‘최근에는 유럽의 아무개가 좀 더 발전된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등의 얘기를 하셨는데, 바로 그런 게 ‘논문’ 이었던 거죠. 아니, 그런 뛰어난 연구업적을 우리가 내야한다는 거야?? 지금 생각하면 순진한 생각이었지만, 당시에는 대학원을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할 정도로 큰 부담이었습니다.

논문, 위키백과-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논문의 정의, 출처: 위키피디아 http://ko.wikipedia.org/wiki/%EB%85%BC%EB%AC%B8 /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 ‘꼭 그런 위대한 성과물만이 논문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같은 분야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자들 간에 서로의 연구물을 공유하고, 평가받으며 격려하는 제도로서의 의미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그렇기에 꼭 항상 새롭고 엄청난 뭔가가 없더라도, 학계의 연구 흐름을 잘 파악하고 정리하며, 자기가 정한 방향(아주 사소한 것이더라도)에 부합되는 결과를 보인다면 충분히 우수한 논문으로 인정받는 것 입니다. 심지어, 실험결과가 예상과는 달리 매우 좋지 않더라도 그 이유를 분석하는 것 자체로 귀한 값어치를 인정을 수도 있습니다.



졸업논문 평가 항목
학회나 저널마다 평가 방식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아래 정도의 항목으로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1) 정해진 분야와 주제가 부합하는가?
2) 기존 연구에 대해 적절한 설명은 적절한가?
3) 독창성과 창의성이 있는가?
4) 목적에 맞는 실험을 수행하여 결과를 얻었는가?
5) 기존의 연구와의 차별성이 존재하는가?
6) 문법 구문 등의 오류는 없는가?
7) 논문의 복잡도 및 이해도는 적절한가?



어느 하나의 기준에 큰 비중을 두지는 않기 때문에, 설령 독창성이 부족하더라도 적절한 실험과 형식, 연구 동향에 대해 전달력 있게 잘 작성했다면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 입니다.



해외저널 출판 방법

자 그럼, 본격적으로 해외저널 출판 방법을 설명해볼까요?

1) 주제 선택하기 & Survey
대학원 시절 자기의 심화 전공분야를 선택한 후 관련 학회의 논문들을 많이 조사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분야의 연구 경향를 파악할 수 있고 어떤 이슈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인지 등을 파악한 후 자기의 주제를 정하게 됩니다. 혹자는 처음부터 ‘나 어떤 것을 할 거야’ 라고 정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실패하기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 이미 전 세계에는 수많은 학자들이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관심 가졌던 분야가 사실은 이미 거의 해결된 분야일 수도 있고, 혹은 너무 비인기분야라 스스로 개척해야하는 모험을 감수해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2) 해결방법 고안
주제를 정했다면, 대부분의 경우는 어떤 해결책을 찾아야하는 문제일 것 입니다.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많은 아이디어와 기존 연구를 참고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통계학적 방법을 이용해 스팸메일 자동 분류기를 만들려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최고의 분류 성능은 약 80% 정도였다 라고 하면, 그 이상의 성능을 내도록 하기 위해 관념화 하는 것 입니다. 기존 방법의 개선점을 찾아 적용하는 방법도 있고,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용되는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수도 있습니다. 단 1%라도 높였다면 제안하는 방법의 효과를 증명한 셈입니다만, 간혹 그 결과가 더 나쁜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그 방법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왜 나쁘게 나왔는지를 파고들어 정리하는 것도 훌륭한 논문의 접근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연구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3) 실험
내가 고안한 방법에 대해 입증해야 합니다. 실제 시스템이 구축이나 조사 분석 등을 통해 입증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주제 및 환경 요인 상 실험이 어려운 경우는 우회적인 방법 혹은 가설에 대한 증명 등을 통해 최대한 입증해야 합니다. (그래서 보통 약삭빠른 학자들은 애초에 실험이 편리한 분야를 논문 주제로 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종종 발생합니다. 수년전 대한민국과 세계를 흔들었던 줄기세포 논문 사건이 대표적이죠. 의욕은 있지만 시간/비용 등 환경적 요인으로 실험을 하지 않거나, 매우 일부만 시행하는 경우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논문 건수만을 인정하는 제도의 문제다, 학자로서의 기본적 소양과 양심의 문제다 등등 논란이 끊임없는 사회적 하나의 쟁점이므로 논하지 않겠습니다.

