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팀, 누가 아마추어라고 했어?” 무려 ‘리버풀 초청 경기’ 뛰고 온 사나이들
전 세계 축구 팬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2016-2017 프리미어 리그[1]’가 대장정(2016년 8월 13일~2017년 5월 21일, 한국 시각)의 막을 내린 지도 한 달이 흘렀다. 프리미어 리그 경기가 열리는 영국 도시 중 한 곳을 꼽으라면 적잖은 이가 리버풀(Liverpool)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이 ‘축구 도시’에 초청 받아 필드를 누빈 회사원들이 있다. 삼성전자 사내 축구 동호회 ‘티키타카 FC(Tiki-Taka Football Club)’(이하 ‘티키타카’) 회원들이 그 주인공. 명문 축구 클럽 리버풀 FC의 홈구장 안필드(Anfield)를 누비고 돌아온 이들의 사연, 삼성전자 뉴스룸이 취재했다.
결성 5년 만에 사내 리그 ‘접수’… “이번엔 국제 무대다!”
원래 티키타카는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스페인어다. 하지만 유명 축구 클럽 중 하나인 FC 바르셀로나의 ‘패스 축구 전술’을 의미하는 용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팀명에서도 느껴지듯 티키타카 회원들이 축구를 하는 목적은 ‘단순 취미 생활’이 아니라 ‘전문적 기량 발휘’에 있다.
티키타카가 결성된 건 2013년.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지만 출전하는 대회마다 놀라운 실력을 뽐내며 주변을 놀라게 한 ‘다크호스’다. 삼성전자 사내 리그에서 3년째 우승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건 물론, △삼성블루윙즈컵 동호인대회 △미래창조과학부장관기 직장인대회 등 크고 작은 대외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급부상 중이다.
▲삼성디지털시티 축구장에서 ‘V’ 대열로 포즈를 취한 티키타카 팀원들. (왼쪽부터) △임민호(네트워크사업부 개발2팀) △이상인(무선사업부 개발1실) △김진웅(무선사업부 개발1실) △임현수(네트워크사업부 개발2팀) △노기상(무선사업부 글로벌CS팀) △권기준 △심성근 △지동섭(무선사업부 개발2실) △하태호 △곽영훈(무선사업부 개발1실) △신동민(무선사업부 개발2실) △박영민(무선사업부 개발1실)씨
운도 따랐다. 지난달 개최된 ‘스탠다드차타드 트로피컵 2017’(이하 ‘SC트로피컵’) 한국 예선에선 준우승을 거두고도 영국에서 열리는 본선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 팀이었던 서연전자가 또 우승, 대회 규정상 2년 연속 본선 진출을 할 수 없게 되면서 티키타카에 기회가 돌아간 것.
신입 회원, 본격 경기 투입 전 ‘무한 훈련’ 과정 통과해야
SC트로피컵 본선 경기를 사흘 앞둔 지난달 17일, 삼성디지털시티(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로) 운동장. 뜨거운 뙤약볕 아래 노란색 유니폼 차림의 티키타카 회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사내 축구 리그 중 하나인 모 동호회와의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서였다.
경기 시작에 앞서 회원들은 몇 가지 훈련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먼저 볼 리프팅(ball lifting) 훈련. 리프팅은 상대방이 보낸 패스를 자신의 몸 쪽으로 안전하게 끌어오는 동작이다. 패스가 핵심 전술 중 하나로 자리 잡은 현대 축구에서 그 가치가 점차 중시되는 능력이기도 하다.
이날 선수들은 감독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인터벌 러닝(interval running) 훈련도 진행했다. 인터벌 러닝 훈련은 빨리 뛰었다 천천히 뛰길 반복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갑작스러운 근육 사용이 햄스트링[2]이나 인대 등의 부상을 유발할 확률이 높은 만큼 이 훈련을 충분히 해두면 순발력이 강화되고 부상 위험은 줄어든다.
주장 심성근(무선사업부 개발1실)<위 사진>씨가 꼽는 티키타카의 최대 매력은 체계적 훈련 과정. 그는 “티키타카 신입 회원은 일정 기간 동안 일명 ‘열정 테스트’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스트 기간 중엔 누구든 경기에 투입되지 않고 패스 연습과 볼 리프팅, 인터벌 러닝 등 기본기 훈련을 반복해야 합니다. 그 시간을 견디며 축구에 대한 열정과 끈기를 스스로 확인하는 거죠.”
