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혼을 왜 했을까? -7-

2010/09/07 by 블로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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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편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벌써 7편째네요.
사실 사내 블로그엔 오늘자로 53편째가 올라가고 있지만,
사외 블로그라(누구나 읽는 공간이다 보니),
조금은 정리하는 개념으로 생각해서 10편 정도로 갈음하려 합니다^^

우리 아내는 물건을 어지간해선 안버립니다.
아니, 주워 오지 않으면 다행이지요.

제가 처가에 가서 아내 방을 보고 깜짝 놀랐었습니다.
쓰레기처럼 보이는 책과, 종이들도 많고요.
웬 잡동사니를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는지..
자기 딴엔 다 쓸모가 있어서 버릴 수가 없다고 말은 하지만,
제가 보기엔 쓰레기 더미였거든요….

저는 일단 버려야 정리가 된다고 생각하는 주의 입니다.
도무지… 그 쓰레기 더미(?)를 신혼집에 가져온다는걸 볼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다짐을 받았습니다.
천안으로 가져올 짐에 대해선 나에게 허락을 받고 가져올 것.
그 외엔 아무것도 가져오지 말 것.

말은 알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 허락을 받고(사실은 내가 사전 검열.)
조금씩 조금씩 차에 싣고 내려 왔습니다.
그리고, 또 조금씩 조금씩 차에 싣고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또 조금씩 조금씩 차에 싣고 내려왔습니다.

이런, 매번 처가에 갈 때마다 싣고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싣고 내려와도 처가 아내 방의 짐이 줄지를 않는 겁니다.

아내 방에 있는 건 내가 싫어하는걸 아니까,
다른 곳에 모아둔 물건들을 싣고 내려오는 겁니다.
내 눈에는 이거나 저거나 몽땅 쓰레기인데…
하여간 1년 넘게 날라다 놓은 거 같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집은 작은집이 아닙니다. 꽤 큰집입니다.
수납공간도 엄청 많습니다.
1년 만에 꽉 차 버렸습니다.
하여간 그 큰집에 제 짐은 달랑 몇 개 없고,
나머지는 내가 모르는 정체불명의 온갖 물건들로 꽉꽉 채워져 버렸지요.

그중 가장 몇 개를 골라 보자면…
어느 날인가 우리집 첫째 아들 녀석(전편에서 콩을 콧구멍에 거시기한 녀석..)이
뭔가를 가지고 놀고 있네요.

뭐야????
어?
골동품가게에서 본거네요?..
제가 초등학교 때 썼던 물건입니다.

샤파.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아는 사람 많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도 샤파를 집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

하여간, 그런 골동품이 우리 집에 있더군요.
연필깍기

우리 집에 있는 물건 직접 찍은 사진 입니다.
사진으로 봐도 상태 완벽하게 보이지요?
지금도 연필 잘 깎이더이다.

우리 아내가 어지간해선 안 버린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처가집도 이사를 몇 번 했었는데 저 물건을 가지고 다녔다는 게 참 신기하네요.
그리고, 우리 집에까지 들고 왔고…
-> 이거 50년 뒤에 팔면 돈 좀 되려나요? ^^

나 : 여보 이거 어디서 났냐?
아내: 나 초등 학교때 쓰던 건데~ 왜?
나 : 징하다.


샤파는 그때도 그랬지만, 비싸고 그렇다고 칩시다.
어느 날 아내가 아파트 지하에 있는 탁구대에 탁구를 치러 가자고 합니다.

나 : 당신 탁구 잘쳐?
아내 : 그럭저력 쳐..치러 가자~응~
나 : 에잉~~ 귀챦게~ 그런데데, 탁구채랑 공도 없쟎아~
아내 : 그거 있어~~
나 : 있다고? 그래 알았어. 치러 가자…

하며.. 탁구를 치러 갔지요..
탁구장에 도착하여…
나한테 탁구채를 주는데….

왠지, 탁구채가 많이 허름 하네요.
탁구채의 생명은 빨강색 고무판인데..
그런데, 10대 청소년의 피부처럼 탱탱한 고무가 아닙니다.
손톱으로 누르니, 뿌직하며 고무가 바스러집니다.
완전히 할머니의 피부처럼 탱탱함이 전혀 없는 고무상태.

나 : 이건 도대체 뭐나?
아내 : 보면 몰라 탁구채지?
나 : 아니, 그거 아니라 언제 쓴 거냐고..
아내 : 아..그거, 나 중학교 때 쓰던 거 ^^
나 : ………………
나 : 이런 건 버리고 쫌 사자. 응?
아내 : 멀쩡 하구만~그걸 왜 버려~

하여간 안 버립니다.  탁구채 몇 푼이나 한다고..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이 있습니다.

탁구공.
꺼내자마자 딱 보이는 누리끼리한 색깔.
색깔 자체가..

나 엄청나게 오래 묵은 탁구공이 에용~
이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탁구채와 공3개

▲ 이 사진 역시 우리 집에 있는 탁구채랑 탁구공 찍은 실사 입니다.

탁구공에 30103 이라고 써 있는 거 보이세요?
3학년 1반 3번이랍니다.

고등학교 때?
오우~노~~
중학교 때 쓰던 거랍니다.

우리 아내가 중학교 3학년이면 1989년도.
지금이 2010년도니까 21년 전이네요.
저는 그날 21년 된 탁구채를 가지고
21년 된 탁구공을 쳤습니다.

친 소감은 어떠냐고요?
회전이 안 먹습니다…….

생각해보세요..

탱글탱글하고 뽀송뽀송한 고무판으로 탁구공 치는 거랑
만지면 툭툭 부러지는 고무판으로 탁구공 치는 거랑
회전이 같게 먹을까요?

하여간 우리 집에는 21년 된 탁구채와, 탁구공이 있는 겁니다.
조그만 더 있으면 유물의 지위를 얻을 듯 하네요.
하긴, 샤파는 25년 되었네요.

마지막으로 제가 열렬히 반대 했는데도 들고 온 물건..

책들이 올려져있는 책받침대
이게 뭔지 아시나요?
책 받침대랍니다.

우리나라의 공산품 품질이 형편없던 가난하던 시절에 생산된 듯 한 물건입니다.
사진에선 잘 표현이 안 되었지만 말입니다.

이 촌스런 옥색하며 디자인…..

집 분위기를 아주 떨어뜨리는 물건 되겠습니다…
이 물건 역시 우리 아내 초등학교 때인가 중학교 때 물건 입니다.
제가 결사적으로 내다 버리자고 했던 물건인데
결국 내다버리지 못하고 책상위에 올려 져 있네요.

우리 아내도 이런 거 버리지 않고 가지고 다니는 것 보면 대단합니다 ^^

 

강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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