4) 논문 제출
논문 제출의 단계는 조금 애매합니다. 실험을 마치고 논문을 제출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고요. 보통 특정 학회나 저널의 기간에 맞춰서 논문을 작성하곤 합니다. 마치 기자나 작가들이 원고 마감 시간에 쫓기듯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하지만, 모든 학자들에게는 ‘마감 기한 연장’이라는 찬스가 있습니다. 거의 모든 학회/저널의 마감일은 한번 이상씩 연기가 되곤 합니다.^^) 논문 제출 시에는 보통 블라인드 테스트를 위해 이름/소속 정보를 뺀 첨부파일을 제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보통 학회나 저널 홈페이지에는 자체 시스템 혹은 공개소스 기반의 관리 툴을 이용하고 있으므로, 보통 제출 양식은 대동소이 합니다. 참, 거의 대부분의 학회/저널은 제출에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물론 심사료를 받는 저널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심사는 무료라고 보셔도 될 듯 하네요.^^

5) 심사
보통 2-3개월의 심사 기간을 갖게 됩니다. 전 세계에서 선출된 수십-수백 명의 교수/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해당 논문의 주제와 전공분야가 일치하는 N명의 심사자를 배정하게 됩니다. (보통 3명 +/- 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심사자들은 해당 논문의 이름/소속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공정한 심사를 하게 되며, 합격/불합격을 정하게 됩니다. 이게 무서운 게 심사자의 눈으로 피심사 논문을 검토할 때면, 아무리 형편없는 논문이라도 쉽게 불합격을 주기 어렵습니다. 혹시 모르거든요, 대가의 논문일지도. 보통 심사결과는 accept/weak accept/reject/strong reject 정도로 구분됩니다. 전반적으로 합격을 주고 싶지만, 일부 눈에 띄는 오류나 미비점이 있다면 심사위원 자격으로 해당 부분의 수정 후 합격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심사제도는 투명하고 합리적입니다.) 다만, 과거 수년간 무분별한 학회의 등장으로 심사의 공정성과 수준이 많이 미흡한 곳도 많았습니다. 참, 심사자는 ‘무료봉사자’입니다. 해당 분야에서 심사자로 활동한다는 명예와, 책자에 이름이 남는다는 점 외에는 별다른 보상은 없습니다. 사시 그만한 보상은 또 없겠죠?                             

심사자 참여에 대한 감사메일

심사자 참여에 대한 감사메일 – 무료봉사에 대한 보상은 오직 ‘이름 남겨주기’

6) 출판
합격통지를 받았다면 참 즐겁고 가벼운 마음이겠습니다만, 아직 남은 일이 있습니다. 바로 출판을 위한 행정적 절차이죠. 우선, 학회에 논문이 제출되어 발표되는 순간 해당 논문의 저작권은 출판사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를 위해 출판사는 논문 저자들로부터 Copyright Transfer Agreement란 일종의 각서를 받게 됩니다. ‘왜 내 소중한 연구자산을 가져가는 것인가?!’라고 하시면 안 되고요. 프로라면 이미 그 전에 특허 출원을 해 놓으셔야 합니다.^^ 논문을 출판되는 순간 해당 정보와 방법은 세상에 공개되는 것이고 그 이후의 특허 출원 및 특허권 주장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논문 제출 프로세스를 중요시 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 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행정절차는 ‘결제’ 입니다. 출판하려면 지불을 해야 합니다.

7) 발표
해외 저널의 경우 논문을 발표하지 않습니다. 통상 Proceedings라 불리는 학회에서 발표된 논문 중 우수논문으로 선택된 일부가 저널로 요청되거나 혹은 저널만의 별도 심사절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로 학회를 통해 심사되는 논문의 경우 해당 학회에서 발표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또한 비용과 절차의 문제로 많은 학자(와 학생)들께서 학회 등록만 한 채 참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식적으로 참석을 하지 않는 경우 출판을 취소하겠다는 학회도 있긴 하지만 이미 학회 시점은 논문이 출판되어 나온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약점을 이용해 비행기 표도 아끼고 영어스트레스도 피해가시는 분들 많습니다. 실적만 있으면 된다는 뭐 좀 그런 게 있더라고요.^^ 하지만 내가 공들여 쌓은 연구실적을 세계 각국에서 온 학자들 앞에 발표하는 것만큼 긴장되고 또 의미 있는 순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비를 들여서라도 다녀오셔야 한다고 봅니다.^^

해외논문 출판본

휴~ 이렇게 해서 손에 쥐게 된 해외논문 출판본 입니다. 위는 난이도 중의 인공지능관련 학회

여기까지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의 절차를 기술해 보았습니다. 별거 아닌 글이지만, 적다보니 다년간의 대학원 시절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사실 알고 보면 별거 아니지만, 특성상 왠지 어렵고 또 실제로도 가까이 하기 어려운 그런 부야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 비영어권 사람들에겐 논문보다 영작이 더 큰 장애물이기도 하더군요. 모처럼 옛 추억을 되새기며 적어본 글이 어느 한분에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며, 오늘을 기점으로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하여 좋은 논문을 써내는 훌륭한 학자는 아니고 회사원이 되어볼까 생각 중 입니다. 아자! 아자!

 

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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