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추억을 선물한 사람들 ①천박미 전 이사와 ‘최초 컬러 TV’

201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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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추억을 선물한 사람들 1. 천박미 전 이사와 최초 컬러 TV

가전제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Samsung Innovation Museum, 이하 ‘S/I/M’)엔 진귀한 물건이 많습니다. ‘저런 제품이 있었나’ 싶을 만큼 까마득한 옛 제품에서부터 보자마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품까지 종류도 다양하죠. 이 같은 사료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건 다름아닌 ‘기증’입니다. 옛날 물건을 기증하는 건 곧 거기 담긴 ‘이야기’를 통째로 전달하는 것과 같은 일일 테니까요. 삼성전자 뉴스룸은 오늘부터 5회에 걸쳐 S/I/M에 소중한 물건을 기증해준 분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삼성전자 최초 컬러 TV’ 기증자 천박미 전 삼성전자 이사입니다.


대다수의 한국인이 흑백 TV를 시청하던 1976년 6월, 삼성전자는 자체 기술력으로 최초의 컬러 TV(모델명 ‘SW-C3761’)를 만들어 수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국내에서 컬러 TV 방송이 시작된 건 4년이 흐른 1980년이었죠. 그리고 지난해 7월, 이 귀중한 물건이 S/I/M에 도착했습니다. 기증자는 다름아닌 ‘국산 최초 컬러 TV’ 개발의 주역 천박미 삼성전자 전 이사였습니다.

 

사무실서 쪽잠 가며 개발… 파나마∙미국 등 수출 ‘개가’

국립과학연구소에서 개발자로 근무하던 천 전 이사는 1975년, ‘컬러 TV 개발’의 임무를 부여 받고 삼성전자(당시 전자설계실)에 입사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TV 시장의 ‘대세’는 흑백 TV였는데요. 하지만 국산 기술로 흑백 TV를 만드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생산 기술은 물론, 주요 부품까지 전부 일본에서 수입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고심 끝에 삼성전자는 국내 자본과 기술력으로 컬러 TV 개발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발상의 전환이었던 셈입니다.

천박미 전 이사

하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습니다. 천박미<위 사진> 전 이사는 “처음 시도하는 일이다 보니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며 “늦은 밤까지 책을 붙잡고 연구에 몰두하다 아예 집에 있던 이불을 연구실로 갖고 와 잠을 청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천박미 전 이사가 기증한 삼성전자 최초 컬러 TV(모델명 ‘SW-C3761’)▲천박미 전 이사가 기증한 삼성전자 최초 컬러 TV(모델명 ‘SW-C3761’)

천 전 이사를 비롯한 개발팀 전원이 부단히 노력한 끝에 1976년, 마침내 국내 첫 14형 컬러 TV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많은 비용이 들어갔던 흑백 TV와 달리 SW-C3761 모델은 삼성전자의 수익 창출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컬러 방송이 시작되기 전 파나마∙미국∙일본 등과 수출 계약을 맺는 데 성공하며 국익 창출에도 기여했습니다. ‘삼성전자’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죠. 이후 국내에서도 컬러 방송 시대가 열리며 판매량은 고공 행진을 계속했습니다.

SW-C3761 모델 개발 당시 천박미 전 이사의 모습(사진 가운데) ▲SW-C3761 모델 개발 당시 천박미 전 이사의 모습(사진 가운데)

당시 우리나라는 집집마다 100볼트와 220볼트 전압이 혼재돼 있었던 데다 전력 사정도 좋지 않았는데요. 이런 이유로 전기를 많이 쓰는 저녁엔 전압을 떨어뜨리고 전기를 덜 쓰는 한밤중엔 전압을 올리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천 전 이사는 “서로 다른 전압의 콘센트를 꽂는 바람에 제품이 고장 날 때가 잦았는데 SW-C3761 모델은 수입 제품과 달리 한국의 특수 상황을 고려해 개발된 덕에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찔한 시행착오도 이젠 모두 추억… “잘 간직해주세요”

시장 데뷔는 성공적이었지만 시련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천 전 이사에 따르면 가장 큰 위기는 첫 수출 직후 찾아왔습니다. “수출 국가 중 한 곳이었던 파나마에 도착한 TV가 위아래 화면이 뒤바뀐 채 송출되는 거예요. 브라운관 TV의 경우 전자계 편향으로 화면이 나타나는데, 당시만 해도 북반구와 남반구의 자계 방향이 달라진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거죠. 우리나라는 북반구에 위치하고 있었고 파나마는 남반구 국가였으니 화면이 뒤바뀔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결국 천 전 이사는 제품을 다시 국내로 들여오는 대신 현지에서 기기를 하나하나 뜯어 고쳐 판매했습니다. 그 일을 겪은 후 ‘모든 제품은 수출국 환경에 맞춰 제조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으니 전혀 쓸모없는 경험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팀원들과 함께한 천박미 전 이사(사진 윗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 오른쪽에 세워진 제품은 삼성전자가 만든 19형 컬러 TV입니다▲팀원들과 함께한 천박미 전 이사(사진 윗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 오른쪽에 세워진 제품은 삼성전자가 만든 19형 컬러 TV입니다

삼성전자가 최초 컬러 TV를 선보인 지 40여 년이 흘렀습니다. 열정으로 가득했던 신입사원은 어느덧 회사를 떠났고, 전 세계에 ‘컬러 영상 시대’를 열었던 컬러 TV는 낡은 골동품이 됐죠. 취재진이 찾아간 천 전 이사의 집 거실, 컬러 TV가 놓였던 자리는 손주들의 사진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기념이라 갖고 있었는데 ‘버리는 게 좋을까?’ 몇 번이나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 젊은 날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담긴 녀석이라 차마 버릴 순 없더군요. 고심 끝에 S/I/M에 기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누구든 이 물건을 보는 사람이 절 비롯한 당시 개발자들의 열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다면 그보다 가치 있는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창고에 보관 중이던 또 다른 컬러 TV 제품과 함께 포즈를 취한 천박미 전 이사▲창고에 보관 중이던 또 다른 컬러 TV 제품과 함께 포즈를 취한 천박미 전 이사

하얗게 센 그의 머리칼만큼이나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최초 컬러 TV 개발에 쏟던 의지와 열정만큼은 그의 기증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누구보다 꼼꼼하고 섬세한 손길로 완성된 천 전 이사의 첫 컬러 TV가 S/I/M에서 다시 한 번 의미 있는 행보를 시작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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