열정 테스트는 티키타카가 신입 회원의 기본기를 다지는 나름의 방식이다. 부주장 하태호(네트워크사업부 개발2팀)<위 사진>씨는 “실제로 다른 축구 동호회에서 뛸 땐 기본기 연습 없이 곧장 경기에 투입됐고, 그래선지 실력도 늘 제자리에 머물렀다”며 “모든 회원이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프로 선수 못지않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티키타카의 목표”라고 말했다.
대부분 학창 시절부터 축구 마니아… 체계적 분석 ‘프로급’
▲주장 심성근씨가 직접 만든 경기 기록 앱 ‘아마사커’. 티키타카의 모든 경기는 이 앱으로 기록, 관리된다
체계적 경기 기록 관리도 티키타카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티키타카의 모든 경기 기록은 ‘아마사커(Amasoccer)’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관리된다. 주장 심성근씨가 직접 만든 이 앱을 활용하면 대회∙경기∙선수별 기록을 빠짐없이 기재, 언제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다. 개별 선수의 컨디션이나 경기 운용 능력 파악에도 유용하다. (아마사커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티키타카를 ‘흔한 사내 축구 동호회 중 하나’쯤으로 여기기 힘든 이유는 또 있다. 티키타카 회원들은 프로 축구 선수들처럼 주요 경기 영상을 촬영해뒀다 분석한 후 그 결과를 다음 경기에 반영한다. 감독 겸 골키퍼를 맡고 있는 권기준(네트워크사업부 개발1팀)<위 사진>씨는 “촬영된 영상은 회원들끼리 나눠 보며 피드백을 주고받는 데 활용된다”며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실력이 점점 향상돼가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직장 동료이기도 한 회원들과 (‘삼성전자’ 외에) ‘축구’란 공통분모를 또 하나 나눠 갖는단 것 자체가 업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더라”고 귀띔했다.
▲티키타카 팀 훈련 영상. 팀원들은 경기 방식을 분석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모든 훈련 과정을 녹화해둔다
직장인이 돼서도 축구공을 놓지 못할 정도면 이들의 ‘축구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실제로 티키타카 회원 대부분은 학창 시절 축구에 빠져 살던 남학생이었다. 일례로 심성근씨는 대학 시절, 본인 전공인 컴퓨터공학과에 축구 동아리가 없자 경제학과 축구부에서 활동했을 정도로 ‘축구 마니아’였다. 그는 “요즘도 당시 함께 뛰던 경제학과 친구들과 자주 만난다”며 멋쩍게 웃었다.
첫 해외 원정 경기 ‘종합 5위’… “국가대표 된 듯 감격적”
▲티키타카는 올해 SC트로피컵에서 ‘최종 5위’의 성적을 거뒀다. 회원들은 “회사 동호회 출신으로 국제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해 뛸 수 있었던 경험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SC트로피컵 본선 당일, 티키타카는 영국∙인도∙나이지리아와의 조별 리그를 거쳐 8강에 진출했지만 탄자니아에 0대 2로 패하는 바람에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최종 성적은 5위. 다소 아쉬운 성과였지만 팀원 모두는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권기준씨는 “조 추첨에서부터 VIP 만찬에 이르기까지 마치 국가대표가 돼 월드컵에 출전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며 “티키타카가 아니었다면 또 어디서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가까이서 지켜본 티키타카 회원들은 하나같이 축구에 대한 소신과 철학이 확고했다. 축구공과 함께 잔디구장을 누비는 그들의 눈빛도 더없이 형형했다. 주장으로서 심성근씨의 소망은 역량 있는 신입 회원이 좀 더 많이 합류하는 것. “얼마 전에도 몇 분이 새로 합류했는데 부쩍 늘어가는 실력을 즐거워하며 성실하게 활동하고 계세요. 부상 때문에 경기를 뛰지 못하게 된 경우를 제외하면 입단 후 제 발로 나가는 회원이 한 명도 없단 것, 그게 바로 티키타카의 자부심입니다.”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도 ‘꿈의 무대’로 불리는 리버풀에서 동고동락한 이들 앞에 더 이상의 장애물은 없어 보였다. 축구를 향한 그들의 열정이 앞으로도 쭉 좋은 성과로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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